지휘관들 흥청망청 쓰는 '눈먼 돈'
장군·예비역에 명절떡값으로 지출 … 감사원 "병사들에 배분하라"
정옥근 전 해군총장은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27차례에 걸쳐 군인복지기금을 집행하지 않고서 집행했다거나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5억267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이 횡령한 액수는 매년 25억원 정도 배분되는 해군 장병격려금의 10%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어떻게 참모총장 한사람이 장병들이 매점이나 체력단련장에서 발생시킨 이익금을 5억여원이나 빼먹을 수 있는가.
내일신문이 입수한 장병격려금 일부 내역서를 분석한 결과, 12월 한달 동안 지출된 77건 가운데 현금지급이 63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카드사용은 14건에 불과했다. 현금 사용이 많기 때문에 지휘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법규를 무시하고 나눠줄 수 있는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장병 사기진작이라는 본래 취지에 입각해 법규대로 사용된 내역은 연말 부대 격려금 1억9040만원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직 만료자, 육본 실무자, 주요직위자, 부속요원, 장군단, 대령단을 법규에 규정된 '모범군인'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또 현역들에게 사용해야 할 장병격려금을 역대 참모총장과 예비역 장성, 재향군인회 성우회 등 기타 주요인사들에게 명절 때 수백만원씩 지출했다.
지휘용 양주를 수시로 수십만원 어치씩 구입했으며, 이따금 기념품을 사기 위해 수백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예산획득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장성 한명에게 500만원을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를 상대로 사용한 로비비 보상의 성격으로 추정됐다. 육군본부 부실장의 설 격려 명목으로 책자 구입에 57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휘관이 흥청망청 사용하거나 주변에 편중된 배분에 대해 지난해 감사원은 "군인복지기금 수익에 대한 병사들의 기여도가 큰데도 실제 병사들이 받는 혜택이 미미하고, 예산 배분도 부대에 따라 큰 편차가 발생한다"며 국방장관에게 시정하라고 통보했다.
국회 국방위도 장병격려비 부당집행을 시정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4월 13일 '장병격려비 및 부대시설운영지원비 집행용도 하달'이라는 지시를 통보한데 이어, 8월 9일에는 계룡대에서 사단급 이상 복지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군인복지기금 가운데 장병격려금은 지휘관의 계급과 병력수 등에 따라 부대별로 기준액이 정해진다. 올해 196억원이 책정됐으며, 육군에 95억원, 해군에 25억원, 공군에 49억원, 국방부와 직할부대에 24억원이 배분됐다.
군인사기진작에 필요한 사업에 지출해야 하는 장병격려금은 군인복지기금법에 따라 △체육·문화행사 지원 △부대 및 모범군인 격려·포상 △특수지역 근무군인 및 작전유공 격려 △재해군인 및 유가족 위로에 사용하도록 돼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관련기사]
- 장병격려금 200억, 별들의 ‘쌈짓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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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예비역에 명절떡값으로 지출 … 감사원 "병사들에 배분하라"
정옥근 전 해군총장은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27차례에 걸쳐 군인복지기금을 집행하지 않고서 집행했다거나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5억267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이 횡령한 액수는 매년 25억원 정도 배분되는 해군 장병격려금의 10%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어떻게 참모총장 한사람이 장병들이 매점이나 체력단련장에서 발생시킨 이익금을 5억여원이나 빼먹을 수 있는가.
내일신문이 입수한 장병격려금 일부 내역서를 분석한 결과, 12월 한달 동안 지출된 77건 가운데 현금지급이 63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카드사용은 14건에 불과했다. 현금 사용이 많기 때문에 지휘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법규를 무시하고 나눠줄 수 있는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장병 사기진작이라는 본래 취지에 입각해 법규대로 사용된 내역은 연말 부대 격려금 1억9040만원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직 만료자, 육본 실무자, 주요직위자, 부속요원, 장군단, 대령단을 법규에 규정된 '모범군인'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또 현역들에게 사용해야 할 장병격려금을 역대 참모총장과 예비역 장성, 재향군인회 성우회 등 기타 주요인사들에게 명절 때 수백만원씩 지출했다.
지휘용 양주를 수시로 수십만원 어치씩 구입했으며, 이따금 기념품을 사기 위해 수백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예산획득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장성 한명에게 500만원을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를 상대로 사용한 로비비 보상의 성격으로 추정됐다. 육군본부 부실장의 설 격려 명목으로 책자 구입에 57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휘관이 흥청망청 사용하거나 주변에 편중된 배분에 대해 지난해 감사원은 "군인복지기금 수익에 대한 병사들의 기여도가 큰데도 실제 병사들이 받는 혜택이 미미하고, 예산 배분도 부대에 따라 큰 편차가 발생한다"며 국방장관에게 시정하라고 통보했다.
국회 국방위도 장병격려비 부당집행을 시정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4월 13일 '장병격려비 및 부대시설운영지원비 집행용도 하달'이라는 지시를 통보한데 이어, 8월 9일에는 계룡대에서 사단급 이상 복지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군인복지기금 가운데 장병격려금은 지휘관의 계급과 병력수 등에 따라 부대별로 기준액이 정해진다. 올해 196억원이 책정됐으며, 육군에 95억원, 해군에 25억원, 공군에 49억원, 국방부와 직할부대에 24억원이 배분됐다.
군인사기진작에 필요한 사업에 지출해야 하는 장병격려금은 군인복지기금법에 따라 △체육·문화행사 지원 △부대 및 모범군인 격려·포상 △특수지역 근무군인 및 작전유공 격려 △재해군인 및 유가족 위로에 사용하도록 돼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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