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 나무가 민중이다

지역내일 2011-07-01
민초의 삶에 깃든 풀과 나무 이야기


고주환 지음. 글항아리


이 책은 농사를 천하의 으뜸가는 일로 삼아 왔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 함께 해온 풀과 나무에 새겨진 민초들의 이야기다.

산으로 들로 하루하루 고되게 살던 선조들에게 풀과 나무는 늘 함께였다. 땔감을 구하러 산을 오르는 농부의 등에 짊어진 지게도, 채소를 말리는 채반도, 마당의 멍석도 모두 풀과 나무로부터 얻어진 것들이다.

쉼 없이 일해야 했던 그 시절 먹거리로, 땔감으로, 가구로, 집의 기둥으로 민초들과 함께 했던 풀과 나무 이야기를 저자의 추억이 담긴 지난 시절의 이야기와 함께 때론 구성지게, 때론 재미있는 구전 기록들과 함께 엮어냈다.

나무와 풀과 관련된 구전 기록들

불쏘시개에서 왕궁의 기둥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던 소나무, 국수에서 약재까지 껍질이 보배인 느릅나무, 구황식물에서 동아줄까지 용도가 다양한 칡, 이 땅의 민초와 동고동락한 쑥, 밟힐수록 무성해지는 질경이 등 55편의 글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저마다 사연 있는 역사로 삶의 체취를 뿜어내고 있기에 어느 한 장도 소홀히 넘길 수가 없다.

소나무를 보자. 사철 푸르기 위해 묵은 잎을 떨어뜨려 아래쪽에 쌓인 마른 솔잎은 '솔개비'라 하여 불쏘시개로 쓰고, 저절로 말라 죽은 가지는 '삭정이'라 하여 밥을 짓고 쇠죽을 끓였으며, 해마다 위로 크도록 잘라낸 가지는 '청솔갑'이라 하여 지붕에 드문드문 얹어 이엉의 매무새를 잡아주고, 산모의 방이나 서낭당의 금줄에 끼워 신성 구역을 표시했다.

송편을 찔 때 아래쪽에 깔거나, 빗자루를 찾는 어머니의 눈에 먼저 띄면 부뚜막도 쓸고, 산불이라도 나면 재빨리 꺾어다 휘둘러 불을 끄는 데에도 소나무가 필요했다.

곤궁했던 시절 구황식물이었던 칡은 그 뿌리를 말려 두드리면 가루와 섬유질로 분리되는데 가루로는 칡국수를 만들어 먹고, 남은 섬유질은 흙벽돌 찍어 비바람을 가렸다. 또한 칡의 뿌리를 '갈근'이라 하여 예부터 발한, 해열의 약재로 쓰여 왔고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한다.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에서 보듯 사람이 돌보고 가꾸지 않는 땅은 곧 생명력과 번식력이 탁월한 쑥으로 뒤덮여버려 쓰임새가 많으면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풀인 쑥은 쑥떡, 쑥범벅 등 보릿고개를 연명하던 우리 조상들의 먹거리였으며, 쑥뜸, 인진쑥 등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였음을 설명한다.

풀과 나무에 바치는 연가

지식으로만 담고자 했으면 가능했을까? 풀과 나무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성과 그에 얽힌 추억과 구성진 노랫가락 등 길가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이론적인 지식만으론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몸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부딪치며 얻어낸 살아있는 경험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리라.

입는 것도 먹는 것도 넘쳐나고 날마다 새로운 세상을 배우느라 기계와 소통하고 가족도 자신도 잊어버린 채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이 책을 읽으며 자연이 주는 혜택을 이용하고 그것에 순응할 줄 알았던 우리의 조상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보길 바란다.

장백래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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