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비주류가 장악, 검찰총장은 사표 강행
청와대 국정주도권 더이상 안 통해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은 권력의 3대 축이다. 대통령선거를 통해 집권하면 청와대를 중심으로 여당과 정부가 뭉쳐 국정을 운영한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여당은 입법을, 정부는 행정을 맡아 뒷받침하는 식이다. 정권이 성공하려면 3대 축의 완벽한 호흡이 필수조건이다.
이명박정부 임기가 1년 8개월이나 남았지만 당정청이 '한지붕 세가족'으로 흩어지고 있다. 말로는 한 몸이라지만, 몸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내딛고 있다. 청와대는 '고립무원'으로 몰리면서 국정 주도권을 잃고 있다.
◆대통령 당부 듣지않은 총장 = 4일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은 완벽하게 '비주류 당'으로 거듭났다. 친박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가 지원한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친박과 우호적인 쇄신파가 민 남경필 후보도 당선권에 들었다. 주류였던 친이가 지원한 원희룡 후보는 4위로 밀렸다.
당 원내대표단은 이미 친박과 쇄신파 연합이 찍은 황우여-이주영 조가 차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이 비주류인 친박과 쇄신파로 채워진 것이다.
지도부 7명 가운데 친박과 쇄신파가 5명으로 절대다수다.
국정운영의 핵인 권력기관장 중 한명인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고 휴가를 떠났다. 불과 나흘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이 임기 중에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당부까지 했는데, 김 총장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김 총장은 이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출장 중인데도, 귀국조차 기다리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청와대 속수무책일 것" = 우연의 일치지만 4일 당과 정부부처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사건은 당정청 3대 축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당이 비주류 지도부를 택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청와대 입김은 당에게 더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성공적인 국정 마감에 방점을 찍은 대통령과 정권재창출을 해야 하는 당의 이해관계가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표는 청와대로선 불쾌한 일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과연 김 총장이 사표를 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와 상관없이 김 총장의 사표는 공직사회가 더이상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대목으로 해석된다.
임기말로 갈수록 현재권력보단 미래권력의 눈치를 보는 공직사회에서 복지부동이 늘고 조직이기주의가 판칠 것이란 예측이다.
청와대가 공직감찰이란 '최후의 무기'까지 꺼내들었지만 역대정권 사례에 비쳐봤을 때 역부족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명지대 신 율(정치외교학) 교수는 "청와대가 여당을 통해 일을 추진하는 건 더이상 어려워졌다"며 "공직사회도 정권이 바뀌기만 기다리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선 딱히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성홍식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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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주도권 더이상 안 통해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은 권력의 3대 축이다. 대통령선거를 통해 집권하면 청와대를 중심으로 여당과 정부가 뭉쳐 국정을 운영한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여당은 입법을, 정부는 행정을 맡아 뒷받침하는 식이다. 정권이 성공하려면 3대 축의 완벽한 호흡이 필수조건이다.
이명박정부 임기가 1년 8개월이나 남았지만 당정청이 '한지붕 세가족'으로 흩어지고 있다. 말로는 한 몸이라지만, 몸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내딛고 있다. 청와대는 '고립무원'으로 몰리면서 국정 주도권을 잃고 있다.
◆대통령 당부 듣지않은 총장 = 4일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은 완벽하게 '비주류 당'으로 거듭났다. 친박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가 지원한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친박과 우호적인 쇄신파가 민 남경필 후보도 당선권에 들었다. 주류였던 친이가 지원한 원희룡 후보는 4위로 밀렸다.
당 원내대표단은 이미 친박과 쇄신파 연합이 찍은 황우여-이주영 조가 차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이 비주류인 친박과 쇄신파로 채워진 것이다.
지도부 7명 가운데 친박과 쇄신파가 5명으로 절대다수다.
국정운영의 핵인 권력기관장 중 한명인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고 휴가를 떠났다. 불과 나흘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이 임기 중에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당부까지 했는데, 김 총장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김 총장은 이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출장 중인데도, 귀국조차 기다리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청와대 속수무책일 것" = 우연의 일치지만 4일 당과 정부부처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사건은 당정청 3대 축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당이 비주류 지도부를 택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청와대 입김은 당에게 더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성공적인 국정 마감에 방점을 찍은 대통령과 정권재창출을 해야 하는 당의 이해관계가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표는 청와대로선 불쾌한 일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과연 김 총장이 사표를 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와 상관없이 김 총장의 사표는 공직사회가 더이상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대목으로 해석된다.
임기말로 갈수록 현재권력보단 미래권력의 눈치를 보는 공직사회에서 복지부동이 늘고 조직이기주의가 판칠 것이란 예측이다.
청와대가 공직감찰이란 '최후의 무기'까지 꺼내들었지만 역대정권 사례에 비쳐봤을 때 역부족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명지대 신 율(정치외교학) 교수는 "청와대가 여당을 통해 일을 추진하는 건 더이상 어려워졌다"며 "공직사회도 정권이 바뀌기만 기다리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선 딱히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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