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소피텔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IMF 전 총재 도미닉 스트로스-칸(DSK) 을 기소한 뉴욕 검찰이 1일 DSK를 석방하고 그가 예치한 보석금 100만달러도 돌려주었다. 고소인의 증언이 신빙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녀가 고발한 DSK의 성폭행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극적인 역전이다. 검찰의 태도 변화를 맨 먼저 보도한 뉴욕타임즈도 지난 30일 첫 보도에서 사건이 "거의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했다. 기소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검찰 조사 결과 호텔 종업원 나피사투 디알로는 2004년 미국 망명을 신청할 때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구타당하고 남편도 고문으로 사망했으며 본인은 군인들로부터 집단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모두 거짓말이었다. DSK 사건 관련해서 경찰과 배심에서 한 말들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DSK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고 말했으나 사건 24시간 후 기네 출신 남성과 기네어(語)로 통화하면서 "그자는 돈이 많아. 나는 내가 한 일을 알고 있어. 걱정 마"라고 말한 통화기록을 검찰이 찾아냈다. 통화 상대는 같은 기네인으로 마리화나 거래를 하다 체포된 범법자라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나피사투는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숫보기가 아니었다. 검찰과 경찰의 피의사실 공포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그 동안 사실이 잘못 전달됐다. 그 결과 IMF 총재이며 프랑스의 유망한 대통령 후보인 DSK는 몰염치한 색한처럼 묘사돼 온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르몽드는 3일 "뉴욕에서 파리까지, 느림의 예찬"이라는 사설에서 이 같은 왜곡 현상이 경찰의 단편적 피의사실 공포와 시간을 두고 사실을 관찰하지 않고 서둘러 성급하게 선정적으로 보도한 언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고개 드는 DSK 사건 음모설
DSK의 무죄 가능성이 보이자 벌써부터 그의 정계 복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 검찰의 태도 변화에 프랑스의 대선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뉴욕 검찰이 프랑스 대선을 원격조종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6월 28일부터 후보접수를 시작한 사회당의 내년 대선 예비선거에 DSK도 참가할 수 있도록 예선 일정을 연기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1일 파리지엥 신문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의 절반(49%)이 그의 정계복귀에 찬성하고 있다. 예선 일정 연기에 관해서는 찬성 43%에 비해 반대가 49%로 더 많으나 18일에 있을 뉴욕 재판에서 DSK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DSK의 성폭행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음모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음모 여부를 조사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르몽드는 2일 DSK가 대선 후보 예선 관계로 파리에 잠깐 들렸던 4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측근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고 음모설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파리 체류 중 DSK는 사르셀 시장인 프랑수아 퓌푸니와 라가르데르 그룹 대변인 람지 히룬 그리고 대선 홍보를 맡고 있는 클로드 바르톨론 세 사람과 두 차례 만나 속내를 털어놓는 기회를 가졌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DSK는 자기를 궁지에 몰기 위해 "여성을 이용해서 주차장에서 성폭행 당했다고 떠들게 하고 대가로 50만에서 100만유로를 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음모 시나리오를 넌지시 이야기했다.
그는 또 "IMF 내에서 러시아가 나를 축출하려고 한다. 그 배후에는 푸친이 있는 것 같은데 푸친은 사르코지와 가깝지"라는 말도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자기 추락의 시나리오 미리 쓴 DSK
그 후 2주일, 소피텔 사건이 터지자 이들 3인방은 DSK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 이야기가 자기의 추락을 미리 내다본 시나리오를 들려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앞을 내다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신중치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 원인을 찾았다. 그 원인은 바로 DSK 자신에게 있었다. 그의 여자 취향이다.
르몽드는 'DSK의 성격연구'라는 장문의 조사 결과를 싣고 그의 여성편력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한 마디로 DSK의 여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여러 차례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그 때마다 어떻게 위기를 넘겼다. 그래서 방심하게 되고 그러다 소피텔 사건 같은 대형사고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제 프랑스 국민도 DSK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좀 더 실감하게 됐다. 소피텔 사건이 DSK 본인이나 프랑스 국민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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