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미디어연구소 대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惡)의 축(軸)'으로 규정했다. 선악의 이원론적 개념이다. 그런 부시대통령도 두번째 임기 말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그의 퇴임과 함께 사라진 '악의 축'이 이명박정부 이후 이 땅에서 환생한 느낌이다. 반(反)북한 이념공세는 심지어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의식전환을 강요하는가 하면 친일(親日)역사의 각색도 마다 않는다. 그것도 국회와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추천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사태가 그 하나다. 초점은 천안함 침몰사건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신뢰한다'는 게 조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이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확신한다'는 '전향'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청문회의 속기록은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6·25가 북침입니까, 남침입니까'로 시작된 한 의원의 질문은 천안함 사건에서 조후보자의 의식을 걸고 넘어진다. '본인의 확신을 말해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한다.
조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의 성격을 설명하며 "정부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확신을 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한다.
그리고 문답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의 논쟁으로 확대된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과는 상관없이 그 속셈이 매우 악의적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좌파의 어투'로 몰아붙였다.
정작 조 후보자의 문제는 위장전입이다. 그는 10여년 전 경기도 광주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했다. 이때 자녀를 전학시키지 않기 위해 실제 거주지가 아닌 곳에 주소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분명 실정법 위반이다.
조 후보자는 "대단히 송구스럽다. 젊은 시절 서울을 떠나 전원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성급히 법적 규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진짜 문제는 조 후보 위장전입
헌법재판관으로서는 결격사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국회는 복합적 이유로 조 후보자에 대한 심사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의결을 미루었지만 이른바 색깔공세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와 또 다른 차원에서 한국방송공사(KBS)의 6·25특집 2부작 '전쟁과 군인'이 논란의 대상이다. KBS는 당초 6·25의 참상과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다큐는 방영 전부터 시민·언론단체는 물론 독립운동 단체의 반발을 샀다. 친일파 백선엽씨를 6·25의 전쟁영웅으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방송 역시 백씨를 영웅적 주인공으로 그리는 회고조의 내용이다. 전체 내용이 백씨를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백씨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하고 평양에 가장 먼저 입성했을 뿐 아니라 휴전회담 대표로 나선다.
반면 백씨의 친일전력에 관해서는 거의 무시할만한 수준의 묘사에 그친다. 더욱 백씨가 항일 조선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 대원이었다는 사실 등은 아예 밝히지 않는다. 간도특설대는 일제의 조선인 특수부대로 만주지역의 동포들에게 악명을 떨쳤다.
광복회는 이 다큐의 방영 전 방송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광복회는 공문을 통해 백씨에 관한 친일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와 친일인명사전의 백선엽 편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KBS는 광복회 의견에 대한 답변에서 프로그램 의도와 관련, '앞 세대가 6·25남침을 버텨내고 어떻게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왔는지 되짚어보는 데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요나 억지로 될 일 아니다
특히 "이 다큐가 광복회의 정신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고 본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상반된 인식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시각이 일제 하의 항일운동 시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 길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천암함 고치기는 강요나 억지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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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惡)의 축(軸)'으로 규정했다. 선악의 이원론적 개념이다. 그런 부시대통령도 두번째 임기 말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그의 퇴임과 함께 사라진 '악의 축'이 이명박정부 이후 이 땅에서 환생한 느낌이다. 반(反)북한 이념공세는 심지어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의식전환을 강요하는가 하면 친일(親日)역사의 각색도 마다 않는다. 그것도 국회와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추천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사태가 그 하나다. 초점은 천안함 침몰사건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신뢰한다'는 게 조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이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확신한다'는 '전향'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청문회의 속기록은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6·25가 북침입니까, 남침입니까'로 시작된 한 의원의 질문은 천안함 사건에서 조후보자의 의식을 걸고 넘어진다. '본인의 확신을 말해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한다.
조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의 성격을 설명하며 "정부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확신을 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한다.
그리고 문답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의 논쟁으로 확대된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과는 상관없이 그 속셈이 매우 악의적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좌파의 어투'로 몰아붙였다.
정작 조 후보자의 문제는 위장전입이다. 그는 10여년 전 경기도 광주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했다. 이때 자녀를 전학시키지 않기 위해 실제 거주지가 아닌 곳에 주소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분명 실정법 위반이다.
조 후보자는 "대단히 송구스럽다. 젊은 시절 서울을 떠나 전원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성급히 법적 규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진짜 문제는 조 후보 위장전입
헌법재판관으로서는 결격사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국회는 복합적 이유로 조 후보자에 대한 심사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의결을 미루었지만 이른바 색깔공세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와 또 다른 차원에서 한국방송공사(KBS)의 6·25특집 2부작 '전쟁과 군인'이 논란의 대상이다. KBS는 당초 6·25의 참상과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다큐는 방영 전부터 시민·언론단체는 물론 독립운동 단체의 반발을 샀다. 친일파 백선엽씨를 6·25의 전쟁영웅으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방송 역시 백씨를 영웅적 주인공으로 그리는 회고조의 내용이다. 전체 내용이 백씨를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백씨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하고 평양에 가장 먼저 입성했을 뿐 아니라 휴전회담 대표로 나선다.
반면 백씨의 친일전력에 관해서는 거의 무시할만한 수준의 묘사에 그친다. 더욱 백씨가 항일 조선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 대원이었다는 사실 등은 아예 밝히지 않는다. 간도특설대는 일제의 조선인 특수부대로 만주지역의 동포들에게 악명을 떨쳤다.
광복회는 이 다큐의 방영 전 방송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광복회는 공문을 통해 백씨에 관한 친일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와 친일인명사전의 백선엽 편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KBS는 광복회 의견에 대한 답변에서 프로그램 의도와 관련, '앞 세대가 6·25남침을 버텨내고 어떻게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왔는지 되짚어보는 데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요나 억지로 될 일 아니다
특히 "이 다큐가 광복회의 정신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고 본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상반된 인식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시각이 일제 하의 항일운동 시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 길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천암함 고치기는 강요나 억지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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