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9시간 동안 긴장 늦추지 않아 … 재판부와 배심원, 판결·평결 일치
국민참여재판 시행 3년 6개월이 지났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재판 과정에 참여해 평의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의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공판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행 3년 6개월만인 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존속살인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법정에 섰다. 이미 범행 자체를 자백한 상태였다. 검사와 변호인은 9명의 배심원들을 상대로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의 정신 상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이 시작될 때만해도 법정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지난 3월 아파트 13층에서 부친을 복도 밖으로 던져 살해한 피고인 김 모씨는 "사회보장제도를 내사해야 한다"거나 "서울구치소에는 바퀴벌레가 있다"는 식의 횡설수설을 이어갔다. 배심원과 방청인들은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명확히 판단할 근거를 찾아내지 못하는 듯 답답해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재판이 오후로 넘어가며 쟁점이 분명해지자 배심원들은 쟁점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정신의학적 상태가 판결을 가늠할 잣대가 된 것이다. 김씨의 정신 감정을 한 공주치료감호소 정신과 담당의사가 증인으로 나와 진술했다. 검찰이 재차 물었다.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가 확실합니까?" "네." 짧지만 분명한 인정이었다.
변호인단은 김씨의 심신상태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상태가 심신미약이라고 감정했지만, 한 달 동안 지켜본 것일뿐 실제 심신상실 상태와 다를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피고인의 정신상태에 초점을 맞춰 신문했다. 피고인에 대해 검찰은 심신미약을, 변호인은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라면 범죄 당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정신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의도성이 인정돼 형량이 높아진다.
반면 피고인이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에 의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치료에 중점을 두는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변호인측은 '심신상실' 판정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심신상실자에 대해 형법 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심신장애의 정도가 약한 심신미약은 형을 감경한다고 돼 있다.

배심원들도 전문의의 정신의학적 분석에 귀를 기울였다. 지루하던 양측 공방이 명확히 구분되는 순간이었다. 실제 평결에 참여하진 않지만 방청석에서 배심원의 역할을 경험하는 그림자 배심원들도 판단의 근거가 명확해졌다는 듯 조용히 의견을 나눴다.
재판부도 피고인의 심신장애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판장인 이원범 부장판사는 "증인(치료감호소 의사)은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 중 심신상실 상태가 몇 명이 있었나요"라고 질문했고, 증인은 "2명으로 기억합니다"고 답했다. 증인의 말을 종합하면 심신상실은 본인 스스로나 외부에서 제어하기 힘들 정도의 상태지만, 피고인의 정신감정은 심신상실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심원이 판단할 근거가 좀더 명확해진 듯 했다. '미약'과 '상실'에 대한 배심원의 판단이 크게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증인으로 나선 김씨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을 구해달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호소했다. 법정은 숙연했지만, 판단근거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오후 9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은 일치했다. 재판부는 존속살해죄로 김씨에게 징역 12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한편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살인죄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김씨의 살인은 제2유형인 '보통 동기 살인'에 속하고 기본형은 9년~13년이다.
하지만 존속살인이라는 특별양형인자가 더해져 형량범위가 12년~17년으로 가중됐다. 여기에 '심신미약'이라는 일반양형인자 중 감경요소가 고려돼 형량범위 중 가장 낮은 12년형이 선고된 것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국민참여재판 시행 3년 6개월이 지났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재판 과정에 참여해 평의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의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공판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행 3년 6개월만인 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존속살인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법정에 섰다. 이미 범행 자체를 자백한 상태였다. 검사와 변호인은 9명의 배심원들을 상대로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의 정신 상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이 시작될 때만해도 법정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지난 3월 아파트 13층에서 부친을 복도 밖으로 던져 살해한 피고인 김 모씨는 "사회보장제도를 내사해야 한다"거나 "서울구치소에는 바퀴벌레가 있다"는 식의 횡설수설을 이어갔다. 배심원과 방청인들은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명확히 판단할 근거를 찾아내지 못하는 듯 답답해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재판이 오후로 넘어가며 쟁점이 분명해지자 배심원들은 쟁점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정신의학적 상태가 판결을 가늠할 잣대가 된 것이다. 김씨의 정신 감정을 한 공주치료감호소 정신과 담당의사가 증인으로 나와 진술했다. 검찰이 재차 물었다.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가 확실합니까?" "네." 짧지만 분명한 인정이었다.
변호인단은 김씨의 심신상태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상태가 심신미약이라고 감정했지만, 한 달 동안 지켜본 것일뿐 실제 심신상실 상태와 다를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피고인의 정신상태에 초점을 맞춰 신문했다. 피고인에 대해 검찰은 심신미약을, 변호인은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라면 범죄 당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정신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의도성이 인정돼 형량이 높아진다.
반면 피고인이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되면, 정신질환에 의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치료에 중점을 두는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변호인측은 '심신상실' 판정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심신상실자에 대해 형법 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심신장애의 정도가 약한 심신미약은 형을 감경한다고 돼 있다.

배심원들도 전문의의 정신의학적 분석에 귀를 기울였다. 지루하던 양측 공방이 명확히 구분되는 순간이었다. 실제 평결에 참여하진 않지만 방청석에서 배심원의 역할을 경험하는 그림자 배심원들도 판단의 근거가 명확해졌다는 듯 조용히 의견을 나눴다.
재판부도 피고인의 심신장애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판장인 이원범 부장판사는 "증인(치료감호소 의사)은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 중 심신상실 상태가 몇 명이 있었나요"라고 질문했고, 증인은 "2명으로 기억합니다"고 답했다. 증인의 말을 종합하면 심신상실은 본인 스스로나 외부에서 제어하기 힘들 정도의 상태지만, 피고인의 정신감정은 심신상실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심원이 판단할 근거가 좀더 명확해진 듯 했다. '미약'과 '상실'에 대한 배심원의 판단이 크게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증인으로 나선 김씨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을 구해달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호소했다. 법정은 숙연했지만, 판단근거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오후 9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은 일치했다. 재판부는 존속살해죄로 김씨에게 징역 12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한편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살인죄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김씨의 살인은 제2유형인 '보통 동기 살인'에 속하고 기본형은 9년~13년이다.
하지만 존속살인이라는 특별양형인자가 더해져 형량범위가 12년~17년으로 가중됐다. 여기에 '심신미약'이라는 일반양형인자 중 감경요소가 고려돼 형량범위 중 가장 낮은 12년형이 선고된 것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