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주주들, 주가하락 항의 발언 … 새 대표이사에 박근희 사장
삼성생명 주주총회 열기가 후끈했다. 실적 개선과 배당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인지, 공모가 대비 16%나 하락한 주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500여명이 넘는 주주들이 3일 서울 삼성생명 본사 1층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위임까지 포함해 참석한 주주는 995명, 주식수로 따지면 1억5300만주였다. 전체 주식수가 2억주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2 이상이 참석한 것이다.
주주총회 의장은 지난 2006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어왔던 이수창 전 대표이사가 맡았다. 이 의장은 간단하게 영업 및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보고를 마친 후 바로 첫 번째 의안인 제55기(2010년 4월∼2011년 3월) 재무제표 승인건을 올렸다. 삼성생명은 전년보다 1조원이 늘어난 1조92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900여원이 증가한 2000원(배당률 400%)을 1주당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 의장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구미에서 올라왔다는 한 중년 남성이 발언 기회를 신청했다. 주주들이 이구동성으로 발언 기회를 주라고 요구한 다음에야 마이크가 중년 남성에게 넘어갔다. 이 남성은 "구미에서 새벽부터 올라오느라고 일도 못 나갔다면서 왜 이렇게 주주총회를 일찍 여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없이, 진행요원들이 마이크를 뺏으려 했고 이 의장 지시에 따라 진행요원들이 이 남성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어수선한 와중에 이 의장은 재무제표 승인건을 처리했다.
두 번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도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듯했으나, 다시 한 주주가 "공모가보다 떨어진 주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놔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장은 "주가는 1호 안건에 해당되는 얘기로 지금 안건은 그 내용을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겠다"고 무시했다. 결국 이사 선임 안건도 그대로 통과됐다.
박근희 보험영업부문 사장과 임영빈 전무가 사내이사로,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대표이사로 선임돼 삼성생명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박 사장은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삼성캐피탈ㆍ카드 사장, 삼성 중국본사 사장 등을 지냈다.
◆ "주주에게 손해 입힌 이사들 보수한도 250억원으로 왜 올리냐" = 이 의장은 마지막 의안으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지난해 한도액 200억원을 250억원으로 25%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한 주주가 발언 기회를 얻어 "주가가 많이 떨어져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이사들의 보수한도를 250억원으로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그냥 200억원으로 하자"고 수정 제안했다.또 다른 주주는 "내년까지 이렇게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면 경영진은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 의장은 "경영진의 신변문제까지 걱정해줘서 고맙긴 하나 이 역시 주가와 관련한 논의는 1호 의안 처리시 논의했어야 할 안건이지 지금 논의할 것은 아니다"고 답변한 후 보수한도 안건을 처리했다.
주주들의 의견들이 수렴되는 장이라는 주주총회 취지는 찾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말 현재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20.76%)과 에버랜드(19.34%) 등 11명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무려 51.77%에 달했다.
신세계(11.07%) CJ(3.20%) 등의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73.19%나 된다. 모든 것이 이 회장의 의도대로 처리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 모 주주는 "총회를 의례적인 절차로 여기면서 소액 주주들의 발언을 귀찮아하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며 "삼성생명은 공모가 부풀리기로 이건희 회장 등 일부 대주주만 이익을 보고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73년 삼성생명으로 입사했던 이수창 전 대표는 이날 삼성생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38년간의 '삼성맨' 생활을 마무리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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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주주총회 열기가 후끈했다. 실적 개선과 배당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인지, 공모가 대비 16%나 하락한 주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500여명이 넘는 주주들이 3일 서울 삼성생명 본사 1층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위임까지 포함해 참석한 주주는 995명, 주식수로 따지면 1억5300만주였다. 전체 주식수가 2억주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2 이상이 참석한 것이다.
주주총회 의장은 지난 2006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어왔던 이수창 전 대표이사가 맡았다. 이 의장은 간단하게 영업 및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보고를 마친 후 바로 첫 번째 의안인 제55기(2010년 4월∼2011년 3월) 재무제표 승인건을 올렸다. 삼성생명은 전년보다 1조원이 늘어난 1조92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900여원이 증가한 2000원(배당률 400%)을 1주당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 의장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구미에서 올라왔다는 한 중년 남성이 발언 기회를 신청했다. 주주들이 이구동성으로 발언 기회를 주라고 요구한 다음에야 마이크가 중년 남성에게 넘어갔다. 이 남성은 "구미에서 새벽부터 올라오느라고 일도 못 나갔다면서 왜 이렇게 주주총회를 일찍 여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없이, 진행요원들이 마이크를 뺏으려 했고 이 의장 지시에 따라 진행요원들이 이 남성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어수선한 와중에 이 의장은 재무제표 승인건을 처리했다.
두 번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도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듯했으나, 다시 한 주주가 "공모가보다 떨어진 주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놔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장은 "주가는 1호 안건에 해당되는 얘기로 지금 안건은 그 내용을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겠다"고 무시했다. 결국 이사 선임 안건도 그대로 통과됐다.
박근희 보험영업부문 사장과 임영빈 전무가 사내이사로,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대표이사로 선임돼 삼성생명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박 사장은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삼성캐피탈ㆍ카드 사장, 삼성 중국본사 사장 등을 지냈다.
◆ "주주에게 손해 입힌 이사들 보수한도 250억원으로 왜 올리냐" = 이 의장은 마지막 의안으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지난해 한도액 200억원을 250억원으로 25%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한 주주가 발언 기회를 얻어 "주가가 많이 떨어져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이사들의 보수한도를 250억원으로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그냥 200억원으로 하자"고 수정 제안했다.또 다른 주주는 "내년까지 이렇게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면 경영진은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 의장은 "경영진의 신변문제까지 걱정해줘서 고맙긴 하나 이 역시 주가와 관련한 논의는 1호 의안 처리시 논의했어야 할 안건이지 지금 논의할 것은 아니다"고 답변한 후 보수한도 안건을 처리했다.
주주들의 의견들이 수렴되는 장이라는 주주총회 취지는 찾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말 현재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20.76%)과 에버랜드(19.34%) 등 11명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무려 51.77%에 달했다.
신세계(11.07%) CJ(3.20%) 등의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73.19%나 된다. 모든 것이 이 회장의 의도대로 처리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 모 주주는 "총회를 의례적인 절차로 여기면서 소액 주주들의 발언을 귀찮아하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며 "삼성생명은 공모가 부풀리기로 이건희 회장 등 일부 대주주만 이익을 보고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73년 삼성생명으로 입사했던 이수창 전 대표는 이날 삼성생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38년간의 '삼성맨' 생활을 마무리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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