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지난 5일, 한국수자원공사 경북지역본부 직원들은 구미 금오산에서 등산객과 시민들에게 병물 1500병과 종량제 봉투를 배포하고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이날이 '환경의 날'임을 알리는 드문 행사였다.
제27차 국제연합 총회에서 매년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한 이후 마흔번째 맞는 날이었고, 우리나라가 1996년에 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한 이후 열여섯번째 맞는 날이었다.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수자원공사가 환경의 날을 잊지 않고 그런 행사나마 하는 걸 보니 대견스럽다.
구미를 대표하는 산천이 금오산과 낙동강인데, 그 시각 환경의 날을 맞이하는 낙동강은 신음 중이었다. 어떤 네티즌의 말처럼 "물색은 황하요, 물길은 나이아가라 폭포요, 강둑은 그랜드캐니언"이었다. 과장은 있지만 터무니없지는 않은 표현이다. 물론 수자원공사 직원들에겐 죄도 없고 힘도 없다. 그렇지만 강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놓고 산에서 물병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손발이 따로 노는 꼴이었다.
재작년 여름, 4대강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21명의 사람이 공사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시멘트에 빠져 죽고, 물에 빠져 죽고, 덤프트럭에 치어 죽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기 위해서 생목숨을 끓는 쇳물 속에 넣었다는 에밀레종 전설이 생각난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종소리를 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걸 위해서 생목숨이 희생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데, 하물며 강을 파헤치는 일에 그 짧은 기간 동안 수십명의 목숨이 사라졌다니 가슴이 먹먹하다.
물에 빠져 죽고, 트럭에 치어 죽고
이렇게 말하면 4대강공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큰 공사를 하다가 보면 그런 일이 당연히 생긴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지난해 4대강 사업장의 사망률은 전체 건설사업장의 사망률보다 3.7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를 보았다.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여당 의원의 분석이다. 하루 8시간 근로를 지키는 곳이 전국 154곳 가운데 2곳밖에 없단다. '치적'을 위해서 밤낮없이 몰아붙인 결과는 애꿎은 사람들의 죽음이었다.
이렇게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국가에서 보상을 해주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이 많은 4대강 사망사고 가운데 지금까지 경찰이나 노동부가 건설 회사나 현장소장을 입건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여섯 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4대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죽으면 그 책임은 공사 주체인 정부나 기업이 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자가 지게 된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을 몰다가 다른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운전기사를 기소하는 식이다. 정말 딱한 노릇이다.
국토해양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내일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4대강 공사에서 발생한 부상자 수는 불과 15명뿐이다. 사망자가 20명쯤 된다면 재해자가 500명 이상은 나와야 정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2009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18개월간 산재를 신청해 승인을 받은 이는 단 11명이다. 말 못할 사정이 뭔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4대강사업을 두고 '국가백년대계'라고 하는 모양인데, 백년대계라면 백년에 걸쳐서 해도 모자랄 일 아닌가. 그걸 한두 해 안에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니, 이번 환경의 날처럼 환경문제가 크고 심각하게 다가왔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일본의 대지진 재앙으로 인한 원전사고와 방사능 물질 유출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고,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엄청난 걱정을 했고, 최근에는 유럽발 변종 박테리아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군부대 안에 독성물질이 여기저기 묻혀 있다는 소식도 머리를 아프게 한다.
구미단수 피해시민들, 손해배상 청구
우울한 환경의 날이었지만 희망도 보았다. 지난달 낙동강공사로 인한 구미지역의 단수피해에 대해서 국가와 구미시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가구 수가 4000 이상이다.
주민 수로 보면 1만2000명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일은 드문 일일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다. 내년에는 좀 더 밝은 환경의 날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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