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타이어 발암분유 등 '여론재판' 잇달아
선정보도 내보내며 '괘씸죄' 적용 … 정부기관까지 가세 '한국기업 때리기'
중국의 '한국기업 때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사건과 서해상 한미연합훈련 이후 중국언론의 '한국정부 때리기'가 불거졌다면 올해 들어서는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보도와 민관의 관련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한국기업의 타이어제품에 대한 중국 측의 부정적인 대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언론과 민간 부문에 이어 이제는 정부기관까지 '한국기업 때리기'에 동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언론이 때리고 정부 사후 단속 나서 = 중국 내 유통되는 공산품의 품질 감독과 농축산물 검역을 전담하는 중국 국가질량감독총국은 10일 '한국타이어의 일부 제품에 존재하는 품질안전 관련 잠재적 위험에 관한 경고 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총국은 통지에서 "최근 관련 전문가들이 장쑤 한국타이어유한공사가 생산한 타이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며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계 또는 제조공정의 문제로 타이어 내부의 케이블이 외부로 노출돼 타이어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총국이 지적한 생산품은 2010년 50번째 주에 생산한, 중거리 중대형 버스에 사용하는 11R22.5 AH18 규격의 타이어로서 총국은 사용자들 중 이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각 지방 품질감독부처들에게 일상적 감독업무 중 한국타이어의 관련 제품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를 벌이고 총국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통지가 있기 전 중국언론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연이어 쏟아냈다.
중국경제주간 인터넷판은 7일 "2005년부터 한국드라마의 수출총액이 하락하면서 '한류(韓流)'가 '한류(寒流)'가 됐다"며 "이 '한류(寒流)'가 TV드라마산업에서 타이어산업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주간은 한국타이어제품에 대한 고발이 급증하고 있다며 "동관의 한 소매상의 경우, 2010년에 생산된 제품 20여 개 중 8개 제품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이 소매상이 한국타이어 측에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실시된 자체 조사에서 100여 개 타이어 중 30%가 문제제품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베이징과기보도 지난달 30일 "한국타이어의 품질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2007년 4월 한국타이어를 사용 중인 버스가 허난성에서 타이어 폭발사고로 길가 개울에 처박히면서 11명이 죽고 4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08년 중국소비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고발사건 중 90%가 품질에 관한 것이었고 495건의 타이어 관련 고발 중 비교적 심각한 것이 한국타이어의 표면이 부풀어 오르는 문제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계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내 타이어 관련 소비자고발에서 한국타이어 제품이 어느 정도 비중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규정 위반 없어도 '문제기업' 몰려 =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15일 중국 CCTV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내부 생산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톈진공장이 2개월 23일간 소비자인증인 '3C인증'을 박탈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3C인증을 박탈당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생산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른바 '여론재판'에 회부돼 품질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몰렸다.
이 문제는 금호타이어 측이 리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중 한국대사관이 직접 나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중국 민간단체 측에서는 이를 쉽게 넘기지 않을 분위기다. 상하이증권보는 2일 "금호타이어의 재생고무 사용 문제가 드러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권익보호는 이제 초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 프로그램은 금호타이어가 내부규정과는 달리 재생고무를 너무 많이 썼다고 보도했고 금호타이어는 작업 기준에 따르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심각한 안전문제를 일으킬 사안은 아니라고 대응했다. 톈진시 질량총국도 안전문제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른바 소비자권익보호운동을 하는 베이징시 후이청법률사무소의 왕빈 변호사는 규정을 어긴 금호타이어나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중국질량인증센터 모두 책임이 있다며 법원에 고발했다. 왕 변호사는 문제가 됐던 톈진공장 외에 난징, 창춘공장 모두 고발했다며 세 개 공장 다 금호타이어라는 한국기업이 경영하는 곳이므로 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는 포르말린이 함유된 사료를 먹은 젖소에서 우유를 얻어내 문제가 된 사건이 한국 분유를 수입하는 중국에서는 분유 안전문제로 비화됐다. 분유의 품질이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는 중국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극미량의 포르말린이 검출된 사건을 두고 중국언론이 보인 태도는 다소 선정적으로 비출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칭다오조보는 '한국 매일우유에서 포르말린 검출, 분유는 칭다오에서 여전히 판매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포르말린이 검출된 우유를 생산한 기업이 만든 분유가 여전히 판매 중이라는 내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기사내용은 "한국의 3대 우유업체인 매일유업의 우유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고 그 원인은 오염된 수입사료를 먹였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의 분유는 칭다오에서 판매 중이지만 포르말린 의심 제품은 분유와는 관계없기 때문에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기사 모두 제목만을 놓고 보면 한국 분유에 대한 소비자불신을 일으킬 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중국으로 수입되는 매일유업의 분유에서 아질산염이 검출돼 소비자불신을 키웠다.
신경보는 지난달 11일 "한국산 수입 분유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고 폐기량만 2톤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회고'라는 형식으로 포르말린 사건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잘나가는 외자기업 견제와 경고로 해석 = 타이어나 분유 모두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므로 관련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 측의 민감한 태도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언론보도는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당국의 대응도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며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고 매일유업도 중국 내 분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서 완성차업체들에 공급되는 타이어시장의 점유율이 20%로 1위에 올라있고 한국타이어도 소비자용 타이어 판매시장 점유율이 20%로 역시 1위에 올라있다. 중국이 2009년 이후 3년째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그 과실을 한국 타이어 업체 두 곳에서 나눠 갖고 있는데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15일자 중국 CCTV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CCTV를 비롯해 최고인민검찰원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상무부 등 중국 14개 주요 국가기관들이 공동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0년 6월과 7월, 그리고 올해 1월에 잠입해서 취재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됐다. 중국 정부가 정조준해서 1년간 조사했다고 봐야 한다.
인기 높았던 한국드라마가 중국 당국의 규제와 이에 대한 언론의 지원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례를 한국기업들이 반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애 리포터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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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보도 내보내며 '괘씸죄' 적용 … 정부기관까지 가세 '한국기업 때리기'
중국의 '한국기업 때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사건과 서해상 한미연합훈련 이후 중국언론의 '한국정부 때리기'가 불거졌다면 올해 들어서는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보도와 민관의 관련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한국기업의 타이어제품에 대한 중국 측의 부정적인 대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언론과 민간 부문에 이어 이제는 정부기관까지 '한국기업 때리기'에 동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언론이 때리고 정부 사후 단속 나서 = 중국 내 유통되는 공산품의 품질 감독과 농축산물 검역을 전담하는 중국 국가질량감독총국은 10일 '한국타이어의 일부 제품에 존재하는 품질안전 관련 잠재적 위험에 관한 경고 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총국은 통지에서 "최근 관련 전문가들이 장쑤 한국타이어유한공사가 생산한 타이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며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계 또는 제조공정의 문제로 타이어 내부의 케이블이 외부로 노출돼 타이어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총국이 지적한 생산품은 2010년 50번째 주에 생산한, 중거리 중대형 버스에 사용하는 11R22.5 AH18 규격의 타이어로서 총국은 사용자들 중 이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각 지방 품질감독부처들에게 일상적 감독업무 중 한국타이어의 관련 제품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를 벌이고 총국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통지가 있기 전 중국언론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연이어 쏟아냈다.
중국경제주간 인터넷판은 7일 "2005년부터 한국드라마의 수출총액이 하락하면서 '한류(韓流)'가 '한류(寒流)'가 됐다"며 "이 '한류(寒流)'가 TV드라마산업에서 타이어산업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주간은 한국타이어제품에 대한 고발이 급증하고 있다며 "동관의 한 소매상의 경우, 2010년에 생산된 제품 20여 개 중 8개 제품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이 소매상이 한국타이어 측에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실시된 자체 조사에서 100여 개 타이어 중 30%가 문제제품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베이징과기보도 지난달 30일 "한국타이어의 품질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2007년 4월 한국타이어를 사용 중인 버스가 허난성에서 타이어 폭발사고로 길가 개울에 처박히면서 11명이 죽고 4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08년 중국소비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고발사건 중 90%가 품질에 관한 것이었고 495건의 타이어 관련 고발 중 비교적 심각한 것이 한국타이어의 표면이 부풀어 오르는 문제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계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내 타이어 관련 소비자고발에서 한국타이어 제품이 어느 정도 비중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규정 위반 없어도 '문제기업' 몰려 =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15일 중국 CCTV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내부 생산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톈진공장이 2개월 23일간 소비자인증인 '3C인증'을 박탈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3C인증을 박탈당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생산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른바 '여론재판'에 회부돼 품질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몰렸다.
이 문제는 금호타이어 측이 리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중 한국대사관이 직접 나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중국 민간단체 측에서는 이를 쉽게 넘기지 않을 분위기다. 상하이증권보는 2일 "금호타이어의 재생고무 사용 문제가 드러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권익보호는 이제 초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 프로그램은 금호타이어가 내부규정과는 달리 재생고무를 너무 많이 썼다고 보도했고 금호타이어는 작업 기준에 따르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심각한 안전문제를 일으킬 사안은 아니라고 대응했다. 톈진시 질량총국도 안전문제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른바 소비자권익보호운동을 하는 베이징시 후이청법률사무소의 왕빈 변호사는 규정을 어긴 금호타이어나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중국질량인증센터 모두 책임이 있다며 법원에 고발했다. 왕 변호사는 문제가 됐던 톈진공장 외에 난징, 창춘공장 모두 고발했다며 세 개 공장 다 금호타이어라는 한국기업이 경영하는 곳이므로 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는 포르말린이 함유된 사료를 먹은 젖소에서 우유를 얻어내 문제가 된 사건이 한국 분유를 수입하는 중국에서는 분유 안전문제로 비화됐다. 분유의 품질이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는 중국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극미량의 포르말린이 검출된 사건을 두고 중국언론이 보인 태도는 다소 선정적으로 비출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칭다오조보는 '한국 매일우유에서 포르말린 검출, 분유는 칭다오에서 여전히 판매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포르말린이 검출된 우유를 생산한 기업이 만든 분유가 여전히 판매 중이라는 내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기사내용은 "한국의 3대 우유업체인 매일유업의 우유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고 그 원인은 오염된 수입사료를 먹였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의 분유는 칭다오에서 판매 중이지만 포르말린 의심 제품은 분유와는 관계없기 때문에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기사 모두 제목만을 놓고 보면 한국 분유에 대한 소비자불신을 일으킬 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중국으로 수입되는 매일유업의 분유에서 아질산염이 검출돼 소비자불신을 키웠다.
신경보는 지난달 11일 "한국산 수입 분유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고 폐기량만 2톤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회고'라는 형식으로 포르말린 사건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잘나가는 외자기업 견제와 경고로 해석 = 타이어나 분유 모두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므로 관련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 측의 민감한 태도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언론보도는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당국의 대응도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며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고 매일유업도 중국 내 분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서 완성차업체들에 공급되는 타이어시장의 점유율이 20%로 1위에 올라있고 한국타이어도 소비자용 타이어 판매시장 점유율이 20%로 역시 1위에 올라있다. 중국이 2009년 이후 3년째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그 과실을 한국 타이어 업체 두 곳에서 나눠 갖고 있는데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15일자 중국 CCTV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CCTV를 비롯해 최고인민검찰원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상무부 등 중국 14개 주요 국가기관들이 공동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0년 6월과 7월, 그리고 올해 1월에 잠입해서 취재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됐다. 중국 정부가 정조준해서 1년간 조사했다고 봐야 한다.
인기 높았던 한국드라마가 중국 당국의 규제와 이에 대한 언론의 지원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례를 한국기업들이 반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애 리포터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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