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 있는 만남 - 독서지도 대통령상 받은 만경여고 김영자 교사 <꼭지>

지역내일 2001-11-21
"책속에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다"
모교서 19년간 책과의 전쟁· 눈높이 독서지도 전국 확산

'고등학교 3년동안 100권의 책을 읽어야 졸업장을 주는 학교가 있다면?'
유독 가을이 되면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어까지 만들어 냈겠느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책읽기를 정규 교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김제 만경여고(교장 백종근) 학생들은 입학과 함께 책에 파묻혀 산다. 독서와 독후감 쓰기, 독서토론으로 1학년을 보내면 2학년 1학기부터는 정규 교과과정으로 시작된 책읽기 국어시간이 학생들을 맞는다. 만경여고 학생들은 1학년때 50권, 2·3학년때 각각 25권씩 100권의 책을 읽어야 교문을 나설 수 있다.

책과의 인터뷰·패러디작품 '뚝딱' 만들기도
만경여고의 '책읽기'는 여느 학교의 그것과 시작부터가 다르다. 정규교과인 독서 작문 문학 수업에 필요한 기본도서로 선정된 100편의 작품목록이 학기초에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1학년 학생들은 기본학습과정을 통해 작품의 느낌과 기억나는 내용을 기록하는 독서노트, 독서일기를 쓴다. 도서광고나 서평을 통해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신문서평을 베껴 써보거나, 읽은 책의 내용을 도서광고로 만들어 보기도 한다. 내용에 나오는 낱말을 골라 퍼즐을 만들어 풀어보기도 한다.
지도교사 김영자(44세)씨는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기회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본프로그램을 거친 학생들은 2,3학년으로 진급해 심화학습과정에 들어간다. 책을 통해 사고력과 표현력을 길러보는 과정이다. 독서토론은 물론이고 책 내용을 토대로 독서칼럼을 쓴다. 읽은 작품을 패러디 해보기도 하고 작품의 주인공과 가상의 대화를 해 보는 '인터뷰 독후감 쓰기', 작품의 결말을 시작으로 해서 속편을 만들어 내고 촌극의 시나리오로 개작을 해 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학생들은 평가에 들어가는 100편은 기본이고 너도나도 책을 찾아 지난 96년에는 학교 도서실을 정비하고 다량의 새책을 들여놓아야 했다.
지금은 기말시험이 끝난 기간이나 학년평가가 마무리 된 매년 2월에는 전교생이 함께 책읽기에 나설 정도가 됐다.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작품을 한데 모으는 독서축제를 개최해 올해로 4번째를 맞기도 했다.

19년간 계속된 책과의 씨름
만경여고의 특이한 시도는 이 학교 국어교사인 김영자(44세)씨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입시에 얽매여 주위를 돌아볼 겨를 도 없이 보내온 삭막한 길을 후재이자 제자들이 답습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1983년 모교의 교단에 섰다.
김 교사는 "무조건 외우고 또 외우는 것을 독서로 알고 지냈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면서 "1~2년 후에 밀려오는 초라함과 공허함을 제자들에게 안기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부임 이듬해부터 독서교육을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가 작은 도서실을 만들고 책을 모았다. 수업시간마다 책읽기를 강조하고 독서와 문학, 작문수업은 교실을 벗어나 도서실에서 진행했다.
처음 1학년과 2,3학년을 나눠 독서교육을 심화시키겠다고 제안했을 때 학교와 선배교사들이 '무리'라고 말릴 때 '일단 시도해 보고 결정해 달라'고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지금의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독서지도법'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92년부터는 전국을 돌면서 독서지도에 관한 강연과 설명회를 가져 독서지도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교사는 "과정에 참가한 많은 학생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그런 경험을 한데 모아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한다. 올 겨울방학에도 전국 6곳에서 '독서지도 특강'이 잡혀 있을 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김 교사의 이러한 노력은 '독서새물결추진위원회(위원장 정원식)가 마련해 지난 20일 열린 '제8회 독서대상'의 최고상인 대통령상 수상자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에게서 얻는 지혜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책에는 향기가 있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독서 예찬론'을 펴놓는다.
정작 자신의 역할을 '책의 바다에 빠진 제자들에게 나침반 역할'로 평가하고, 이미 성장해 자신과 같은 교사에 입장에 있는 옛날의 제자들과 책읽기의 즐거움을 나누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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