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원인 모를 진동은 괜찮다? (문창재)

지역내일 2011-07-08

39층 빌딩이 크게 흔들려 입주자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이어진 테크노마트 빌딩이다. 입주 상인과 사무실 직원만 수천명, 드나드는 고객이 하루 수만명이라는 동부서울의 랜드마크다. 그런데 안전당국은 원인은 모르겠으나 위험은 없다고 강제퇴거 명령을 서둘러 해제했다.

괜찮을까. 당국이 주장하는 대로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 만일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면 9·11 참사에 못지않을 대재앙일 텐데, 당국은 왜 그리 서둘러 재입주를 결정한 것일까.

이런 상념들이 다 부질없는 기우(杞憂)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불안하여 자꾸 마음이 쓰이는 것은 악몽 같은 지난날의 기억 때문이다.

5일 오전 10시 57분 께. 이상한 진동을 느낀 테크노마트 사무동 고층 입주자들은 새파랗게 질려 건물을 탈출했다. 가끔 있었다는 가벼운 흔들림과는 감이 달랐다. 건물이 아래 위로 심하게 움직여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이 떨어졌다. 그런 진동이 10분 가까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건물 관리회사 측은 "안전에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구내방송을 내보냈다.

'4D 영화관' '러닝머신'이 진동 일으킨 장본인일까

오전 11시 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방재당국과 구청 관계자 및 빌딩 관리회사 측 대책회의가 열렸다. 강제퇴거 조치가 결정되어 사무동 39개 층과 테크노마트 전 매장의 긴급 대피가 뒤따랐다.

곧 안전진단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오후 7시 30분, 관할 광진구청은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7일 오전 9시를 기해 퇴거명령을 해제한다고 했다. 괜찮으니 다시 들어가라고, 3일 간의 강제퇴거 조치를 30시간 만에 철회한 것이다. 아무 걱정 없다는 결론이었다. 불안해하는 국민을 인식한 탓일까, 앞으로 3개월 동안 정밀진단을 하겠다는 말이 덧붙었다.

안전진단은 최고의 권위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맡았다. 지하 6개 층과 고층부 7개 층, 그리고 기계설비에 국한된 육안조사였다. 겉보기에 건물구조와 기초에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동이었다는 결론이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에 의문을 품는 보도진에게 구청 측은 "내부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사무동 12층 피트니스센터와 판매동 11층 영화관은 계속 영업을 제한시키겠다는 것이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러닝머신에서 뜀뛰기를 한 것과, 4D 체험영화관 진동을 원인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도저히 풀기 어려운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피트니스센터 러닝머신에서 동시에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한 것이 지진으로 의심될 정도의 진동을 일으킨다는 추론에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 안전진단을 지휘한 서울시 관계자도 "미스터리다. 나도 원인이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재입주 조치가 이루어져 지금 테크노마트 매장과 사무동에는 수천명 종사자들이 되돌아갔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종사자도 고객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객들 발길도 크게 줄었다.

그런 불안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건물 관리회사와 일부 업주들의 목소리가 작용했다고 한다. 그 많은 입주회사와 점포들의 손실배상 압력을 느낀 조치라는 것이다. "붕괴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도 안 된다"고 큰소리 친 관리회사 측은 구청의 강제퇴거 명령에 강하게 반발했었다. 강제퇴거 명령이 그들의 압력으로 대피명령으로 바뀌었다.

놀라운 안전 불감증이 대재앙의 단초

그렇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책임을 진 당국이 그렇게 쉽사리 굴복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고도 당장의 손익에만 눈먼 이해당사자들 주장에 휘둘리는 나약한 처사가 개탄스럽기만 하다.

재해에는 확률과 가능성이 통하지 않는다. 1000년 빈도의 확률에 대비하지 못 해 미증유의 재난을 당한 일본 동북지방의 참상을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원인 없는 진동이 어디 있는가. 겉눈으로만 살펴보아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흔들린 빌딩에 사람을 넣어 놓고 원인을 찾겠다는 놀라운 안전 불감증이 대재앙의 단초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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