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이사장
서기 1세기에 사도 바울은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고, 남자와 여자도 따로 없다'는 글을 썼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매우 불온한 발언이었다. 잡혀갈 수도 있는 위험한 주장이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조차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게 불과 몇십년 전의 일이니, 바울의 이 선언이 거의 2000년이나 가까이 지나서야 형식적으로나마 우리 생활 속에서 실현이 된 것이다. 일찍이 예수도 같은 생각을 가졌었고, 다른 성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해고에 맞서기 위해서 185일째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전국에서 버스를 전세내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모였다.
그 버스는 200여 대에 가까웠고, 장대비 가운데서도 1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한다. 경찰은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차벽을 설치한 채 그들을 향하여 물대포를 쏘고 최루액을 뿌려댔다. 모두들 아까운 시간 내서 자기 돈 들여서 그 멀리까지 갔는데, '희망버스'에서 '경찰버스'로 갈아탄 사람들도 수십명에 이른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누구든지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아직도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등인권의 정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항거하여 자기 몸을 불태웠던 전태일은 이렇게 절규했다.
노동자 보호 위해 경찰 출동한 적 있나
"업주들은 한끼 점심값에 200원을 쓰면서 어린 직공들은 하루 세끼 밥값이 50원, 이건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 그들도 사람, 즉 인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각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보면 좋아할 줄 알고, 즐거운 것을 보면 웃을 줄 아는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의 영장, 즉 인간입니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貧)한 자는 부(富)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요즘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 거의 안 빠지고 나오는 장면이 재벌 집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다. 그들은 한끼에 수십만원 하는 밥을 먹는 것은 보통이고, 하룻밤 술값에도 아낌없이 돈을 써댄다. 소소한 생필품도 서민들은 만져보지도 못하는 '명품'을 쓴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부러움을 느낄까, 아니면 '아, 열심히 돈 벌면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할까. 만일 부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분노로 바뀌어야 정상이 아닐까. '노력하면 저렇게 살 수 있다'는 생각도 꿈일 뿐이다.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궁금한 게 또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에서 경찰이 노동자들을 보호하러 출동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노동자가 탄압을 받고 사측은 보호를 받는 걸까. 서로 다투다 보면 잘잘못이 엇갈리기 마련인데 어째서 어김없이 노동자들만 '불법행위자'로 낙인찍히는 걸까.
미국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는 어제 "희망버스와 1만명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는 정말 못 믿을 경이로운 이야기"라고 밝혔는데, 그 경이로운 일이 어째서 우리나라의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불법'으로 보이는 것일까.
사장이나 수위나 생활수준은 비슷
어릴 적, 덴마크에서 오래 살다가 귀국한 아버지 친구 분이 우리집에 오셔서 사진들을 보여주며 해주셨던 말씀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덴마크라는 나라에서는 도시 사람이나 시골 사람이나 비슷하게 살아. 사장이나 수위나 생활수준이 비슷하지."
큰 회사 사장이나 그 회사 직원이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 세상,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수도권 사람이나 지방 사람이나 차별 없이 사는 세상, 남자나 여자나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세상,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행복한 세상, 대학 나온 사람이나 안 나온 사람이나 다 같이 당당한 세상, 그런 세상을 우리는 언제나 맛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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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세기에 사도 바울은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고, 남자와 여자도 따로 없다'는 글을 썼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매우 불온한 발언이었다. 잡혀갈 수도 있는 위험한 주장이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조차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게 불과 몇십년 전의 일이니, 바울의 이 선언이 거의 2000년이나 가까이 지나서야 형식적으로나마 우리 생활 속에서 실현이 된 것이다. 일찍이 예수도 같은 생각을 가졌었고, 다른 성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해고에 맞서기 위해서 185일째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전국에서 버스를 전세내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모였다.
그 버스는 200여 대에 가까웠고, 장대비 가운데서도 1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한다. 경찰은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차벽을 설치한 채 그들을 향하여 물대포를 쏘고 최루액을 뿌려댔다. 모두들 아까운 시간 내서 자기 돈 들여서 그 멀리까지 갔는데, '희망버스'에서 '경찰버스'로 갈아탄 사람들도 수십명에 이른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누구든지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아직도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등인권의 정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항거하여 자기 몸을 불태웠던 전태일은 이렇게 절규했다.
노동자 보호 위해 경찰 출동한 적 있나
"업주들은 한끼 점심값에 200원을 쓰면서 어린 직공들은 하루 세끼 밥값이 50원, 이건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 그들도 사람, 즉 인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각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보면 좋아할 줄 알고, 즐거운 것을 보면 웃을 줄 아는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의 영장, 즉 인간입니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貧)한 자는 부(富)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요즘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 거의 안 빠지고 나오는 장면이 재벌 집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다. 그들은 한끼에 수십만원 하는 밥을 먹는 것은 보통이고, 하룻밤 술값에도 아낌없이 돈을 써댄다. 소소한 생필품도 서민들은 만져보지도 못하는 '명품'을 쓴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부러움을 느낄까, 아니면 '아, 열심히 돈 벌면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할까. 만일 부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분노로 바뀌어야 정상이 아닐까. '노력하면 저렇게 살 수 있다'는 생각도 꿈일 뿐이다.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궁금한 게 또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에서 경찰이 노동자들을 보호하러 출동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노동자가 탄압을 받고 사측은 보호를 받는 걸까. 서로 다투다 보면 잘잘못이 엇갈리기 마련인데 어째서 어김없이 노동자들만 '불법행위자'로 낙인찍히는 걸까.
미국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는 어제 "희망버스와 1만명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는 정말 못 믿을 경이로운 이야기"라고 밝혔는데, 그 경이로운 일이 어째서 우리나라의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불법'으로 보이는 것일까.
사장이나 수위나 생활수준은 비슷
어릴 적, 덴마크에서 오래 살다가 귀국한 아버지 친구 분이 우리집에 오셔서 사진들을 보여주며 해주셨던 말씀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덴마크라는 나라에서는 도시 사람이나 시골 사람이나 비슷하게 살아. 사장이나 수위나 생활수준이 비슷하지."
큰 회사 사장이나 그 회사 직원이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 세상,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수도권 사람이나 지방 사람이나 차별 없이 사는 세상, 남자나 여자나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세상,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행복한 세상, 대학 나온 사람이나 안 나온 사람이나 다 같이 당당한 세상, 그런 세상을 우리는 언제나 맛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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