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휘문고 교사 / 전국학부모지원단 고문
6월 평가원 모의 평가 이후 쉬운 수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정부는 작년에 수능 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 EBS연계에 따른 사교육 절감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올해 수능은 영역별 만점자가 1% 이상 되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6월 모의평가를 아주 쉽게 출제하여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수능 난이도를 통하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정책이다. 수능 시험을 너무 어렵게 출제하면 학교 공부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사교육을 기웃거리게 되고, 일반고 교육과정으로 고득점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중학생들도 특목고나 자사고에 관심을 가지면서 중학교 단계부터 사교육비 지출이 커 질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능을 쉽게 출제하면 상위권과 중위권의 간격이 좁혀져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태여 내신 성적이 불리한 특목고로 발길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학교와 EBS 중심으로 공부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비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위권이나 하위권 학생들까지도 희망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정부의 원래 방침도 이렇게 EBS와 연계하여 사교육비를 줄여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그러나 수능이 너무 쉬우면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진다. 수능 수험생 60만 명 중 1%이상이 만점이면 6000명이 넘는다. 네 개 영역 득점을 합하여 총점을 내거나, 반영 비율에 따라 점수를 환산한다 해도 최상위권에서 총점 동점자 수가 수백~수천 명에 이를 것이다.
정시 모집에서 가, 나, 다군으로 나누어 선발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동점자들은 일부 인기학과로 모여드는 구조이다.
어려우면 사교육 기웃하기 마련
예를 들어 총점이 같은 수험생이 1000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한 모집 단위에 평균적으로 100명씩 지원한다면 10개 학과의 수능 합격선이 같아진다는 계산이다. 전년도 배치 참고표로 보면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인류지리학과군까지 합격선이 같아질 수 있다.
이렇게 수능의 변별력이 없어지면, 내신성적이나 논구술, 비교과 등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이미 내신 성적은 모두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논술이나 서류 역시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정시 모집에서는 많은 대학들이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하기 때문에 동점자를 처리하는데 큰 어려움도 예상된다.
쉬운 수능에 가장 불만을 나타내는 그룹은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들이다. 이들은 이미 3년 전에 내신 성적이 불리해도 수능 점수나 대학별 고사로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했다. 정부가 갑자기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하니 내신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물수능 때문에 물 먹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수학능력 시험은 능력이 다양한 60만 명이 보는 시험이다. 평균이 50점도 안 될 정도로 너무 어렵게 출제하여 많은 수험생들의 기를 죽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쉽게 출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수능 시험과 그 시험을 보는 수험생과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은 교육과정 평가원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만 20회 이상 수능 시험 및 모의 평가를 출제하고 채점한 집단이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서서 쉽게 출제하라 어렵게 출제하라 지시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노하우와 자존심을 건드려 성공한 사례가 없다.
쉬우면 총동점자 수천명 나와
1997년에는 특목고학부모들이 연일 시위를 하고, 2001년과 2002년에는 불수능과 물수능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고, 2007년에는 3년간 공들여 준비한 수능 등급제가 도마에 올라 현 정부의 버림을 받았다. 정권 말기 때마다 대입 정책으로 한몫(?) 챙기려던 시도는 국민들로부터 크게 비난만 받았던 것이 수능의 역사다.
어떤 시험이든 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실을 보는 사람이 있다. 득을 본 사람은 가만히 있지만 조금이라도 실을 본 사람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시험이든 성적표를 내 주기 전까지는 쉽다 어렵다 말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 되었다. 앞으로 9월 모의 평가, 11월 대입수능이 어떻게 전개될지 심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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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평가원 모의 평가 이후 쉬운 수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정부는 작년에 수능 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 EBS연계에 따른 사교육 절감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올해 수능은 영역별 만점자가 1% 이상 되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6월 모의평가를 아주 쉽게 출제하여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수능 난이도를 통하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정책이다. 수능 시험을 너무 어렵게 출제하면 학교 공부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사교육을 기웃거리게 되고, 일반고 교육과정으로 고득점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중학생들도 특목고나 자사고에 관심을 가지면서 중학교 단계부터 사교육비 지출이 커 질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능을 쉽게 출제하면 상위권과 중위권의 간격이 좁혀져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태여 내신 성적이 불리한 특목고로 발길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학교와 EBS 중심으로 공부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비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위권이나 하위권 학생들까지도 희망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정부의 원래 방침도 이렇게 EBS와 연계하여 사교육비를 줄여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그러나 수능이 너무 쉬우면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진다. 수능 수험생 60만 명 중 1%이상이 만점이면 6000명이 넘는다. 네 개 영역 득점을 합하여 총점을 내거나, 반영 비율에 따라 점수를 환산한다 해도 최상위권에서 총점 동점자 수가 수백~수천 명에 이를 것이다.
정시 모집에서 가, 나, 다군으로 나누어 선발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동점자들은 일부 인기학과로 모여드는 구조이다.
어려우면 사교육 기웃하기 마련
예를 들어 총점이 같은 수험생이 1000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한 모집 단위에 평균적으로 100명씩 지원한다면 10개 학과의 수능 합격선이 같아진다는 계산이다. 전년도 배치 참고표로 보면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인류지리학과군까지 합격선이 같아질 수 있다.
이렇게 수능의 변별력이 없어지면, 내신성적이나 논구술, 비교과 등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이미 내신 성적은 모두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논술이나 서류 역시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정시 모집에서는 많은 대학들이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하기 때문에 동점자를 처리하는데 큰 어려움도 예상된다.
쉬운 수능에 가장 불만을 나타내는 그룹은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들이다. 이들은 이미 3년 전에 내신 성적이 불리해도 수능 점수나 대학별 고사로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했다. 정부가 갑자기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하니 내신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물수능 때문에 물 먹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수학능력 시험은 능력이 다양한 60만 명이 보는 시험이다. 평균이 50점도 안 될 정도로 너무 어렵게 출제하여 많은 수험생들의 기를 죽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쉽게 출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수능 시험과 그 시험을 보는 수험생과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은 교육과정 평가원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만 20회 이상 수능 시험 및 모의 평가를 출제하고 채점한 집단이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서서 쉽게 출제하라 어렵게 출제하라 지시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노하우와 자존심을 건드려 성공한 사례가 없다.
쉬우면 총동점자 수천명 나와
1997년에는 특목고학부모들이 연일 시위를 하고, 2001년과 2002년에는 불수능과 물수능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고, 2007년에는 3년간 공들여 준비한 수능 등급제가 도마에 올라 현 정부의 버림을 받았다. 정권 말기 때마다 대입 정책으로 한몫(?) 챙기려던 시도는 국민들로부터 크게 비난만 받았던 것이 수능의 역사다.
어떤 시험이든 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실을 보는 사람이 있다. 득을 본 사람은 가만히 있지만 조금이라도 실을 본 사람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시험이든 성적표를 내 주기 전까지는 쉽다 어렵다 말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 되었다. 앞으로 9월 모의 평가, 11월 대입수능이 어떻게 전개될지 심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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