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후보지들⑧ 부산 해운대 달맞이트러스트

조선 8경의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지역내일 2001-11-22 (수정 2001-11-24 오후 12:04:03)
‘조선8경’의 하나인 ‘해운대 저녁달’을 볼 수 있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보는 달맞이언덕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녹지대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온통 건물로 뒤덮여 있는 달맞이언덕을 보고 있으면 영화 <친구>의 대사가 떠오른다.
“됐다. 고마 해라 …”.

천혜의 경관, 개발 욕구 상상 초월
‘해운대(海雲臺)’라는 이름은 신라 말의 석학 고운 최치원 선생의 자(字) ‘해운(海雲)’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최치원 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으로 가던 길에 이곳 해운대에 들렀다가 달맞이언덕 일대의 절경에 취해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면서 동백섬 남쪽 바위에 ‘해운대(海雲臺)’라는 세 글자를 새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맞이언덕은 현재 그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달맞이길 위쪽(7만여평)은 온통 카페와 빌라들이 들어서 있고 무분별한 개발로 녹지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달맞이길 아래쪽(2만3000여평)도 난개발이 시작되고 있다. 달맞이길 입구에는 이미 빌라가 들어섰다. 남아 있는 미개발지는 1만3000여평. 해운대구청은 이 일대를 공원지역으로 묶으려 하고 있다. 공원지역으로 묶지 않으면 조만간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고 말 것이란 게 해운대구청측의 우려다.
지자체가 보존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곳 1만3000여평(71필지) 가운데 국공유지는 14.9%(6필지)에 불과하고 나머지 85.1%(65필지)가 사유지다.
해운대 바닷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여기서 보는 ‘우산낙조(牛山落照)’의 정취는 ‘해운대 8경’이라 따로 불릴 정도로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만큼 지주들의 개발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호텔과 아파트 등을 짓겠다는 건축허가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도시계획 용역을 추진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건축허가 유보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지주들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운대구청은 달맞이언덕 건축허가 문제를 둘러싼 총 6건의 소송 중 지난 8월24일 갑인건설(주) 등이 제기한 2건의 2심 판결에서 패소했고 (주)삼익유니버스 등이 제기한 4건의 1심 판결에서는 승소한 상태다.
해운대구청 허가민원과 관계자는 “현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용역결과가 확정되면 소송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며 “달맞이언덕은 동백섬과 청사포, 송정리 해안을 잇는 녹색벨트의 중심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게 구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훼손될 만큼 훼손 … 남은 공간이라도”
결국 해운대구청은 난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는 달맞이언덕 일대를 공원지역으로 묶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이 일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구계획안이 확정되면 해운대구청은 이 부지에 녹지공간과 조각공원, 전시관 등을 조성해 시민휴식공간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공원화를 추진할 경우 토지보상비를 지급하고 사유지를 수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25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개발욕구를 가진 일부 지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 부산시민들 전체가 참여하는 시민공청회 등을 열어 시민여론을 수렴하고 지주들을 상대로 설득작업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말에는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해사모)을 중심으로 ‘달맞이숲을 지키기 위한 시민 1인 1평방미터 땅갖기 운동’(약칭 달맞이트러스트운동 본부)도 결성됐다. 해사모는 지난해 12월에 ‘달맞이고개의 숲을 지키기 위한 시민모금 운동본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재단창립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해사모 이동호 사무국장은 “올해 말 추진위원회를 열어 조직을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한 계좌에 50만원을 기부하는 ‘한평 회원’에서부터 한 계좌에 5만원을 기부하는 ‘나무 한그루 회원’까지 현금신탁을 다양화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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