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제2의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지역내일 2011-07-18 (수정 2011-07-18 오후 1:58:48)
1997년 전대미문의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재벌그룹들의 무차별한 빚잔치 경영으로 한국경제는 무너졌고 국민들은 165조원의 혈세로 공적자금을 조성해 빚을 대신 갚았다. 단군 이래 최대 환란이라는 이 사태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 결과 DJ 국민의 정부는 1999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재벌개혁 5+3원칙'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1998년 1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재벌그룹 총수들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세부 안이 마련돼 이날 발표된 '재벌개혁 5+3원칙'은 해방 이후 최초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세금없는 부의 세습 등에 제동을 건 조치였다.

'IMF 경제신탁통치'라는 말이 생겼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돌반지며 결혼예물인 금가락지까지 빼들고 '금모으기'에 동참한 국민적 열기가 없었다면, 그리고 해방 후 최초로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가 없었다면, 관권과 금권이 결합된 재벌에 칼을 들이대는 이런 조치는 발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 등 껍데기만 남아

'재벌개혁 5+3원칙'은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보증채무 해소 △업종 전문화 △경영자 책임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 5대 원칙과 이를 보완하는 △순환출자 억제를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 △부당내부거래 및 변칙 상속·증여의 차단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이 그 내용이다.

이 원칙 아래 공정거래위원회가 강화되고 출자총액제한을 위한 법령이 제·개정됐으며,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은행 차입 등을 통해 계열사를 늘리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해 금산분리의 강화,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낮추도록 하는 조치 등이 뒤따랐다.

그러나 재벌들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내세워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가 이어졌다.

DJ 정부 임기말과 노무현 정부를 통해 금산분리의 일부 조항이 완화됐고 출자총액제한제도 상 출자제한의 예외 인정을 대폭 확대하도록 집요하게 요구하는 등 '재벌개혁 5+3원칙'을 야금야금 갉아댔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정부는 2009년 3월 여의도 국회에서 드디어 공정거래법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데 성공했다.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도입되었던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들은 껍데기만 남게 됐다. 재벌의 승리였다.

그러나 그 후과는 컸다. 이명박정부 아래서 10대 재벌그룹은 계열사를 220개나 늘렸다. 최근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재벌그룹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MRO(소모성 자재구매대행), SSM(대기업의 슈퍼수퍼마켓), 자영업자의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의 몰락, 대기업간의 담합 등 재벌경제의 폐해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출총제 폐지와 같은 재벌개혁 제도에 대한 무력화와 더불어 재벌들은 남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하는 사이에 각종 편법과 금융기법을 이용해 세금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등 '진화'를 거듭해오는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정부의 재벌에 대한 감시는 '퇴화에 퇴화'를 거듭해온 것이다.

'87년 헌법정신' 곰곰이 되새겨봐야

재벌경제에 의한 빈익빈 부익부, 극심한 양극화는 사회 구성원 간 갈등과 분열을 불러오고, 사회분열은 사회위기를 확대시킨다.

뒤늦게나마 민심의 이반에서 오는 위기 상황을 감지한 듯 집권 여당 내에서도 요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한다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다시 부활시킨다 요란하지만 이같은 변죽을 때리는 대책들로는 이미 때가 늦은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에 의해 개정된 '87년 헌법' 정신을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1987년 개정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경제민주화'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안찬수 편집위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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