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체로키파일’로 다시 보는 한미관계

지역내일 2011-07-18
이해영 한신대 교수 국제관계학

해방 이후 한미관계사를 통틀어 가장 어둡고 불행했던 장 가운데 하나가 '광주'이다. '체로키(Cherokee)파일' 이란 게 있다. 1996년 미국의 탐사전문기자 팀 셔록(Tim Shorrock)이 미국의 정보공개법에 따라 취득한 1급기밀문서다. 최근 광주항쟁 관련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체로키파일 문건을 다시 검토해 볼 기회가 있었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뒤, 미국측은 당시 국무장관 밴스의 주도하에 한국관련 정책검토위원회(Policy Review Committee)를 구성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에 의해 초래한 한국 정치상황에 직면한 일종의 최고위급 관계기관 대책회의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국무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국무부 부장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백악관 안보보좌관, 국방장관, 국방성 아시아관련 차관보, CIA, 국가안보위원회(NSC), 합참에서 참석했다.

"한국측의 비상계엄계획(contingency plan)에 반대해서는 안된다"

바로 이 위원회에 관련된 문서파일이 체로키파일이다. 2000건 가까운 문서 대다수는 주로 주한 미대사관과 국무성 사이의 비밀전문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관계없을 것 같은 '체로키'가 왜 파일명인지 알 길은 없다. 미국의 엘리트 관료들이 보기에 우리도 그 무슨 '인디언' 유사종족으로 보였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 체로키파일은 이미 1996년 팀 셔록 기자가 처음 기사화한 이후 작년 2010년까지 간헐적으로 기사화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 일반독자에게도 명칭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체로키파일의 핵심은 5·17, 5·18과 미국의 관련성 문제에 있다. '광주'와 관련된 미국의 공식입장은 1989년 당시 '5·18 진상조사특위'에 보낸 문건에서 확인된다. "한국 당국은 5월 18일 0시 1분 시작된 비상계엄 확대선포 2시간 전에 이를 미국에 통보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대학과 국회를 폐쇄하려는 의도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당시 미국은 또한 1980년 이후 반미감정에 대해서도 "미국이 광주 비극에 직접 관련했거나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그릇된 인상이 한 이유가 됐다"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체로키파일을 직접 들여다 보면 미국의 이러한 공식입장은 사실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카터 행정부 크리스토퍼 국무부 부장관이 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에게 보낸 1980년 5월 8일자 극비전문에서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한국측의 비상계엄계획(contingency plan)에 대해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동의한다"라고 쓰고 있다.

5월 7일자 글라이스틴대사가 보낸 전문에 대한 답신이었다. 전두환과의 면담 이후 글라이스틴이 보낸 그 다음날 (5월 9일자) 보고서는 "학생시위와 안보상황에 대한 매우 긴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짐작컨대 전두환 장군은 나의 태도가 우호적(sympathetic)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본다"라고 적혀 있다.

"한국측은 질서회복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5월 18·19일 광주시민에 대한 학살이 자행되고 민중봉기가 일어난 뒤인 5월 22일 백악관에서는 한국관련 최고위급회의가 소집되었다. 국무부, 백악관, 국방부, CAI, 합참, NSC가 참석했다. 결론중 하나가 이렇다.

"광주에서의 상황에 대한 미국의 태세 : 지금까지 한 것 이상으로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는 데 동의하였다. 우리는 온건조치에 대해 협의했지만,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측은 질서회복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5·17 이전 신군부의 비상계엄과 군대를 통한 무력진압에 동의했고, 실제 미국의 묵인 내지 지원이 없었다면 5·18의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2010년 5월 20일 미정부는 인디언에 대한 폭력행위와 잘못된 정책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그중 체로키족도 당연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체로키파일'에서 확인된 잘못된 정책, 그것도 '인권외교'를 주창한 카터 행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미국이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차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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