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사이버대학생의 소박한 꿈

지역내일 2011-07-18
박상현 경희사이버대 입학관리처장

내가 언제부터 L군을 알게 됐는지 분명하지 않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마도 일본학과의 신·편입생 환영회나 MT 때가 아니었을까 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일본어로 "오하요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라는 의미로 일본어의 아침 인사말)"라고 인사했다.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나도 그에게 따뜻한 미소로 응대해 주었다.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것은 그의 일본어 발음이 이상했다거나 그가 사용한 일본어 표현에 문법적인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나에게 일본어로 인사를 한 것은 오후 2~3시 경이었던 것 같다. 당시 L군은 일본어의 인사말이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에 따라 각각 다르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 후로도 나와 L군은 학과의 오프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했다. 그날도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교수님! 며칠 전에 명동에 갔었는데요, 글쎄 일본인 여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오하요고자이마스'라고 인사를 했더니, 저에게 일본어를 잘 한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득의양양해 했다.

대학생이었던 20여 년 전의 나를 회상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L군에게 대략 몇 시경에 일본인 관광객을 만났냐고 물어봤고, 아침 10시 경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일본어에는 세 가지 인사말이 있다는 것과 오늘은 아주 적절하게 인사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L군은 지방에서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혼자 상경했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수능세대였다. 지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곧바로 사이버대학에 들어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L군이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에 입학했을 당시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도 호기심이 발동해 어느 날 그에게 "왜 일본학과를 지원했어?"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주 명확하고 자신 있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일본어와 일본문화 그리고 일본학에 관심이 있고요, 일본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일본 유학도 하고 일본인과도 결혼하려고요. 참, 일본학과에 입학해서 글로벌한 교양인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대학생활에 아주 만족해요."

이 말을 듣고서야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었던 몇몇 궁금증이 비로소 해소되었다. 그가 왜 유독 일본여자 관광객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거는가를. 그리고 우리 대학의 일본학과가 어떻게 그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그를 볼 때마나 나는 대학생이었던 20여 년 전의 나를 회상한다. 그의 소박한 꿈과 나의 꿈이 같았기 때문이다. L군이 일본인과 결혼할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사이버대학이 그리고 일본학과가 그를 국제적인 교양을 갖춘 인재로 키우고 있고, 그에게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

며칠 전에 L군을 학교에서 만났다. 휴학을 한 후 1년간 일본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쌍꺼풀 수술을 하겠다고 한다. 눈에 콤플렉스가 있어서란다.

일본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그에게 자신감을 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쌍꺼풀 수술이라는 도전이 그에게 어떤 변화와 자신감을 줄지는 잘 모르겠다. 쌍꺼풀 수술 후의 L군과 빨리 만나보고 싶다. 그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부디 수술이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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