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스식 해안의 풍성한 수산자원 훔치지 마"
동해어업관리단 소속 19척
한반도 2.4배 연·근해 해역 순찰
16일 오후 1시20분. 남해 호도에서 남서쪽으로 1.5마일(1마일 = 약 1.6km) 떨어진 해상을 지나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1호'(선장 정병섭)는 인근에서 조업 중인 어선을 불시에 점검하기로 했다. 육상에서 경찰이 행하는 불심검문과 비슷하다.
장민철 항해장 등이 단속복으로 갈아입고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그 사이 한영수 갑판장 등은 단속용 보트를 바다에 내리고 있었다. 배에 장착된 크레인을 이용해 단속정을 바다에 옮겼다. 대원들이 민첩하게 단속정에 올라탔다. 기자도 함께 탔다. 6인승으로 여름철 해수욕장에 있는 놀이용 보트크기였다.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였다.
◆깍듯한 예의, 그러나 엄정한 단속 = 최대 40노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단속정이 속력을 내자 보트의 앞 부분이 들렸다. 목표 선박을 향해 속도를 높이니 멀리 있던 선박이 금방 눈앞으로 닥쳤다. 싸이렌을 울리며 조업 중인 선박에 단속정이 나왔다는 신호를 보냈다. 문어잡이 선박에서 한 어부가 이동하는 배에 앉아 문어단지(문어를 잡는 도구. 단지모양)를 쉴 새 없이 바다에 설치하고 있었다.
장 항해장은 "우리가 승선 단속을 하려면 단지 설치작업을 멈춰야 해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부에게 소리쳤다.
"무궁화홉니다. 불법어업 하지 마세요."
다시 멀리 까만 점이 보였다. 점검을 하기로 하고 보트 속력을 높였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였는데 속력을 높이자 보트는 파도의 작은 일렁임에도 하늘로 치솟았다 바다로 곤두박질쳤다. 선채가 들렸다가 수면에 부딪칠 때면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혔다. 손잡이를 잡은 팔과 말등처럼 생긴 의자에 앉은 양 다리에 힘을 줬다.
순식간에 목표 선박에 접근했다. 다시 싸이렌을 울렸다. 장어잡이 선박이다. 이번엔 승선하기로 했다.
항해장을 포함3명의 대원이 무궁화호라고 고지하고 배에 올랐다. 기자도 따라 올랐다. 작은 배를 가진 부부 어부가 작업 중이었다.
최금주(60), 여편엽(55)씨. 아침에 안개가 짙어 오전 9시쯤 나왔다고 한다. 긴장된 모습이었다. 대원들은 부부에게 가져간 얼음물과 캔커피를 건네며 "장이잡이 기준을 아시죠? 몸길이 35cm 미만은 잡으면 안됩니다"고 말했다.
선창을 열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그 보다 작은 장어들이 보였다. 선창입구에 앉은 부인 여씨는 "어항에서도 단속하기 때문에 들어가면서 작은 것은 다 버리고 간다"고 말했다. 남편 최씨도 "작업하면서 하나씩 골라내기 어려워 작업이 끝난 후 다 골라내고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대원들이 "어업허가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최씨는 "비가 많이 오고 습기가 져 종이로 된 허가증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해장은 "전자허가증을 만들어 시험 사용 중"이라고 알려주고 단속내용을 기록했다.
◆중국어선 감시도 = 토요일인 이날 오전 8시 부산항 5부두에서 출항한 동해어업관리단(단장 박성우) 소속 무궁화 11호는 150톤급 선박으로 대원 10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대원들은 한 번 출항하면 10일간 바다에서 생활하며 불법어업을 감시하고 조업현장에서 어업인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10일 후 육지에서 5일간 근무하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인원이 적어 항해장이 단속업무도 하고, 주방장이 갑판일을 거든다. 주방장이 단속활동에 나섰다가 사망한 일도 있다. 대원들은 소금빛장학회를 조직해 유가족을 돕고 있다.
남·동해를 관할하는 동해어업사업단은 한반도 2.4배 넓이인 23만8000㎢의 연·근해 해역을 19척의 지도선으로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역의 55%다.
동해어업관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안 어민들에게 악명이 높았던 기선권형망 불법조업을 단속해 최근 어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8월 6일부터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선형을 변경해 저인망조업을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선형변경 유무와 관계없이 기선권형망 선박은 오후 9시부터 오전 4시30분까지 야간조업을 할 수 없다.
관리단은 동해를 통해 북한 수역으로 들어가며 국내 선박이 설치한 그물 등을 망치는 중국어선을 감시하기도 한다. 이달에만 16일 오전까지 모두 17차례 중국어선에 올라 우리 어선의 어구를 훼손하지 않도록 예방정보를 전달했다.
후손들이 리아스식 해안이 주는 풍성한 수산자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무궁화호는 지금도 바다에 있다.
남해바다=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동해어업관리단 소속 19척
한반도 2.4배 연·근해 해역 순찰
16일 오후 1시20분. 남해 호도에서 남서쪽으로 1.5마일(1마일 = 약 1.6km) 떨어진 해상을 지나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1호'(선장 정병섭)는 인근에서 조업 중인 어선을 불시에 점검하기로 했다. 육상에서 경찰이 행하는 불심검문과 비슷하다.
장민철 항해장 등이 단속복으로 갈아입고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그 사이 한영수 갑판장 등은 단속용 보트를 바다에 내리고 있었다. 배에 장착된 크레인을 이용해 단속정을 바다에 옮겼다. 대원들이 민첩하게 단속정에 올라탔다. 기자도 함께 탔다. 6인승으로 여름철 해수욕장에 있는 놀이용 보트크기였다.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였다.
◆깍듯한 예의, 그러나 엄정한 단속 = 최대 40노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단속정이 속력을 내자 보트의 앞 부분이 들렸다. 목표 선박을 향해 속도를 높이니 멀리 있던 선박이 금방 눈앞으로 닥쳤다. 싸이렌을 울리며 조업 중인 선박에 단속정이 나왔다는 신호를 보냈다. 문어잡이 선박에서 한 어부가 이동하는 배에 앉아 문어단지(문어를 잡는 도구. 단지모양)를 쉴 새 없이 바다에 설치하고 있었다.
장 항해장은 "우리가 승선 단속을 하려면 단지 설치작업을 멈춰야 해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부에게 소리쳤다.
"무궁화홉니다. 불법어업 하지 마세요."
다시 멀리 까만 점이 보였다. 점검을 하기로 하고 보트 속력을 높였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였는데 속력을 높이자 보트는 파도의 작은 일렁임에도 하늘로 치솟았다 바다로 곤두박질쳤다. 선채가 들렸다가 수면에 부딪칠 때면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혔다. 손잡이를 잡은 팔과 말등처럼 생긴 의자에 앉은 양 다리에 힘을 줬다.
순식간에 목표 선박에 접근했다. 다시 싸이렌을 울렸다. 장어잡이 선박이다. 이번엔 승선하기로 했다.
항해장을 포함3명의 대원이 무궁화호라고 고지하고 배에 올랐다. 기자도 따라 올랐다. 작은 배를 가진 부부 어부가 작업 중이었다.
최금주(60), 여편엽(55)씨. 아침에 안개가 짙어 오전 9시쯤 나왔다고 한다. 긴장된 모습이었다. 대원들은 부부에게 가져간 얼음물과 캔커피를 건네며 "장이잡이 기준을 아시죠? 몸길이 35cm 미만은 잡으면 안됩니다"고 말했다.
선창을 열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그 보다 작은 장어들이 보였다. 선창입구에 앉은 부인 여씨는 "어항에서도 단속하기 때문에 들어가면서 작은 것은 다 버리고 간다"고 말했다. 남편 최씨도 "작업하면서 하나씩 골라내기 어려워 작업이 끝난 후 다 골라내고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대원들이 "어업허가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최씨는 "비가 많이 오고 습기가 져 종이로 된 허가증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해장은 "전자허가증을 만들어 시험 사용 중"이라고 알려주고 단속내용을 기록했다.
◆중국어선 감시도 = 토요일인 이날 오전 8시 부산항 5부두에서 출항한 동해어업관리단(단장 박성우) 소속 무궁화 11호는 150톤급 선박으로 대원 10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대원들은 한 번 출항하면 10일간 바다에서 생활하며 불법어업을 감시하고 조업현장에서 어업인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10일 후 육지에서 5일간 근무하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인원이 적어 항해장이 단속업무도 하고, 주방장이 갑판일을 거든다. 주방장이 단속활동에 나섰다가 사망한 일도 있다. 대원들은 소금빛장학회를 조직해 유가족을 돕고 있다.
남·동해를 관할하는 동해어업사업단은 한반도 2.4배 넓이인 23만8000㎢의 연·근해 해역을 19척의 지도선으로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역의 55%다.
동해어업관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안 어민들에게 악명이 높았던 기선권형망 불법조업을 단속해 최근 어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8월 6일부터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선형을 변경해 저인망조업을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선형변경 유무와 관계없이 기선권형망 선박은 오후 9시부터 오전 4시30분까지 야간조업을 할 수 없다.
관리단은 동해를 통해 북한 수역으로 들어가며 국내 선박이 설치한 그물 등을 망치는 중국어선을 감시하기도 한다. 이달에만 16일 오전까지 모두 17차례 중국어선에 올라 우리 어선의 어구를 훼손하지 않도록 예방정보를 전달했다.
후손들이 리아스식 해안이 주는 풍성한 수산자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무궁화호는 지금도 바다에 있다.
남해바다=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