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공직비리 실상이 드러나면서 천안시민들이 당혹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비위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이를 감시해야 할 경찰 간부공무원까지 비리에 연루되는 등 그 행태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지청장 조희진)은 지난달 28일 천안 공직비리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2006 하수관거 민간사업’ 등 천안시 발주 공사, 청수동 등 천안시 아파트 시행사업 등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천안시 건설도시국장, 환경사업소장, 도로과장, 총무과장, 천안동남경찰서 수사과장 등과 이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P건설 상무, 관내 건설업자 등 모두 1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천안시 건설도시국장 A씨는 청수동 아파트 사용승인과 관련한 편의제공 대가로 건축사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됐다.
천안시 환경사업소장 B씨는 ‘2006 하수관거 민간사업’ 사업자 선정 등 천안시 발주 공사 수주 편의제공 등에 대한 대가로 P건설 등으로부터 4억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로 구속됐다. 또 천안동남서 수사과장 C씨는 B씨와 P건설 간의 비리를 묵인해주는 등의 대가로 B씨로부터 6300만원을 받았다(뇌물) 구속됐다.
아파트 시행사업 인허가 절차와 관련한 편의제공 등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천안시 도로과장과 총무과장, 주택과 주사보 등과 충남생활체육협의회 팀장 등 4명도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의 죄목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B씨의 인사청탁 대가로 I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총무과장은 금품 수수 당시 천안시장 비서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시 공직사회가 시장 바로 발아래까지 썩어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 외에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P건설 상무 H씨와 관내 건설업자 I씨가 구속됐고, 다른 5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천안시는 급속한 성장으로 이권사업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들은 여전히 친분이 얽힌 건설업자 등의 이권사업에 개입하거나 직무관련 편의제공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등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자체 공무원과 업자 간 비리를 포착한 경찰간부가 공무원으로부터 비리 묵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금품수수 관계를 유지하는 기이한 구조의 토착비리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공직비리과 관련 성무용 천안시장이 결국 시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성 시장은 앞서 27일 천안시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일부 공직자의 비리로 인해 공직사회의 도덕성이 크게 실추되고 시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각계각층 시민 여러분의 시정 변화에 대한 따가운 눈총과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른 시일 안에 강도 높은 쇄신대책을 강구해 뼈를 깎는 아픔으로 하나하나 실현에 옮기겠다”며 “특히 시정 전 분야에 걸쳐 단호하게 고치고 바로 세워서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시민 김모(44·불당동)씨는 “아마도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천안 공직사회 전체의 썩은 부분을 송두리째 캐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모(37·성정동)씨는 “말로만 재발방지를 외치지 말고 전국에서 가장 엄격한 인사 기준을 세워서라도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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