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 히가시와 도쿠야는 2002년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중견작가이다. 일본현지에서는 유머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불리고 있으며 이 책의 후속작을 잡지에 연재중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책표지 그림에서 보여주는 세 명의 캐릭터로 일축할 수 있다. 굴지의 재벌기업 호쇼가문의 아름다운 영애 호쇼 레이코, 날카로운 은테 안경에 언제나 검정색 수트로 차려입은 호쇼가문의 집사 가게야마, 유명 자동차 회사 사장의 아들임을 자랑하며 명품을 휘감고 은색재규어를 현장까지 타고 다니는 주임형사 가자마쓰리가 그들이다.
‘살인 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등 총 여섯 편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여형사 레이코의 시선으로 하나하나의 사건을 풀어나간다.
첫 번째 이야기 ‘살인 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는 자신의 집안에서 부츠를 신은 채 엎드린 자세로 살해되어 있는 현장을 보여 준다. 사건전개에 있어서 독자에게 특별대우는 없다. 레이코 형사에게 보여지는 부분만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레이코와 함께 추리해가는 과정에서 곳곳에 깔려있는 트릭과 복선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이코가 얘기하는 정황만으로 범인을 유추해내는 집사 가게야마는 “괜찮겠습니까, 아가씨? 생각한 것을 말해도”라는 정중한 말 뒤에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이 정도 사건의 진상을 모르시다니 아가씨는 멍청이십니다”라는 폭언을 적나라하게 던지는 ''폭언집사''다.
사건 해결과 함께 벌어지는 집사와 아가씨 간 은근한 러브라인이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헛다리만 짚는 주제에 잘난 척 있는 척하고 사건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주임형사 가자마쓰리의 엉뚱한 행동이나 말투는 개그쇼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단, 기존의 추리.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밋밋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홈즈와 와트슨처럼 끈끈한 고리가 아니라 쿨한 한 쌍의 연인을 보는 것 같은 시원하고 유쾌한 인물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유명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 중이라고 한다. 단막극형식이다 보니 분량도 적절하고 재미도 있으리라 생각되어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교보문고 천안점
북마스터 남연경 대리
558-3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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