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좌충우돌, 돈키호테, 홍두깨, 독불장군에서부터 영원한 변방, 만년 비주류에 이르기까지 그를 수사하는 많은 어휘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나타내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7·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게 된 홍준표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12월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한나라당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비록 홍 대표의 임기가 19대 총선까지라고는 하나, 총선의 승패는 곧 대선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역할은 결코 총선에 그칠 수 없다.
그가 당을 어떻게 이끌고, 어떤 정치적 역량으로 당과 정부와 청와대 관계를 조정해 나가느냐에 따라 정권재창출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나라당은 가장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불안정한 성정의 인물을 당 대표로 뽑은 셈이다. 물론 그가 과거에 그런 평판을 들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홍 대표가 당을 맡은 지 보름 남짓한데도 그가 가는 동선마다 말이 무성하다. 하지 않아야 말이 마구 튀어나온다. 아침에 한 말과 저녁에 한 말의 진폭이 너무 크다. 어디에 강조점이 있는지 헷갈린다.
그는 민주당이 제기한 전당대회 불법자금 연루 의혹을 묻는 여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 그런 것 왜 물어, 버릇없이"라고 폭언을 했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기자가 역린을 건드린다고 해서 이렇게 자제력을 잃는 그릇인가.
아침과 저녁에 한 말 진폭 너무 커
홍 대표는 아침에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에서 자를 것"이라고 했다가 오후엔 "방해공작만 없다면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MB)의 법무장관 내정에 "내각은 (대통령의) 비서"라며 청와대를 옹호하다가 며칠 뒤 "MB는 정치를 잘 못한다" "앞으로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MB를 정면 겨냥하고 당 선도론을 내세웠다.
어느 쪽에 진심이 담겼는지 알 수 없다. 상황논리에 따라 말이 바뀌고 강조점이 달라진다면, 신뢰를 잃게 된다. 설사 일은 열심히 하는데, (나쁜 의미의) 정치는 못한다는 뜻으로 에둘러 MB를 치켜세우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더더욱 문제다. 정치 지도자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많다 보면, 설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비주류는 비판만 하면 되고, 2인자는 1인자를 치받으면 뜬다. '변방 홍준표의 입'은 지금까지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당 중심 홍준표의 입'은 이제 자제력과의 싸움이다. 홍 대표에게 '럭비공' 같은 성정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끈기와 집념, 순발력과 위기 돌파 능력, 뛰어난 정치 감각, 당당함 등 장점도 적지 않다.
"홍수가 지면 떠내려가기 일쑤인 낙동강변 하천부지 허름한 집에서 자란 소년 홍준표는 친구 집에 가서 머슴처럼 일했고 단돈 1만4000원을 쥐고 서울로 공부하러 갔다. … 평검사 시절, 검찰 내부의 온갖 눈총과 견제에도 슬롯머신의 대부, 6공화국의 황태자, 자신의 상사이자 차기 검찰총장 후보까지 모조리 구속시켜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의 모델이 되었다."(그의 저서 '변방')
MB의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한나라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당·정·청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홍 대표는 '원샷 원킬'의 저격수, 독불장군으로서는 분명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에게서 온갖 푸성귀를 넣고 국을 끓여내는 가마솥 같은 포용력과 후덕함을 쉽게 찾아볼 수는 없다. 이러한 덕목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4선 의원의 관록과는 별개 문제다.
포용력과 후덕함 찾아볼 수 없어
비주류 홍 대표의 탄생은 친이계가 와해되는 당내 역학구조의 산물이다. MB나 박 전 대표는 물론 당내 제 세력이 그가 정치일정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책무가 있다. 그가 몽니라도 부리는 날이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살얼음판 걷기 같은 임기 말 여권 권력구조의 운영이 뒤죽박죽 될 우려가 있다.
독자 세력이 없는 그는 총선, 대선 정치일정을 앞두고 '브릿지(다리)' '박근혜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튼튼한 다리'는 교각이 움직이면 안 된다. 보완재는 주역이 아니다. 침묵도 때로는 말보다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 대표로서 진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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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돈키호테, 홍두깨, 독불장군에서부터 영원한 변방, 만년 비주류에 이르기까지 그를 수사하는 많은 어휘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나타내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7·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게 된 홍준표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12월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한나라당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비록 홍 대표의 임기가 19대 총선까지라고는 하나, 총선의 승패는 곧 대선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역할은 결코 총선에 그칠 수 없다.
그가 당을 어떻게 이끌고, 어떤 정치적 역량으로 당과 정부와 청와대 관계를 조정해 나가느냐에 따라 정권재창출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나라당은 가장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불안정한 성정의 인물을 당 대표로 뽑은 셈이다. 물론 그가 과거에 그런 평판을 들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홍 대표가 당을 맡은 지 보름 남짓한데도 그가 가는 동선마다 말이 무성하다. 하지 않아야 말이 마구 튀어나온다. 아침에 한 말과 저녁에 한 말의 진폭이 너무 크다. 어디에 강조점이 있는지 헷갈린다.
그는 민주당이 제기한 전당대회 불법자금 연루 의혹을 묻는 여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 그런 것 왜 물어, 버릇없이"라고 폭언을 했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기자가 역린을 건드린다고 해서 이렇게 자제력을 잃는 그릇인가.
아침과 저녁에 한 말 진폭 너무 커
홍 대표는 아침에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에서 자를 것"이라고 했다가 오후엔 "방해공작만 없다면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MB)의 법무장관 내정에 "내각은 (대통령의) 비서"라며 청와대를 옹호하다가 며칠 뒤 "MB는 정치를 잘 못한다" "앞으로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MB를 정면 겨냥하고 당 선도론을 내세웠다.
어느 쪽에 진심이 담겼는지 알 수 없다. 상황논리에 따라 말이 바뀌고 강조점이 달라진다면, 신뢰를 잃게 된다. 설사 일은 열심히 하는데, (나쁜 의미의) 정치는 못한다는 뜻으로 에둘러 MB를 치켜세우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더더욱 문제다. 정치 지도자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많다 보면, 설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비주류는 비판만 하면 되고, 2인자는 1인자를 치받으면 뜬다. '변방 홍준표의 입'은 지금까지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당 중심 홍준표의 입'은 이제 자제력과의 싸움이다. 홍 대표에게 '럭비공' 같은 성정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끈기와 집념, 순발력과 위기 돌파 능력, 뛰어난 정치 감각, 당당함 등 장점도 적지 않다.
"홍수가 지면 떠내려가기 일쑤인 낙동강변 하천부지 허름한 집에서 자란 소년 홍준표는 친구 집에 가서 머슴처럼 일했고 단돈 1만4000원을 쥐고 서울로 공부하러 갔다. … 평검사 시절, 검찰 내부의 온갖 눈총과 견제에도 슬롯머신의 대부, 6공화국의 황태자, 자신의 상사이자 차기 검찰총장 후보까지 모조리 구속시켜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의 모델이 되었다."(그의 저서 '변방')
MB의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한나라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당·정·청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홍 대표는 '원샷 원킬'의 저격수, 독불장군으로서는 분명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에게서 온갖 푸성귀를 넣고 국을 끓여내는 가마솥 같은 포용력과 후덕함을 쉽게 찾아볼 수는 없다. 이러한 덕목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4선 의원의 관록과는 별개 문제다.
포용력과 후덕함 찾아볼 수 없어
비주류 홍 대표의 탄생은 친이계가 와해되는 당내 역학구조의 산물이다. MB나 박 전 대표는 물론 당내 제 세력이 그가 정치일정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책무가 있다. 그가 몽니라도 부리는 날이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살얼음판 걷기 같은 임기 말 여권 권력구조의 운영이 뒤죽박죽 될 우려가 있다.
독자 세력이 없는 그는 총선, 대선 정치일정을 앞두고 '브릿지(다리)' '박근혜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튼튼한 다리'는 교각이 움직이면 안 된다. 보완재는 주역이 아니다. 침묵도 때로는 말보다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 대표로서 진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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