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토건국가를 개혁하라

지역내일 2011-07-22
대한민국 좌지우지하는 '토건복합체'


한울아카데미
홍성태 지음
2만원


최근 한반도는 연일 물폭탄 세례를 받았다. 20일 남짓의 장마 동안 1년 강수량(1245mm)의 절반 넘는 양이 퍼부어졌다. 충북 충주의 경우 6월22일~7월11일 연강수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12mm가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4대강 살리기'사업이라는 미명아래 한창 파괴되고 있는 하천 곳곳이 물난리로 초토화됐다. 당연히 미디어는 낙동강 하류를 비롯,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절한 물난리 현장을 안방까지 전해주느라 덩달아 바빴다.

정작 정부는 조용했다. 정부의 공식 간행물인 '공감'과 정책포털 '공감코리아'는 입이라도 맞춘 듯 장마 피해에 관해 침묵했다.한술 더 떠 "4대강 준설로 치수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 '긴급점검' 특집까지 냈다.

지난 6월 장마 시작 이후 낙동강에서 발생한 피해만 대충 추려봐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공교롭게도 6·25전쟁 61주년 되는 날 새벽, 그 튼튼했던 100년 역사의 문화재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힘없이 무너졌다. 이튿날 새벽엔 상주보로부터 아래로 300미터 가량의 제방이 유실됐고, 제방 위 폭 8m의 둑방길이 내려 앉거나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30일 새벽엔 동강 횡단관로 누수사고로 정수장에서 배수지로 용수공급이 중단되면서 구미4 공단 및 해평면 지역 약 4만8000명에 대한 급수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 이번 장마로 인한 농경지 피해는 5만헥타르(1억5000만평)에 이른다. 장마가 그쳐도 백성의 눈물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사설이 너무 길었다. 저자는 미국이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라는 괴물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면, 한국은 토건복합체(constructive industrial complex)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군산복합체의 조종에 의해 미국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듯, 토건복합체의 농간에 의해 한국의 산하가 끊임없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가 지목하는 토건복합체의 주체는 정치, 경제, 언론, 학술 등 다양한 세력의 결합을 말한다. 정치는 물론, 광의의 정부와 국회, 사법부를 아우르는 권력 집단을 말한다.

일본에선 이미 1970년대에 토건국가론과 '건설족(건설분야와 결탁해 이익을 챙기는 국회의원들)' 등의 용어가 상용화됐지만, 홍 교수가 사용한 토건복합체라는 용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의해 제기된 군산복합체만큼이나 충격적인 용어다. 이미 21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 역시 토건복합체에 의해 나눠먹기 식으로, 또한 명확한 원가계산 없이 마구잡이로 집행됐고, 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다.

책은 '토건국가에 미래는 없다'(제1장)는 도발적 단정 어법으로 시작해, '토건국가를 넘어서 생태복지국가로'(제12장)로 마무리된다. 그러니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숨어있을 지 쉽사리 짐작된다. 홍 교수는 "토건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다. 다만 개혁을 하지 않으면 토건국가는 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평화체제의 구축, 재벌국가의 해체, 학력 경쟁의 완화, 생태 위기의 해소 등 한국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는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토건국가의 개혁은 한국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구조적 과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왜냐 하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제반 과제의 바탕에 토건국가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은 개발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개발에 들어가는 돈을 제대로 쓰지 않아 바람직한 개발에 실패함으로써 결국 삶의 질이 오히려 낮아지는 모순을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조속히 바로잡기 위해선 토건을 시행하는 개발공사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재정의 탕진과 자연의 파괴를 막고 생태적 복지사회를 이룩한다는 시민적 공공성의 관점에서 개발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문제를 검토하고 전면적인 통폐합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적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책은 지금 최고 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토건국가의 극단화' 현실을 고발한다. 그러면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이명박 운하'는 권력의 구성 방식과 구현 내용 모두에서 거대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국민의 여론과 전문가의 의견이 모두 사실상 묵살되었고, 자료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혹세무민'의 홍보물들만 휘날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 투기를 조장하는 홍보물들로 혹세무민당했고, 전문가는 비방을 받거나 심지어 '사찰'까지 당했다. 이런 상황 자체는 토건 문제에 앞서 명백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홍 교수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4대강에 설치되고 있는 16개의 콘크리트 보·댐, 콘크리트 제방은 '강 죽이기'의 대표적인 구조물이고, 그것은 강의 형태, 경관, 수질, 그리고 생태계의 대대적인 파괴를 야기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번 장마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한 예언적 전망이다.

저자는 우리의 토건국가화가 불행히도 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고 개탄한다. 민주진보 세력이 토건국가를 혁파하고 복지국가를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에 함몰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를 잠식하는 토건국가화에 대해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경고한다. 토건국가를 개혁하기 위한 '민주화의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의 미래는 혈세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홍 교수는 생태복지국가를 향한 방안으로 우선 재정구조의 개혁을 역설한다. 불필요한 토건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복지로 돌리라는 것이다. 다음, 공기업의 구조조정이다. 앞서도 잠시 언급됐지만,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토지주택공사나 수자원공사의 폐지 또는 축소, 도로공사와 농어촌공사의 축소, 건설 관련 부문의 통폐합 등이 단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총체적으론 선거를 통한 혁명을 제안한다. 유권자(국민) 스스로 토건국가화를 획책하는 세력을 투표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소망하는 생태복지국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끝을 맺는다.

윤재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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