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 임시다리 큰비 뒤 ‘기우뚱’

지역내일 2011-08-03 (수정 2011-08-03 오후 1:50:52)
'철강재설치공사' 무면허 업체 시공
서울시, 안전진단 없이 "문제없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평동 사이에 놓인 양화대교 임시다리가 지난달 말 내린 집중호우 끝에 물살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적정 면허가 없는 업체가 공사를 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서울시는 큰비 뒤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물흐름 따라 하류쪽으로 기울어 = 서울지역 26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모여 결성한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은 2일 양화대교 북단 한강둔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화대교 임시다리가 기울어진 현장을 공개했다. 임시다리를 설치하기 위해 세워둔 철골 구조물 176개 가운데 두개가 물흐름을 따라 하류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음을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구조물끼리 연결하고 상판을 얹은 뒤에는 7개월쯤 마포구에서 영등포 방향 4차로 도로를 지탱할 임시다리가 된다.

서울행동은 구조물이 물살에 기울어진 이번 사고가 무면허업체 시공에 따른 예정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을 보면 임시다리 설치는 '철강재설치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해야 하는데 현재 공사를 진행중인 업체는 '강구조물공사업' 면허만 갖고 있어서다.

건설업 등록기준에 따르면 강구조물공사업에 필요한 시설·장비는 '사무실'뿐이지만 철강재설치공사업을 하려면 이외에도 제작장과 현도장(도면을 실물 크기나 적당한 축척으로 확대해 수정·모형작성 등을 하는 작업장) 기중기 전기용접기를 갖춰야 한다. 지난 6월 감사원도 감사에서 이 사실을 지적, 무면허업체에 하도급을 준 ㅎ건설사에 대해 서울시가 영업처분을 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임시다리 시공은 강구조물공사 면허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철구조물을 단순히 자르고 구멍을 뚫어 조립·설치하는 지금 공사는 철강재설치공사업체가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며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임시다리 설치를 강구조물공사업체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강구조물공사업체 15개사가 전국 72개 임시다리 설치공사를 했다. 시 관계자는 "감사원이 임시다리 제작을 너무 확대해석했다"며 "상판 위에 얹힌 아치구조물은 철강재 면허업체에 맡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염형철 서울행동 집행위원장은 "강바닥 20m 깊이로 파묻었다는 철골구조물이 며칠 내린 큰비를 견디지 못한 건 시공업체 능력이 임시다리를 설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기울어진 다리 안전성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와 서울시간 의견 차가 크다. 서울행동은 "지금은 철골 2개만 기울어졌지만 나머지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하루 양화대교를 오가는 14만대 차량 운전자 안전을 위해 공사를 중지하고 '민관합동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다리, 과연 안전할까? = 반면 서울시는 장마기간 중 수위가 높아지고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 등이 시공중인 강판파일에 영향을 미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휘어진 강판파일을 보정하고 다른 강판파일과 기존 다리에 연결하고 나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민들 생명과 직결되는 다리 안전문제에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울어진 철골구조물에 대한 정밀진단 없이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주장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임시다리가 안전하다고 제시한 증거는 'ㄷ'자 모양으로 굽었다가 지난 5월 직선으로 펴지기 직전까지 상행선이 통행했던 1차 임시다리에 대한 두차례 안전점검 결과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기울어진 철구조물을 다시 만들어야 할지 보강만 해도 되는 건지 정확한 원인진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다른 도로 안전까지 종합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 통행 전 안전진단을 하겠다"면서도 민관 합동조사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만 밝혔다.

서울시는 서해안을 통해 6000톤급 국제유람선이 여의도와 용산까지 드나들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양화대교 교각 사이를 넓히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류측 공사를 위해 상류측에 임시다리를 설치, 시민들은 1년 가까이 'ㄷ'자로 굽은 다리 위를 오가야 했다. 하류측에 임시다리를 만드는 이 공사는 상류측 교각 사이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민들은 '역ㄷ'자 모양 차로를 달려야 한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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