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으로" "인기영합" 충돌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달 31일부터 3박4일 동안 독도와 울릉도에 머물며 '독도수호'를 외쳤다. 울릉도 주민과 일본 규탄집회를 열었고, 독도에서 보초 근무를 섰다. 독도 경비함정 대원의 발을 씻어주기도 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부터 독도에 '다걸기'하고 있다. "(일본 의원의 울릉도 방문을) 모든 조직을 동원해 막겠다"고 선언한 이후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도했다.
정치인 이 장관은 이명박정부 들어 굴곡이 심했다. 자타공인 개국 공신이었지만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1년여간 외국을 떠돌았다.
2009년 '90도 인사'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국회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그에겐 '왕의 남자'란 딱지가 따라붙었다. 권력의 냄새를 지우지 못한 것. 권력 이미지는 개헌 이슈를 주도하면서 더욱 짙어졌다. 지난해 7월 특임장관에 임명된 뒤 먹고사느라 정신없는 국민을 상대로 집요하게 개헌을 설파하자 "또다시 권력타령이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
권력 이미지가 덧씌워지자 이 장관의 대중적 호감도 바닥권을 면치 못했다. 내일신문-디 오피니언 7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차기대선주자 선호도를 묻자, 이 장관을 꼽은 응답은 0.6%에 그쳤다. 40%대인 박근혜 전 대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를 기록한 것. 한때 당의 주류였지만,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 시점에 이 장관은 독도를 택했다. 이 장관 주변에선 그의 독도행이 '권력의 화신'에서 '대중 정치인'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자의반 타의반 덧씌워진 권력 이미지를 벗고 이재오 본연의 모습인 '대중 속에서 숨쉬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이 장관은 한·일국교정상화회담 반대시위에 나섰다가 반독재·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5번 구속, 10년 투옥, 7년 수배란 역정을 걸었다. 좁고 낡은 구산동 자택에서 수십년간 살면서 부패를 견제했다. 누구보다 서민적인 정치를 지향했지만 '왕의 남자'에 등극한 뒤 서민과 등지면서 몰락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장관은 조만간 특임장관직을 내놓고 당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여의도로 돌아와도 그의 '대중 속으로'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권력이미지를 벗기위해 더 낮은 곳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보단 서민 속에서, 조용하지만 부지런하게 자신의 할 일을 찾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이 장관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독도문제와 관련 "국가적 문제를 놓고 개인장사는 정말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을 겨냥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친박 핵심의원도 "국민은 이 장관이 90도로 인사하면서도 속내엔 권력욕이 가득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독도문제까지 자신의 정치행보에 이용하는 행태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한때 당내 최대계파인 친이의 좌장격이었다. 주변에 100여명의 의원이 득실댔다. 지금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친이 핵심의원조차 "우리(친이) 스스로 존재감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장관의 '대중 속으로'가 정답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보인다. 문제는 진심이 담겨있는가 여부다. 이 장관 혼자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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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달 31일부터 3박4일 동안 독도와 울릉도에 머물며 '독도수호'를 외쳤다. 울릉도 주민과 일본 규탄집회를 열었고, 독도에서 보초 근무를 섰다. 독도 경비함정 대원의 발을 씻어주기도 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부터 독도에 '다걸기'하고 있다. "(일본 의원의 울릉도 방문을) 모든 조직을 동원해 막겠다"고 선언한 이후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도했다.
정치인 이 장관은 이명박정부 들어 굴곡이 심했다. 자타공인 개국 공신이었지만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1년여간 외국을 떠돌았다.
2009년 '90도 인사'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국회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그에겐 '왕의 남자'란 딱지가 따라붙었다. 권력의 냄새를 지우지 못한 것. 권력 이미지는 개헌 이슈를 주도하면서 더욱 짙어졌다. 지난해 7월 특임장관에 임명된 뒤 먹고사느라 정신없는 국민을 상대로 집요하게 개헌을 설파하자 "또다시 권력타령이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
권력 이미지가 덧씌워지자 이 장관의 대중적 호감도 바닥권을 면치 못했다. 내일신문-디 오피니언 7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차기대선주자 선호도를 묻자, 이 장관을 꼽은 응답은 0.6%에 그쳤다. 40%대인 박근혜 전 대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를 기록한 것. 한때 당의 주류였지만,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 시점에 이 장관은 독도를 택했다. 이 장관 주변에선 그의 독도행이 '권력의 화신'에서 '대중 정치인'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자의반 타의반 덧씌워진 권력 이미지를 벗고 이재오 본연의 모습인 '대중 속에서 숨쉬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이 장관은 한·일국교정상화회담 반대시위에 나섰다가 반독재·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5번 구속, 10년 투옥, 7년 수배란 역정을 걸었다. 좁고 낡은 구산동 자택에서 수십년간 살면서 부패를 견제했다. 누구보다 서민적인 정치를 지향했지만 '왕의 남자'에 등극한 뒤 서민과 등지면서 몰락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장관은 조만간 특임장관직을 내놓고 당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여의도로 돌아와도 그의 '대중 속으로'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권력이미지를 벗기위해 더 낮은 곳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보단 서민 속에서, 조용하지만 부지런하게 자신의 할 일을 찾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이 장관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독도문제와 관련 "국가적 문제를 놓고 개인장사는 정말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을 겨냥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친박 핵심의원도 "국민은 이 장관이 90도로 인사하면서도 속내엔 권력욕이 가득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독도문제까지 자신의 정치행보에 이용하는 행태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한때 당내 최대계파인 친이의 좌장격이었다. 주변에 100여명의 의원이 득실댔다. 지금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친이 핵심의원조차 "우리(친이) 스스로 존재감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장관의 '대중 속으로'가 정답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보인다. 문제는 진심이 담겨있는가 여부다. 이 장관 혼자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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