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일상 속으로'
서민·지지층 보듬을 '정책미팅' 절실 … 대통령 의식 '조용한 행보' 고수
박근혜 전 대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이명박정부 들어 차기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한번도 1위를 뺏긴 적이 없다.
하지만 불안감도 여전하다. 지지층조차 "어떻게 차기정권을 이끌어갈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다. 불안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민생은 고달프다. 하루 버티기가 버겁다. 막연히 '내 님'을 기다리기엔 하루하루가 너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하루빨리 고단한 민생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박 내부에서도 "여론조사 1위에 안주하기엔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고 말한다.
박 전 대표의 차기대선 지지도는 40% 안팎이다. 내일신문-디 오피니언 8월 정례여론조사에서 38.0%를 기록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최저 30%에서 최고 40%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치만으로 보면 대선 승리를 위해 약간의 지지층만 보태면 된다. 문제는 40% 지지층과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 '확신'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래서 나는 지지한다"는 구체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생은 위기 상황이다. 뛰는 물가와 높은 청년실업률, 천정부지의 대학등록금, 대책없는 육아·보육,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가격, 떨어질줄 모르는 사교육비, 답이 없는 노후대책으로 온 국민이 불안하다. 국민은 이런 불안을 들어주고 답을 함께 찾을 '선각자'가 절실하다.
지지에 대한 불안감과 고단한 민생은 박 전 대표에 대한 갈증을 낳고 있다. 더이상 구름 위에서 신비주의에 안주할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일상 속에서 뒹굴자는 요구다. 친박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베일을 벗고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하루빨리 구체적 정책을 들고 사회복지사 등 사회 곳곳의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생을 돌보는 정책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친박 관계자 A씨는 "여전히 국민은 (박 전 대표는) 나와는 뭔가 다른, 멀리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며 "여론의 큰 흐름이 잡히는 추석 전에 (국민의)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박 전 대표가 소위 전문가로 분류되는 교수나 관료들을 만나 정책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상 속에서' 함께 고민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다른 친박 B씨는 "박 전 대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층이 60%인 점을 고려한다면 40% 지지에 안주할 게 아니라 (박 전 대표가)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어 민심을 듣고 구체적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며 "조용한 행보를 고집하기엔 상황이 급박하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친박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민생 정책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언론을 의식한 거창한 행보를 할 게 아니라 민생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타운미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여전히 '조용한 행보'에 무게를 싣는다. 비서실장격인 이학재 의원과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 등 측근그룹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정현 의원은 4일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19개월이나 남았는데 이 시점에 소위 말하는 차기주자들이 너나 없이 나서서 활동하고 얘기하고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그쪽으로 블랙홀이 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활발한 행보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친박 C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나의 행보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투철하다"며 "최소한 연말까지는 미리 짜여진 민생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 관계자 D씨는 "박 전 대표는 쇼와 전략을 싫어하는 정치인"이라며 "보여주기 위해 어디를 찾아가고, 여론을 의식해 전략을 세우는 식의 정치는 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 측근들 입을 통해 확인되면서 친박내에서조차 2006년 10월 추석 사례를 회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 직전 터진 북한 핵실험은 당시 대선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정체됐고 이명박 후보의 몸값은 급등했다. 당시에도 박 전 대표는 구체적 대선행보를 피하는 상황이었다.
친박 A씨는 "국민은 내가 겪는 고통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하고 그 대상이 박 전 대표이길 원한다"며 "민생이 급박한데 대통령 레임덕 운운하는 건 안이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선거가 아직 멀었기 떄문에 국민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행보를 쇼라고 볼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친박 B씨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구름 위의 존재"라며 "하루빨리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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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지층 보듬을 '정책미팅' 절실 … 대통령 의식 '조용한 행보' 고수
박근혜 전 대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이명박정부 들어 차기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한번도 1위를 뺏긴 적이 없다.
하지만 불안감도 여전하다. 지지층조차 "어떻게 차기정권을 이끌어갈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다. 불안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민생은 고달프다. 하루 버티기가 버겁다. 막연히 '내 님'을 기다리기엔 하루하루가 너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하루빨리 고단한 민생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박 내부에서도 "여론조사 1위에 안주하기엔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고 말한다.
박 전 대표의 차기대선 지지도는 40% 안팎이다. 내일신문-디 오피니언 8월 정례여론조사에서 38.0%를 기록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최저 30%에서 최고 40%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치만으로 보면 대선 승리를 위해 약간의 지지층만 보태면 된다. 문제는 40% 지지층과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 '확신'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래서 나는 지지한다"는 구체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생은 위기 상황이다. 뛰는 물가와 높은 청년실업률, 천정부지의 대학등록금, 대책없는 육아·보육,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가격, 떨어질줄 모르는 사교육비, 답이 없는 노후대책으로 온 국민이 불안하다. 국민은 이런 불안을 들어주고 답을 함께 찾을 '선각자'가 절실하다.
지지에 대한 불안감과 고단한 민생은 박 전 대표에 대한 갈증을 낳고 있다. 더이상 구름 위에서 신비주의에 안주할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일상 속에서 뒹굴자는 요구다. 친박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베일을 벗고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하루빨리 구체적 정책을 들고 사회복지사 등 사회 곳곳의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생을 돌보는 정책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친박 관계자 A씨는 "여전히 국민은 (박 전 대표는) 나와는 뭔가 다른, 멀리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며 "여론의 큰 흐름이 잡히는 추석 전에 (국민의)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박 전 대표가 소위 전문가로 분류되는 교수나 관료들을 만나 정책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상 속에서' 함께 고민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다른 친박 B씨는 "박 전 대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층이 60%인 점을 고려한다면 40% 지지에 안주할 게 아니라 (박 전 대표가)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어 민심을 듣고 구체적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며 "조용한 행보를 고집하기엔 상황이 급박하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친박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민생 정책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언론을 의식한 거창한 행보를 할 게 아니라 민생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타운미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여전히 '조용한 행보'에 무게를 싣는다. 비서실장격인 이학재 의원과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 등 측근그룹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정현 의원은 4일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19개월이나 남았는데 이 시점에 소위 말하는 차기주자들이 너나 없이 나서서 활동하고 얘기하고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그쪽으로 블랙홀이 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활발한 행보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친박 C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나의 행보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투철하다"며 "최소한 연말까지는 미리 짜여진 민생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 관계자 D씨는 "박 전 대표는 쇼와 전략을 싫어하는 정치인"이라며 "보여주기 위해 어디를 찾아가고, 여론을 의식해 전략을 세우는 식의 정치는 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 측근들 입을 통해 확인되면서 친박내에서조차 2006년 10월 추석 사례를 회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 직전 터진 북한 핵실험은 당시 대선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정체됐고 이명박 후보의 몸값은 급등했다. 당시에도 박 전 대표는 구체적 대선행보를 피하는 상황이었다.
친박 A씨는 "국민은 내가 겪는 고통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하고 그 대상이 박 전 대표이길 원한다"며 "민생이 급박한데 대통령 레임덕 운운하는 건 안이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선거가 아직 멀었기 떄문에 국민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행보를 쇼라고 볼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친박 B씨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구름 위의 존재"라며 "하루빨리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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