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립공원이 케이블카로 폭발 일보 직전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북한산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9개 국립공원에 인접한 15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검토·추진 중이며, 양양 산청 구례 남원 영암 사천 등 6개 지자체는 케이블카사업을 위한 국립공원계획변경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라 한다.
야생 동·식물 삶터이며 자연·문화경관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을 케이블카 천국으로 바꾼 일등공신은 환경부다. 2010년 10월 1일 자연공원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공포, 2010년 10월 25일 국립공원 케이블카사업 기본방침 발표, 2011년 5월 3일 케이블카 가이드라인 개정, 차기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결정 계획 등을 모두 환경부가 주도했다.
경제개발시대에도 없었던 일 저지른 이명박정부
우리나라는 덕유산국립공원 내 스키장용 케이블카 건설 후 20년 동안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공원'이기 때문이었다.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립공원만은 보전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기존 국립공원 케이블카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생태파괴 등이 심해지면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어울리는 시설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등에 지정하며 국토 면적의 1.4%밖에 안 되어 특별히 보존해야 할 지역이다. 우리나라가 자연보존지구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정부는 과거 경제개발시대에도 없었던 일을 한 것이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지역경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케이블카는 '목적형 상품'이 아니다. 케이블카만 타러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케이블카는 산행을 위해 하루 내지 이틀 머물던 탐방객에게 반나절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케이블카 타고 산 정상을 다녀와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 산 밑에서 민박과 식당을 하며 소소하게 돈을 벌던 토박이 주민에겐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해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케이블카를 자연보호시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했어도 케이블카 정류장을 지으려면 나무와 풀을 베야 한다. 정상부로 올라간 사람들은 연결된 등산로로 가고 싶어 하고 능선 등산로에 대한 이용 압력이 높아진다. 환경부가 내세우는 '기존 탐방로와 연계 피함'이라는 기본방향은 덕유산국립공원에서 보듯 1~2년 안에 바뀔 것이 뻔한 형식적 원칙일 뿐이다.
환경부가 진정 정상부 탐방객 분산 필요성 때문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환경부는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인근의 등산로를 공원시설에서 폐지해야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향하는 모든 등산로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산을 걸어 올라가는 게 보편적인 나라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아마 국립공원 입구마다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 500일째 되는 날
케이블카로 인한 경관 파괴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리산 노고단, 설악산 대청봉 아래, 속리산 문장대 등에 5층 높이의 15m 건물이 들어선다면 어찌 국립공원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까!
오늘은 국립공원을 사랑하고, 산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반대하며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꼭대기에서 산상시위를 한 지 500일째 되는 날이다. 환경부가 아직 '환경'부라면, 지리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등을 제대로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 케이블카가 반드시 필요한지, 제발 진지하게 되묻길 바란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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