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오세훈과 기후변화의 조우

지역내일 2011-08-09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시민 여러분에게 닥칠 고통과 불편, 불안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읽은 발표문의 한 구절이다. 서울 일대에 퍼부은 집중 호우로 큰 수해가 덮쳤고 더욱이 우면산 산사태로 17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들끓게 되자 오 시장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 발표문 구절을 보면서 오 시장이 스스로 제기한 '시장의 덕목' 또는 '시장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실태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시민의 안전에 대한 예측 능력과 대처 감각이 시정을 책임진 시장이나 지자체장에게 절실해졌다.

인재든 천재든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원인을 찾고 이어 재난 관리의 문제점을 들춰내기 마련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구청장이나 시장은 비난의 목표물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폭우 피해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정치 손익 계산을 따진다. "이번 수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오세훈일 꺼야."

이게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한 단면이다. 오 시장이 정치적으로 어떤 손해를 보았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가 이번 폭우와 그 피해를 보며 "아뿔싸"했을 법하다는 점이다. 그는 주목받는 정치인 중에서는 기후변화의 악몽을 가장 먼저 가상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변호사 활동을 할 때부터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환경에 대한 그의 관심의 정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한나라당 후보로 시장에 출마했을 때 환경운동가들이 달려들어 도와준 것은 이례적이었다. 만약 그가 느닷없는 인기 상승에 힘입어 시장 자리에 오르는 일이 없었다면 지금도 기후변화 이슈를 강조하는 변호사나 국회의원 정도로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선된 뒤 환경은 뒷전으로 밀려나

그런데 시장에 당선된 후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것은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이었다. 환경은 뒷전으로 밀려난 듯했다. 이런 변화가 젊은 오 시장의 정치적 이미지에 맞는 것 같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오 시장의 마음속에 품어왔던 비전이 그런 거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해할 수는 있다. 환경타령을 한다고 해서 환경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치인들은 뭔가 겉보기에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오 시장은 "이번 폭우를 계기로 기후환경 변화를 분명한 현실로 인정하고 기존의 도시방재 패러다임을 이상기후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10년간 17조원을 사람이 눈이 잘 가지 않는 지하와 산비탈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말처럼 쉬울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제 서울 시장은 오 시장이든 그의 계승자든 방재 문제를 기존 패턴에 의존하고 놔둘 수는 없다.

서울은 홍수를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자연 재앙으로부터 안전한 명당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태풍이 서울을 공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와 한국기상청의 측정 결과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기온은 0.74도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 평균은 1.5도로 2배나 상승속도가 빨라졌다. 바다 수온 상승도 세계평균보다 1.5배 빨라졌다.

한반도 주변의 공기와 바다가 이미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벌판에서 오곡이 영글어가야 할 늦여름이 지금 빗줄기 속에 잠겨 있다. 이것을 '기상이변'이나 '이상기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상'(異常)은 시간이 좀 지나면 정상(正常)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그게 아니라 인간이 적응하기 어려운 방향과 속도로 기후가 변해간다는 것을 뜻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다. 첫째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일이고, 둘째는 기후변화가 몰고 올 각종 재난에 대비하는 방재(防災)시스템의 구축이다.

지도자 모두 방재 중요성 생각해야

이산화탄소 감축은 국제협상으로 시간만 끌 뿐 가시적 성과가 요원하다.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이 이미 문지방을 넘어섰는지 모른다. 다급한 일은 방재이다. 봇물 터지 듯 밀려오는 열파, 폭설, 폭우, 태풍, 미생물의 번창과 질병, 농어업환경의 대변화 등 기후변화가 동반할 재앙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방재의 개념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오 시장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의 지자체장은 물론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방재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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