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증시 혼란이 진정되고 있다. 미국 연준(FRB)이 제3차 양적 완화(QE3)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면서 9일 개장 직후 뉴욕 주가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FRB의 성명에서 그에 관한 언급은 빠지고 현재의 제로금리를 "최소한 2013년 중반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데 실망해 주가는 다시 뒤로 밀렸지만 최근의 폭락이 지나쳤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며 다우지수는 일거에 1만1200선을 회복했다.
뉴욕 증시 일거에 1만1200선 회복
사실 뉴욕주가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 불안은 결코 해소된 것이 아니다. 그러기보다는 이번 주가 쇼크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앞으로 선진국들의 정책적 대응에 따라 주가폭락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5일 신용평가기관인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글로벌 주가폭락이 촉발되자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전문가들은 S&P가 "가장 적절치 않은 시점에, 가장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주가폭락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S&P가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과 선진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무능력에 대해 "올바른 경고"를 발했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뉴욕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들이 "제2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mission impossible)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은 "시장접근(국채발행)이 가능한 나라들인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이 단기적으로 재정적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중기적으로 재정긴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권고한다.
루비니 교수의 정책 주문은 이미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모범 답안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현재 정치 상황은 그런 정책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치권이 연방부채 상한선 증액 협상 과정에서 극단적인 당파주의에 휘말려 S&P의 신용등급 강등을 자초하게 되었고, 유로통화권(유로존) 지도자들이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산될 위험 속에서도 미온적인 대책으로 일관하는 심각한 '정치력 결핍'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재정적자'(financial deficit)가 아니라 선진국 지도자들의 '신뢰성 결핍'(credibility deficit)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에 있다고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강조한다. 그리고 현재 세계경제가 "제2의 대수축"(Great Contraction)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밝히고, 유로존 위기국가들의 부채탕감과 주택가격이 모기지(장기주택대출) 이하로 떨어진 미국의 '잠수(潛水)주택' 소유자들의 채무경감, 그리고 이런 직접적인 부채경감 조치가 어려울 경우 인플레억제 목표를 4∼6%로 높여 '디레벌리징'(채무감축)을 지원하는 "예외적 방안"까지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
로고프 교수, '제2 대수축' 경고하며 '인플레 통한 경기부양' 제시
과연 선진국 지도자들이 로고프 교수의 이런 정책 조언에 얼마만큼 부응할 수 있을까. 일단 미국 FRB가 그동안 제로금리를 "수개월 동안"(extended period)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을 이번에 "향후 2년간" 그렇게 하겠다고 확실히 밝힌 점은 시장안정에 관한 FRB의 정책의지를 확인해 주며, 동시에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QE3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글로벌 주가폭락 충격으로 선진국들의 정책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뀐 결과이다. 이날 백악관의 진 스펄링 경제고문이 "장기적인 정부부채 안정화와 더불어 단기적인 경기부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배경이다.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측과의 갈등을 넘어 그런 정책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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