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데자뷰 … 미국·유럽 체력소진, "상황 더 나쁘다"
미 고용·생산·소비 각종 지표 취약 … 정책대안 마땅치 않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 유럽 PIIGS 이외 지역도 부각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을 다시 보는 듯한 데자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전세계에 공포감이 퍼졌듯이 이번엔 빚으로 지탱해온 선진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더블딥(경제재침체) 우려감이 휩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한번 위기의 진원지로 등장한 미국과 유럽의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푸는 정책으로 금융위기에 대처해왔던 이들은 빚의 수렁에 빠지면서 더 풀 수도, 안 풀 수도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경제위기가 또 한번 세계를 강타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글로벌증시 패닉 = 8일 글로벌증시는 패닉이라 부를 만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 저녁 발표된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처음으로 반영한 아시아 증시는 2~5%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8일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74.30p(3.82%) 떨어진 1869.4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9.60p(3.79%) 급락한 2526.82로 거래를 마쳤다.
이어 개장한 유럽 증시와 뉴욕 증시도 개장하자마자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3.39% 하락한 5068.95,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5.02% 급락한 5923.27로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634.76p(5.55%) 하락한 1만809.85를 기록했고, 이는 1만2000선이 붕괴된지 4거래일 만에 1만1000선마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체력 소진된 미국·유럽 = 관심사는 혹시라도 더블딥이 현실화됐을 때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느냐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2007년 말부터 시작됐던 경기침체 때보다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기 후 약 3년 동안 선진국의 체력이 소진될 대로 소진됐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 고용과 생산, 수입, 산업생산 등 경제 각 부문의 상황이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7년보다 훨씬 취약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경기침체 발발 후 4년간 민간부문의 노동인구(working-age population)는 3% 증가했지만 일자리는 당시보다 5%(680만개) 가량 적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당시 5%대에서 9.1%로 급등했다.
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개인 소득은 4년 전보다 4% 감소했고 주택가격은 24%나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산업생산지수도 2007년 12월보다 약 8%가 하락했다.
유럽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의 경제지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일찌감치 문제아로 지목됐던 PIIGS 국가 외에도 다른 국가들조차도 지뢰밭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최근 벨기에도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채무위기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벨기에 국채 10년물의 시장 수익률은 4.43%로 2년7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 경기부양 수단이 별로 없어 = 2008년에는 공격적으로 돈을 푸는 경기 부양 정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금리는 이미 장기간 '제로(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더 낮출 수도 없는 상태다. 3차 양적완화(QE3)론이 나오고는 있지만 달러를 푸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결국 빚에 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 등으로 또다른 경기부양조치는 오히려 시장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4년 전 국내총생산(GDP)의 64.4%였던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는 100%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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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용·생산·소비 각종 지표 취약 … 정책대안 마땅치 않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 유럽 PIIGS 이외 지역도 부각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을 다시 보는 듯한 데자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전세계에 공포감이 퍼졌듯이 이번엔 빚으로 지탱해온 선진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더블딥(경제재침체) 우려감이 휩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한번 위기의 진원지로 등장한 미국과 유럽의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푸는 정책으로 금융위기에 대처해왔던 이들은 빚의 수렁에 빠지면서 더 풀 수도, 안 풀 수도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경제위기가 또 한번 세계를 강타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글로벌증시 패닉 = 8일 글로벌증시는 패닉이라 부를 만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 저녁 발표된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처음으로 반영한 아시아 증시는 2~5%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8일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74.30p(3.82%) 떨어진 1869.4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9.60p(3.79%) 급락한 2526.82로 거래를 마쳤다.
이어 개장한 유럽 증시와 뉴욕 증시도 개장하자마자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3.39% 하락한 5068.95,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5.02% 급락한 5923.27로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634.76p(5.55%) 하락한 1만809.85를 기록했고, 이는 1만2000선이 붕괴된지 4거래일 만에 1만1000선마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체력 소진된 미국·유럽 = 관심사는 혹시라도 더블딥이 현실화됐을 때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느냐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2007년 말부터 시작됐던 경기침체 때보다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기 후 약 3년 동안 선진국의 체력이 소진될 대로 소진됐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 고용과 생산, 수입, 산업생산 등 경제 각 부문의 상황이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7년보다 훨씬 취약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경기침체 발발 후 4년간 민간부문의 노동인구(working-age population)는 3% 증가했지만 일자리는 당시보다 5%(680만개) 가량 적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당시 5%대에서 9.1%로 급등했다.
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개인 소득은 4년 전보다 4% 감소했고 주택가격은 24%나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산업생산지수도 2007년 12월보다 약 8%가 하락했다.
유럽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의 경제지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일찌감치 문제아로 지목됐던 PIIGS 국가 외에도 다른 국가들조차도 지뢰밭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최근 벨기에도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채무위기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벨기에 국채 10년물의 시장 수익률은 4.43%로 2년7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 경기부양 수단이 별로 없어 = 2008년에는 공격적으로 돈을 푸는 경기 부양 정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금리는 이미 장기간 '제로(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더 낮출 수도 없는 상태다. 3차 양적완화(QE3)론이 나오고는 있지만 달러를 푸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결국 빚에 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 등으로 또다른 경기부양조치는 오히려 시장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4년 전 국내총생산(GDP)의 64.4%였던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는 100%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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