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일본은 신의 부활을 상징하는 '천황'이라는 가면을 지금도 쓰고 있고, 결코 그 가면을 벗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면을 자신의 진짜 얼굴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일본인의 이러한 사유의 극단적인 사례는 1970년 11월 25일 도쿄에서 일어났다.
이날 이치가야 일본 육상자위대 동부지부에 우익 사병집단 방패회 일당이 난입했다. 이들은 사령관을 인질로 삼고 1000여 명의 자위대원들 앞에서 헌법개정 및 자위대의 황군화를 위한 쿠데타를 선동했지만 반응이 없자 준비한 일본도로 할복자살을 감행했다. 방패회 대장 미시마 유키오는 배를 갈라 창자를 드러내고 그 안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소설가였던 그는 국수주의적 정치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1966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번 올라 전후 일본 순수문학계의 최고봉으로 꼽혔으며, 그의 소설 '금각사'는 1950년대 미국에서까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정신의 풍경, 박규태)
오늘날 일본사회에서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미시마'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곳곳에서 극우파의 깃발 아래 국수주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왕 히로히토는 1945년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에게 항복한 이듬 해 정초 소위 '인간선언'을 하면서 신에서 인간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 극우세력은 '천황'에게 다시 신의 가면을 씌우고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 제1야당인 자민당 의원 3명이 '독도 박물관'이 있는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소동을 피웠다. 그 이튿날에는 일본정부가 독도를 그들의 고유영토인 다케시마(竹島)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2011년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김포공항에서 자해공갈단 같이 실랑이를 벌이던 자민당 의원들의 모습에서 문득 지난 달 노르웨이에서 미증유의 학살극을 벌인 파시스트 확신범 브레이빅을 떠올리게 된다.
다시 살아나는 '미시마 유키오' 망령
'다케시마 방위백서'를 7년째 발표하는 일본정부의 막무가내 태도에서는 '일본판 브레이빅'을 잉태하는 거대한 극우 이데올로기의 몸체를 느끼게 한다.
이들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극우적 뿌리는 독도의 일본 영토 주장에서부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앞장서기, 일한합병조약(일본의 한국 병탄)은 국제법상 합법, 현 평화헌법의 개정과 일본의 핵무장 촉구, '난징(南京) 대학살은 허구다'에 이르기까지 서로 얽혀 있다.
군국주의 시대로 더 거슬러 가면 1923년 관동대지진 때는 조선인들을 폭도로 몰아 대거 학살했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과는커녕 '전쟁 중 화장실 문화'라는 망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교과서 왜곡문제에서 보듯이 역사적 과오와 만행에 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법이 없다.
노르웨이 브레이빅 학살 사건이 일어난 사회적 환경과 오늘의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사이에는 무언가 유사점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북유럽과 일본에서는 극우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유럽의 극우세력은 백인이 아닌 모든 인종에게 적대적이다. 일본도 '군국시대의 국가·민족 지상주의'가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꿈틀거린다. 북유럽의 백인 중심주의는 결국 이슬람을 쳐부수는 광기어린 현대판 십자군 전쟁의 전사를 만들어 냈다.
일본의 극우세력은 침략주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있다. 일 교과서 왜곡의 주역인 극우세력은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시대착오적인 '영토수복' 전쟁의 전사로 만들지도 모른다.
일본 국민은 '자신 개인보다 그가 소속된 집단이나 조직, 가족, 국가에 봉사하고 목숨까지도 바치며 충성하는 국민' 이다. 루스 베네딕트가 일찍이 '국화와 칼'에서 지적했듯이 일본인은 누구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덕으로 보지 않는 반면, 어쩔 수 없이 은혜를 입었을 때도 보은하는 것을 덕으로 간주한다. '천황'에게서든 국가에게서든 은혜를 입었다고 하면 반드시 보은하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는 뜻이다.
침략주의 유전자 가진 일본 극우
일본인의 전통적 사유 구조에 비추어 볼 때, 극우파가 계속 세력을 확대해나가고 극우적 이데올로기가 기승을 부리면, 일본사회는 '일본판 브레이빅'을 무수히 제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브레이빅 메이드 인 저팬'이 재일동포 등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 집단을 상대로 해코지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면서 배를 갈라 내장을 내놓는 '지성적' 작가 미시마의 괴기한 행동과 희대의 참극을 벌인 브레이빅의 기막힌 행동 사이에 뭔가 선이 닿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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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신의 부활을 상징하는 '천황'이라는 가면을 지금도 쓰고 있고, 결코 그 가면을 벗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면을 자신의 진짜 얼굴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일본인의 이러한 사유의 극단적인 사례는 1970년 11월 25일 도쿄에서 일어났다.
이날 이치가야 일본 육상자위대 동부지부에 우익 사병집단 방패회 일당이 난입했다. 이들은 사령관을 인질로 삼고 1000여 명의 자위대원들 앞에서 헌법개정 및 자위대의 황군화를 위한 쿠데타를 선동했지만 반응이 없자 준비한 일본도로 할복자살을 감행했다. 방패회 대장 미시마 유키오는 배를 갈라 창자를 드러내고 그 안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소설가였던 그는 국수주의적 정치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1966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번 올라 전후 일본 순수문학계의 최고봉으로 꼽혔으며, 그의 소설 '금각사'는 1950년대 미국에서까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정신의 풍경, 박규태)
오늘날 일본사회에서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미시마'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곳곳에서 극우파의 깃발 아래 국수주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왕 히로히토는 1945년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에게 항복한 이듬 해 정초 소위 '인간선언'을 하면서 신에서 인간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 극우세력은 '천황'에게 다시 신의 가면을 씌우고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 제1야당인 자민당 의원 3명이 '독도 박물관'이 있는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소동을 피웠다. 그 이튿날에는 일본정부가 독도를 그들의 고유영토인 다케시마(竹島)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2011년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김포공항에서 자해공갈단 같이 실랑이를 벌이던 자민당 의원들의 모습에서 문득 지난 달 노르웨이에서 미증유의 학살극을 벌인 파시스트 확신범 브레이빅을 떠올리게 된다.
다시 살아나는 '미시마 유키오' 망령
'다케시마 방위백서'를 7년째 발표하는 일본정부의 막무가내 태도에서는 '일본판 브레이빅'을 잉태하는 거대한 극우 이데올로기의 몸체를 느끼게 한다.
이들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극우적 뿌리는 독도의 일본 영토 주장에서부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앞장서기, 일한합병조약(일본의 한국 병탄)은 국제법상 합법, 현 평화헌법의 개정과 일본의 핵무장 촉구, '난징(南京) 대학살은 허구다'에 이르기까지 서로 얽혀 있다.
군국주의 시대로 더 거슬러 가면 1923년 관동대지진 때는 조선인들을 폭도로 몰아 대거 학살했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과는커녕 '전쟁 중 화장실 문화'라는 망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교과서 왜곡문제에서 보듯이 역사적 과오와 만행에 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법이 없다.
노르웨이 브레이빅 학살 사건이 일어난 사회적 환경과 오늘의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사이에는 무언가 유사점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북유럽과 일본에서는 극우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유럽의 극우세력은 백인이 아닌 모든 인종에게 적대적이다. 일본도 '군국시대의 국가·민족 지상주의'가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꿈틀거린다. 북유럽의 백인 중심주의는 결국 이슬람을 쳐부수는 광기어린 현대판 십자군 전쟁의 전사를 만들어 냈다.
일본의 극우세력은 침략주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있다. 일 교과서 왜곡의 주역인 극우세력은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시대착오적인 '영토수복' 전쟁의 전사로 만들지도 모른다.
일본 국민은 '자신 개인보다 그가 소속된 집단이나 조직, 가족, 국가에 봉사하고 목숨까지도 바치며 충성하는 국민' 이다. 루스 베네딕트가 일찍이 '국화와 칼'에서 지적했듯이 일본인은 누구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덕으로 보지 않는 반면, 어쩔 수 없이 은혜를 입었을 때도 보은하는 것을 덕으로 간주한다. '천황'에게서든 국가에게서든 은혜를 입었다고 하면 반드시 보은하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는 뜻이다.
침략주의 유전자 가진 일본 극우
일본인의 전통적 사유 구조에 비추어 볼 때, 극우파가 계속 세력을 확대해나가고 극우적 이데올로기가 기승을 부리면, 일본사회는 '일본판 브레이빅'을 무수히 제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브레이빅 메이드 인 저팬'이 재일동포 등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 집단을 상대로 해코지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면서 배를 갈라 내장을 내놓는 '지성적' 작가 미시마의 괴기한 행동과 희대의 참극을 벌인 브레이빅의 기막힌 행동 사이에 뭔가 선이 닿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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