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황해 오염권

지역내일 2011-07-08
언론인 / 전 한국일보 주필

보하이만(渤海灣)에서 해상 유정이 터져 서울 면적만큼의 바다가 오염된 사실이 뒤늦게 중국 정부에 의해 확인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의 발표로는 오염은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하지만 산둥(山東) 허베이(河北) 랴오닝(遼寧) 등 3개 성과 텐진(天津)시 일대의 해역에 어획금지령을 내린 것을 보면 오염 정도가 만만치 않음을 암시해 준다.

보하이만은 황해의 일부로 우리나라와는 일의대수(一衣帶水)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따라서 원유 유출이 심각해질 경우 그 오염은 황해의 한국 수역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바다의 오염을 통한 영향에 앞서 보하이만 일대에서 수입되는 어류와 패류의 안전성이 보다 시급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수산당국이나 주중 대사관이 수입수산물의 안전검사를 강화하고 중국 정부에 진상을 문의한 조치는 당연한 일이다.

보하이만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6월 4일로 한달도 더 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쉬쉬하면서 일을 숨겼다. 인근 바다에서 느닷없이 물고기가 떼로 죽어가는 등 오염피해가 나타나자 중국판 트위터가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공개되었다고 한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고 하지만 정보유통이 광속으로 퍼지는 이 시대에 중국인도 한국인도 한달 동안 검은 기름띠가 보하이만을 오염시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보하이만은 이번 석유 유출이 있기 전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된 바다가 되어 있었다. 1998년 7월 2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보하이만을 일컬어 '죽음의 바다'라고 보도한 적이 있을 정도다.

보하이만은 산둥반도와 랴오닝반도로 둘러싸인 중국의 내해로 바다 넓이는 7만8000㎢로 남한 면적보다 약간 작다. 보하이만의 오염이 심해진 것은 텐진 등 이곳 해안지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산업시설이 밀집해 들어섰기 때문이다.

서해의 물고기와 조개류까지 오염

또 하나의 오염원은 바로 황허(黃河)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서 중국 북부를 구비구비 흘러 보하이만으로 빠지는 이 거대한 강은 수없는 내륙 도시의 산업시설과 하수도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의 통로나 마찬가지다.

황허(黃河)라는 명칭은 이 강이 중국 북부의 황토지대를 거치며 미세한 황토 입자가 대량으로 물에 풀려 누렇게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황토가 퇴적되면서 비옥한 농토가 생기고 중국 문명이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강물에 각종 화학물질이 흘러들어서 산업용이나 농업용으로도 쓸 수 없는 수역이 넓어지고 있다.

오염된 보하이만의 바닷물이 해류에 의해 빠져나가는 곳은 한국의 해안선과 맞닿아 있는 황해다. 보하이만이 오염될수록 한국인들의 식탁원인 황해의 물고기와 조개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한 지 20년이 되었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다. 한국이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것은 중국과의 교류 덕이 크며 저렴한 식품 공급 등이 가능한 것도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중국이 우리의 삶에 좋은 측면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강과 바다가 산업폐수로 오염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것이다.

수질 오염뿐만 아니라 산성비의 증가나 오존농도가 높아진다든지 황사에 중금속이 묻어오는 등 중국에서 흘러들어오는 대기오염도 점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이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안전까지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초래된 방사능 오염 사태가 얼마나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중국 원전도 폭발 등 사고 가능성

일본의 원전폭발 사고를 보며 원자력 에너지로 급속히 바꿔가는 중국에서도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는 많을수록 그만큼 위험도가 커진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일본에서 사고가 터졌고 중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농업사회로 머물러 왔던 과거 중국의 문제는 단지 안보 위협의 문제에 머물렀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글로벌 사회에서는 위험한 일들도 급속도로 퍼지게 되어 있다.

오염 물질의 확산도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지금 우리는 '황해 오염권'에 살고 있다. 어느새 강대국의 지위를 확보한 중국을 대처하기에 우리의 힘은 벅차지만, 지혜와 준비는 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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