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날씨마저 왜 이러나 (문창재)

지역내일 2011-08-19

가뜩이나 우울한 소식뿐인데 날씨마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세상 일이 힘들고 어지러울수록 날씨부조라도 있어야 위안이 되는 법이다. 올해는 전에 없던 기상이변으로 생활난이 가중되고 있으니 웬일인가 싶다. 갖가지 기상관측 기록이 잇달아 깨지고 있으니 하늘마저 한국을 버린 게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보기 드문 야채와 과일 흉작으로 서민가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한 때 일이라 치자. 가을곡식 작황마저 빨간불이 켜져 농민과 서민들 얼굴에 수심이 깊다. 너무 잦은 비 때문에 일거리를 얻지 못한 일용노동자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진하는가 하면, 산업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으로 국가경제도 수렁으로 빠져들어 한숨소리가 높다.

올 여름 서울에서는 볕 본 날이 손꼽힐 정도다. 하늘이 뚫어지기나 한 듯, 밤이고 낮이고 비가 왔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77일 동안 48일간 비가 왔다. 여름에 사흘에 한 번 꼴로 비가 오기는 1908년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자주 온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루 강수량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여름 강수량 신기록 … 농사에 치명적

서울 도심과 강남 요지가 물바다가 되고, 산사태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7월 27일 서울의 하루 강수량은 540mm에 육박했다. 수도권에서는 이틀 사이에 연중 강수량의 반에 해당되는 700mm 이상 쏟아진 곳도 많다. 한여름 전에 서해로 올라온 태풍이 두 차례였다.

강수량 누계도 기록적이다. 17일 현재까지 서울은 평년치(941mm)의 2배가 넘는 1901.9mm가 내렸고, 인천 수원 강화 원주 춘천 인제도 예년의 2배가 넘어섰다. 반면 서귀포 목포 부산 등 남부지방은 평년치를 밑도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더위를 잊은 중부지방에서는 "여름이 어디 갔나" 하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올 여름 하루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는 가정이 많다. 한창 무더웠을 엊그제(8월 16일) 서울의 기온은 섭씨 25도를 넘지 않았다. 지난 열흘 이상 30도를 넘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수도권과 강원 북부, 동해안 일부 지역도 비슷했다.

볕 보기가 어렵고 기온이 낮은 여름날은 농사에 치명적이다. 나무와 풀은 적당한 비와 볕과 온도를 먹고 자란다. 과일과 야채, 곡식류라고 다를 것이 없다. 일정한 온도가 쌓이고 적당한 볕과 바람을 받아야 가지와 잎이 자란다. 열매가 맺히고 익는 것도 다 그 힘에 의지하는 법인데, 비만 넘치고 나머지는 모자라니 흉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날씨가 농사만 망친다면 다행이겠다. 어업에도 치명적이고, 토건업 건축업 같이 일용노동자를 많이 쓰는 건설 산업은 물론 관광레저 산업, 각종 서비스업, 도소매업, 운수업, 제조업 등등 거의 전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궂은 날씨 때문에 일거리를 얻지 못해 혼자 사는 옥탑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일용직 노동자의 비극이 '기상재해'의 상징이다. 그는 스무 살이 넘도록 아들을 키워준 형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유서를 남겼다. 날씨 때문에 일거리를 얻지 못해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람이 그 사람뿐일까. 지금 전국의 인력시장에는 날마다 그런 사람들의 한숨이 넘쳐난다. 그런 현상이 어찌 인력시장에만 국한되겠는가.

농축수산물 수급대책 미리 마련해야

기상청에 따르면 이상기후의 원인은 북쪽의 찬 고기압 세력과 남쪽의 덥고 습한 기단이 한반도 중부지방에서 마주쳐 오래 걸쳐 있기 때문이라 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라고 한다. 활짝 갠 날씨가 오래 계속되면 곡식 이삭과 과일 야채류가 익고 영그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 유례없는 흉년을 각오해야 한다. 문제는 가을에도 맑은 날씨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시 가을장마가 올지 모른다니 큰일이다.

그러니 인위적으로 무엇을 어쩌란 말이냐고 할 것이다. 하늘이 하는 일에 사람이 손을 쓸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닥쳐온다. 곧 이어 추수철이다. 부족할 농수축산물 수급대책을 미리 걱정하고, 관련 산업에 생기를 불어넣을 방법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내 대책을 짜내는 일은 정부 몫이다. 서민생활 보호에 손 쓸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인식 아래, 고민하고 끙끙대는 공무원들 모습을 보고 싶다.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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