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몹쓸 병에 걸려 아이에게 맞는 혈액이 필요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적합한 피를 가진 사람은 다섯 살 박이 누이동생 뿐. 아이 아버지가 누이동생에게 말했다.
“오빠가 지금 너무 많이 아파서, 네 피가 조금 필요해. 나누어 줄 수 있겠니?”
누이동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빠는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누이동생은 눈을 꼭 감은 채로 있었다. 부모가 흔들어 깨우자 “내 피 오빠 주었는데도, 나 아직 살아있는 거야?”는 누이동생.
피를 주면 자신은 죽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었던 것이다.
추위를 녹이는 이웃사랑
그런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 구미시내 2번가에 아담히 자리잡은 ‘구미 헌혈의 집’을 찾았다.
“어서 오세요, 편안하게 앉으셔서 음료수부터 한잔 드세요.” 활짝 웃음으로 방문객을 맞는 이는 양미영 간호사다.
긴장하며 들어섰다가 그녀의 환대(?)에 이내 마음이 풀어져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친구를 기다리듯 편안하게 놓여져 있는 오렌지색 소파와 탁자 위에 놓여있는 각종 잡지며 만화책들, 이웃집에 놀러온 것 같은 푸근함이다. 한 점씩 자리잡은 내추럴한 소품도 편안한 분위기에 한 몫하고 있다.
좀더 편안한 공간에서 부담 없이 헌혈을 했으면 좋겠다는 양 간호사는 “우리가 괴로울 정도로 헌혈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며 “16세 이상이 되면 헌혈이 가능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려보낼 때가 제일 안타깝지만 80%∼90%가 재방문을 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고 남모르게 다녀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도 많은 혈액이 수입되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우리음식 만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순천향 네거리 공영주차장에서 버스 한 대로 헌혈인구를 맞아온 ‘구미 헌혈의 집’이 이전을 생각한 것은 지난 97년부터.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중요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불편한 교통시설, 협소한 공간 등이 담당자들을 안타깝게 하던 중 유동인구가 많은 지금의 서울은행 골목의 2번도로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한다.
이젠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도 잠시 기다리는 장소로 이용하라며 권할 정도가 되었다는 양 간호사. 기다리는 동안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음료수를 마시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인용 액정TV가 설치되어있는 편안한 침대에 누워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팔을 쥐었다 폈다 하면 헌혈 끝. 개인차이가 있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드라마 한편 볼 시간이면 이웃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게 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바로 일어서는 김유진(20·대학생)씨. 고1때부터 시작해서 4년 동안 9번 헌혈하고 남자친구도 꼬드겨서 같이 시작한지 1년이 됐다. “시내에 자주 나오는 편인데, 중심지에 있으니까 더 자주 하게 될 것 같다”는 그녀는 “학교에서 헌혈증 모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남몰래 미소를 교환해요”
앳된 얼굴에 교복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는 김혜경(19·고등학생)양. 알고 보니 이번 수능을 치뤘단다.
올해는 고3이라서 자주 못 왔지만 피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바뀔 때까지 헌혈을 하고 싶다는 당찬 여학생이었다. 얼굴만 알던 학교 친구를 여기서 만났다는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고통을 투자(?)하며 특별히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결심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는 그들에게서 이웃사랑 나라사랑이 먼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직장 상사로만 알고 있다가 ‘적십자 헌혈유공장 은장(30회 이상 헌혈)’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회사 사보에서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도 적극 동참하게 되었다는 이석진(30·회사원)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여기 있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그 후 정기회원으로 등록하고 3주에 한번은 꼭 찾는다는 그의 건강한 삶에서 행복의 여유가 엿보인다.
나무는 다음해를 위하여 낙엽을 떨어뜨린다고 했던가. 자꾸만 떨어져 쌓이는 낙엽처럼 우리의 이웃사랑도 차곡차곡 쌓이길 바래본다.
헌혈에 관한 알쏭달쏭한 이야기
헌혈을 하면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NO
헌혈과정 중 사용되는 모든 기구는 무균처리된 일회용품입니다. 따라서 헌혈과정을 통하여 어떠한 형태의 질병감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헌혈은 건강에 좋다? YES
헌혈이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에 따르면 40세 이후에 헌혈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 질환에 걸릴 확률이 86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몸 속의 과다한 철분을 헌혈을 통해 몸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면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김은선 리포터 6k5tod@orgio.net
“오빠가 지금 너무 많이 아파서, 네 피가 조금 필요해. 나누어 줄 수 있겠니?”
누이동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빠는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누이동생은 눈을 꼭 감은 채로 있었다. 부모가 흔들어 깨우자 “내 피 오빠 주었는데도, 나 아직 살아있는 거야?”는 누이동생.
피를 주면 자신은 죽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었던 것이다.
추위를 녹이는 이웃사랑
그런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 구미시내 2번가에 아담히 자리잡은 ‘구미 헌혈의 집’을 찾았다.
“어서 오세요, 편안하게 앉으셔서 음료수부터 한잔 드세요.” 활짝 웃음으로 방문객을 맞는 이는 양미영 간호사다.
긴장하며 들어섰다가 그녀의 환대(?)에 이내 마음이 풀어져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친구를 기다리듯 편안하게 놓여져 있는 오렌지색 소파와 탁자 위에 놓여있는 각종 잡지며 만화책들, 이웃집에 놀러온 것 같은 푸근함이다. 한 점씩 자리잡은 내추럴한 소품도 편안한 분위기에 한 몫하고 있다.
좀더 편안한 공간에서 부담 없이 헌혈을 했으면 좋겠다는 양 간호사는 “우리가 괴로울 정도로 헌혈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며 “16세 이상이 되면 헌혈이 가능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려보낼 때가 제일 안타깝지만 80%∼90%가 재방문을 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고 남모르게 다녀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도 많은 혈액이 수입되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우리음식 만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순천향 네거리 공영주차장에서 버스 한 대로 헌혈인구를 맞아온 ‘구미 헌혈의 집’이 이전을 생각한 것은 지난 97년부터.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중요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불편한 교통시설, 협소한 공간 등이 담당자들을 안타깝게 하던 중 유동인구가 많은 지금의 서울은행 골목의 2번도로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한다.
이젠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도 잠시 기다리는 장소로 이용하라며 권할 정도가 되었다는 양 간호사. 기다리는 동안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음료수를 마시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인용 액정TV가 설치되어있는 편안한 침대에 누워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팔을 쥐었다 폈다 하면 헌혈 끝. 개인차이가 있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드라마 한편 볼 시간이면 이웃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게 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바로 일어서는 김유진(20·대학생)씨. 고1때부터 시작해서 4년 동안 9번 헌혈하고 남자친구도 꼬드겨서 같이 시작한지 1년이 됐다. “시내에 자주 나오는 편인데, 중심지에 있으니까 더 자주 하게 될 것 같다”는 그녀는 “학교에서 헌혈증 모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남몰래 미소를 교환해요”
앳된 얼굴에 교복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는 김혜경(19·고등학생)양. 알고 보니 이번 수능을 치뤘단다.
올해는 고3이라서 자주 못 왔지만 피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바뀔 때까지 헌혈을 하고 싶다는 당찬 여학생이었다. 얼굴만 알던 학교 친구를 여기서 만났다는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고통을 투자(?)하며 특별히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결심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는 그들에게서 이웃사랑 나라사랑이 먼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직장 상사로만 알고 있다가 ‘적십자 헌혈유공장 은장(30회 이상 헌혈)’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회사 사보에서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도 적극 동참하게 되었다는 이석진(30·회사원)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여기 있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그 후 정기회원으로 등록하고 3주에 한번은 꼭 찾는다는 그의 건강한 삶에서 행복의 여유가 엿보인다.
나무는 다음해를 위하여 낙엽을 떨어뜨린다고 했던가. 자꾸만 떨어져 쌓이는 낙엽처럼 우리의 이웃사랑도 차곡차곡 쌓이길 바래본다.
헌혈에 관한 알쏭달쏭한 이야기
헌혈을 하면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NO
헌혈과정 중 사용되는 모든 기구는 무균처리된 일회용품입니다. 따라서 헌혈과정을 통하여 어떠한 형태의 질병감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헌혈은 건강에 좋다? YES
헌혈이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에 따르면 40세 이후에 헌혈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 질환에 걸릴 확률이 86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몸 속의 과다한 철분을 헌혈을 통해 몸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면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김은선 리포터 6k5tod@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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