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쇼핑몰에 5000억원 잘못 투자 … 제안서 13%만 준법감시인 점검 거쳐
해외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수익성·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건물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제안서 접수부터 타당성 검토까지 전반적인 절차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감사결과 확인됐다.
◆1700억 → 4.5조 '투자액 급증' = 국민연금공단은 투자를 다변화하고 투자수익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값이 떨어진 해외부동산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공단은 2009년 2월 '해외부동산 투자지침'을 제정하고 같은 해 6월 일본 동경의 KDX 도요스 그랜드스퀘어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8건의 해외부동산을 매입했다. 3조7300억원에 달하는 돈이 들어갔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햄슬리빌딩 지분 49%를 매입함으로써 공단이 보유한 해외부동산은 총 9개가 됐다.
투자규모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2007년 1731억원에서 2008년 5642억원, 2009년 2조4474억원, 지난해 3조8861억원을 거쳐 올 상반기에 이미 4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부동산의 투자기간은 적어도 7~10년으로 투자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건별 투자금액도 최소 970억원에서 최대 1조4860억원에 이른다. 위탁운용사에 지급되는 매입보수도 평균 매입가격의 1% 상당으로 최대 118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투자제안부터 의결까지의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결제시스템 거친 제안서 13%뿐 = 그러나 공단의 해외부동산 투자과정은 드는 돈이 무색하게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제안서 접수절차부터 빈틈이 많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2009년 6월 해외부동산 프로젝트 투자를 시작한 후 월평균 10건 이상의 투자제안서를 접수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현재까지 100건 이상의 투자제안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공단은 제안서 누락을 막기 위한 별도의 접수창구 없이 담당자가 제각각 위탁운용사로부터 직접 또는 이메일로 투자제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관부서 역시 구체적인 기준과 평가방식 없이 팀회의를 통해 투자여부 검토 대상을 선정하고 있었다. 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 제안서를 제출해도 누락되는 구조인 것이다.
준법감시인의 점검을 받지 않고 접수되는 제안서도 태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운용 내부통제규정'에 따르면 투자제안서는 내부결제 시스템에 등록해 준법감시인의 점검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감사결과 2009년 5월~2010년 9월말까지 준법감시인의 점검을 거친 투자제안서는 100여건 중 13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투자한 프랑스 파리의 오파리노 쇼핑몰의 경우 투자위원회가 열리고 검토의견까지 작성된지 1달여가 지나서야 투자제안서가 접수됐다.
◆위탁운용사 말만 믿고 투자결정 = 또 공단은 합리적인 투자를 위한 자문체계를 만들어놓고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의 '해외부동산 투자지침'에 따르면 공단은 위탁운용사가 계약한 자문기관, 그리고 공단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자문기관으로부터 투자 타당성을 검토 받도록 돼 있다.
공단이 자체적으로 자문기관을 선정토록 한 것은 위탁운용사가 선정한 자문기관이 거래성사를 위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분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자체 선정한 자문기관으로부터 투자수익률이 투자기준을 충족하는지 등 투자타당성·지침준수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감사결과 공단은 2009년 6월~2010년 4월까지 7건의 해외부동산프로젝트 투자를 진행하면서 위탁운용사가 선정한 기관에는 자문보수로 4억4100만원에서 최대 27억6100만원을 지급한 반면, 직접 자문계약을 체결한 A자문사에 대해서는 예산제한 등을 이유로 불과 4000만원씩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탁운용사가 선정한 자문기관은 투자검토 초기부터 자문해 통상 2~3개월의 투자검토를 거친 반면 공단이 A자문사는 공단의 해외 현장실사 후에야 자문을 받기 일쑤였다. 자문계약 체결일부터 투자 심의일까지 불과 10일밖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자문사의 현지 지사들은 제대로 된 검토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지사에서 자문용역을 수행한 빌딩(20그로스베너, 88우드스트리트, HSBC타워) 중 2곳은 투자수익률이 분석되지 않았다. 베를린지사에서 자문용역을 수행한 소니센터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구두로 통보됐다.
결국 공단은 7건 중 3건에 대해 이들 자문사가 제시한 투자수익률은 물론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운용사의 말만 믿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오파리노 쇼핑몰 '투자 부적정' = 허술한 절차는 결국 부실투자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공단이 지난해 7월말 프랑스 파리의 오파리노 쇼핑몰에 실시한 5425억원(3억6200만유로)어치의 투자에 대해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수익률이 최소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데도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해외부동산 투자지침에 따르면 임대료 수익을 위주로 하는 투자의 경우 최소수익률(투자 후 5년 이상 예상되는 실질수익률)이 5% 이상이어야 한다. 또 위탁운용사의 낙관적인 분석에만 의존해 투자의사가 결정되지 않도록 공단이 직접 계약한 자문기관으로부터 별도로 투자타당성을 검토받아야 한다.
프랑스의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 예측치인 1.7%를 고려하면 이 투자의 최소수익률은 6.7% 이상이 돼야 했다.
당시 위탁운용사는 실질수익률을 8.1%로 예상했다. 반면 공단과 직접 계약한 A자문사는 실질수익률이 5%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공단은 7월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위탁운용사의 수익률만을 명시, 수익률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종합 검토의견을 작성했음이 밝혀졌다.
심의안건 점검을 담당한 임직원들 역시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투자기준이 준수됐다고 검토의견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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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수익성·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건물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제안서 접수부터 타당성 검토까지 전반적인 절차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감사결과 확인됐다.
◆1700억 → 4.5조 '투자액 급증' = 국민연금공단은 투자를 다변화하고 투자수익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값이 떨어진 해외부동산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투자규모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2007년 1731억원에서 2008년 5642억원, 2009년 2조4474억원, 지난해 3조8861억원을 거쳐 올 상반기에 이미 4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부동산의 투자기간은 적어도 7~10년으로 투자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건별 투자금액도 최소 970억원에서 최대 1조4860억원에 이른다. 위탁운용사에 지급되는 매입보수도 평균 매입가격의 1% 상당으로 최대 118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투자제안부터 의결까지의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결제시스템 거친 제안서 13%뿐 = 그러나 공단의 해외부동산 투자과정은 드는 돈이 무색하게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제안서 접수절차부터 빈틈이 많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2009년 6월 해외부동산 프로젝트 투자를 시작한 후 월평균 10건 이상의 투자제안서를 접수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현재까지 100건 이상의 투자제안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공단은 제안서 누락을 막기 위한 별도의 접수창구 없이 담당자가 제각각 위탁운용사로부터 직접 또는 이메일로 투자제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관부서 역시 구체적인 기준과 평가방식 없이 팀회의를 통해 투자여부 검토 대상을 선정하고 있었다. 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 제안서를 제출해도 누락되는 구조인 것이다.
준법감시인의 점검을 받지 않고 접수되는 제안서도 태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운용 내부통제규정'에 따르면 투자제안서는 내부결제 시스템에 등록해 준법감시인의 점검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감사결과 2009년 5월~2010년 9월말까지 준법감시인의 점검을 거친 투자제안서는 100여건 중 13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투자한 프랑스 파리의 오파리노 쇼핑몰의 경우 투자위원회가 열리고 검토의견까지 작성된지 1달여가 지나서야 투자제안서가 접수됐다.
◆위탁운용사 말만 믿고 투자결정 = 또 공단은 합리적인 투자를 위한 자문체계를 만들어놓고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의 '해외부동산 투자지침'에 따르면 공단은 위탁운용사가 계약한 자문기관, 그리고 공단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자문기관으로부터 투자 타당성을 검토 받도록 돼 있다.
공단이 자체적으로 자문기관을 선정토록 한 것은 위탁운용사가 선정한 자문기관이 거래성사를 위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분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자체 선정한 자문기관으로부터 투자수익률이 투자기준을 충족하는지 등 투자타당성·지침준수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감사결과 공단은 2009년 6월~2010년 4월까지 7건의 해외부동산프로젝트 투자를 진행하면서 위탁운용사가 선정한 기관에는 자문보수로 4억4100만원에서 최대 27억6100만원을 지급한 반면, 직접 자문계약을 체결한 A자문사에 대해서는 예산제한 등을 이유로 불과 4000만원씩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탁운용사가 선정한 자문기관은 투자검토 초기부터 자문해 통상 2~3개월의 투자검토를 거친 반면 공단이 A자문사는 공단의 해외 현장실사 후에야 자문을 받기 일쑤였다. 자문계약 체결일부터 투자 심의일까지 불과 10일밖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자문사의 현지 지사들은 제대로 된 검토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지사에서 자문용역을 수행한 빌딩(20그로스베너, 88우드스트리트, HSBC타워) 중 2곳은 투자수익률이 분석되지 않았다. 베를린지사에서 자문용역을 수행한 소니센터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구두로 통보됐다.
결국 공단은 7건 중 3건에 대해 이들 자문사가 제시한 투자수익률은 물론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운용사의 말만 믿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오파리노 쇼핑몰 '투자 부적정' = 허술한 절차는 결국 부실투자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공단이 지난해 7월말 프랑스 파리의 오파리노 쇼핑몰에 실시한 5425억원(3억6200만유로)어치의 투자에 대해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수익률이 최소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데도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해외부동산 투자지침에 따르면 임대료 수익을 위주로 하는 투자의 경우 최소수익률(투자 후 5년 이상 예상되는 실질수익률)이 5% 이상이어야 한다. 또 위탁운용사의 낙관적인 분석에만 의존해 투자의사가 결정되지 않도록 공단이 직접 계약한 자문기관으로부터 별도로 투자타당성을 검토받아야 한다.
프랑스의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 예측치인 1.7%를 고려하면 이 투자의 최소수익률은 6.7% 이상이 돼야 했다.
당시 위탁운용사는 실질수익률을 8.1%로 예상했다. 반면 공단과 직접 계약한 A자문사는 실질수익률이 5%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공단은 7월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위탁운용사의 수익률만을 명시, 수익률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종합 검토의견을 작성했음이 밝혀졌다.
심의안건 점검을 담당한 임직원들 역시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투자기준이 준수됐다고 검토의견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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