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은행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 (김기수 2001.11.29)

<내일진단>

지역내일 2001-11-29
<내일진단>은행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 (김기수 2001.11.29)
김기수 금융팀장
국내 최대 합병은행 부행장의 경험담이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이용했던 은행에서 최근명세서를 한통 받았다. 2000년 10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거래내역을 적은 명세서에는 잔고가 482달러65센트이고 32일 동안 이자가 20센트 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공돈이 생겨 기쁜 마음으로 명세서를 읽어가던 그는 한달간 계좌유지 수수료가 18달러나 된다는 항목을 발견하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계좌를 그대로 두면 머지않아 원금을 다 까먹을 판이었기 때문이다. 이 은행 담당직원은 적어도 잔고가 1만달러는 돼야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올 1월 제일은행이 소액예금자에 대해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한 이후 시중은행이 앞다투어 이와 유사한 무이자통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은행은 뭇매를 맞았다. 일부 시민단체는 무이자지급제가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행위인지 여부를 심사해줄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했다. 일부 언론도 은행부실이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 때문에 생겼는데 이를 소액예금주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익자 부담원칙 분명히 해 부실 없애야
이에 대한 은행측 논리는 간단했다. 상품의 가격은 매출원가에 연동시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잔액이 10만~50만원 미만의 소액계좌는 이익보다 관리비용이 많아 이자는커녕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은행의 설명이다.
통합 국민은행은 올해 3조5000억원의 세전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고객을 세분화해 이익목표를 잡고 있는데, 연간소득 4000만원 이상 고객에게서 3조3000억원, 연간소득 2000만~4000만원 중산층 고객에서 7000억원의 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소득 2000만원의 대중층에게서는 1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서비스비용이 수익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창구가 아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계좌유지 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있다. 한빛은행 조사에 따르면 예금을 내줄 때 창구를 이용하면 건당 2081원의 비용이 드는데 비해 인터넷뱅킹은 39원밖에 안 된다.
고객차별화는 선진국 금융권에서는 매우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수수료 현실화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의 공공성보다 상업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기관(Financial Institution)’이라는 표현보다 ‘금융회사(Financial Company)’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라고 주변에도 권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엄청난 규모로 투입돼 있고, 대주주가 정부인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은행이 수익자부담 원칙을 경시하고 장사를 잘못해 부실이 커지면 또 다시 국민 세금을 쏟아 붇거나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1~9월 중 은행권의 총 당기순이익이 4조387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러한 이익은 이자와 수수료이익 등이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자산을 처리해 충당금을 덜 쌓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적자금 고갈로 은행 생존은 좁은 문
국내 최대 합병은행 부행장이 거래했던 은행(Fleet)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통한 비용을 줄이기를 위해 몸집 불리기를 일상적으로 해왔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콜로니얼은행은 뱅크오브보스턴에 흡수합병됐고 뱅크오브보스턴은 또 다시 작은 은행들을 흡수해 뱅크오브보스턴코네티컷은행이 됐다. 뉴잉글랜드 지역에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어려워지자 작은 은행들을 규합해 현재의 플릿(Fleet)은행이 됐다.
우리나라 은행은 미국은행에 비해 리스크는 2배, 수익력은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행은 수수료수입 합계가 총지급이자와 맞먹는다. 우리나라 은행은 예대마진이 작고 수수료 수입은 미미하다.
최근 은행이 짝짓기를 위한 활발한 물밑 접촉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 은행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생존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금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합병 등을 통해 생존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공적자금이 고갈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은행들의 생존으로 가는 좁은 문은 닫히고 있다.
김기수 금융팀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