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일자리 기획] ⑧경북 마을기업 ‘순흥초군농악대’

지역내일 2011-07-27 (수정 2011-07-27 오후 1:32:02)
"마을에 생기돌고 어르신들 표정이 밝아졌어요"
노인 주축 농촌전통문화 사업화

정부 일자리사업이 행정기관 중심으로 취약계층 지원에 일관하던 모습에서 탈피, 지역사회를 근간으로 보다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역이 주도하는 일자리, 보다 시장성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행정안전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해낼 올해의 일자리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경북 영주시의 한 마을에서 농악대의 상쇠를 맡고 있는 정창순(71)할아버지는 얼마 전 마을회관을 지키는 뒷방노인(?) 신세를 면했다.

정 할아버지는 지난 5월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 선비촌으로 출근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예전 같으면 마을 농악대에서 가끔있는 공연이나 행사에 나가 꽹과리를 치며 풍물패를 이끄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출범한 경북 영주시 마을기업 '순흥초군농악대'(대표 손택종)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전국민속축제에서 경북도 대표로 출전해 장려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순흥초군농악대의 상쇠인 정할아버지는 마을기업에 출근해 짚풀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주말이나 관광성수기에 단체관광객이나 체험관광객이 오면 꽹과리를 잡고 신명나게 풍물놀이도 한판 놀아준다.

경북도의 대표적인 마을기업인 순흥초군농악대는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선비촌 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26일 삼복더위 속에서도 10여명의 마을기업 직원들이 목각공예와 짚풀공예 작업, 떡매와 소달구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70세 안팎의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다. 상근직원들은 사물놀이 악기연주자이면서 짚과 목공예 기술자들로 평균 월급 60만원 이상 받는 당당한 직장인들이다. 20여명의 다른 회원들은 단체관광객을 위한 공연이나 대규모 풍물놀이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전통민속문화가 실버마을기업 경쟁력 = '순흥초군농악대'는 마을농악대 회원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지난 3월 경북도가 공모하는 마을기업 육성사업대상으로 선정돼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사업아이템은 선비촌 전통 민속공예품 제작과 운영 활성화다.

경북도와 영주시의 보조금 5000만원과 농악대 자비 2000만원을 보태 7000만원의 창업자본으로 출발했다. 이 돈으로 '소달구지 체험용' 소와 달구지도 구입하고 선비촌 내에 작업장도 마련했다.

마을기업 참여인원은 33명. 이들은 대부분 북 징 장구 태평소 꽹과리 등 농악기 연주, 상모 돌리기, 농요 부르기 등 역할을 분담해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기여해온 자생 순흥초군농악대 회원들이다. 순흥초군농악대는 옛부터 내려온 영주시 순흥면 지역의 전통농악인 초군농악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000년 만들어졌다.

농악대가 마을기업이라는 사업에 뛰어든 것은 농악대를 기반으로 전통문화를 보급하고 영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선비촌과 협력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및 민속공예품을 제작·판매해 보자는 취지였다. 특히 특별한 문화콘텐츠가 없는 선비촌에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해 국내 최초의 사립대학이라 불리는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순흥초군농악대의 사업분야는 소달구지 체험, 짚풀공예와 목공공예품 판매, 떡매체험, 농악공연과 체험 등이다. 이 가운데 소달구지 체험은 대도시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창업 3개월만에 매출 1400만원 = 순흥초군농악대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5000원에서 3만원 정도 하는 공예품을 팔고 어린이 1인당 3000원씩 받는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치고는 꽤 큰 금액이다. 가끔 대형 멍석을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외국인 관광객과 같은 단체 체험객 등의 특수도 있다.

손택종 순흥초군농악대 대표는 "기업매출이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돈은 아니지만 70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값진 돈"이라며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경험 그리고 나무와 짚과 같은 저렴한 원자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고령의 어르신이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어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흥초군농악대는 올해 2억원 정도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마철이 끝나고 휴가철과 가을까지 이어지는 관광성수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마을기업은 앞으로 사업 참여자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 등을 통해 안정적인 노인일자리를 제공하고 초가지붕 잇는 기술을 사업화하는 방안, 겨울철 비수기에 왕골을 활용한 발 등 다양한 공예품 제작을 통한 사업다각화도 검토하고 있다.

박백수 총무는 "마을기업을 시작한 후 마을에 생기가 돌고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건강해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마을기업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참여폭을 넓혀 사라져가는 공동체 정신을 다시 살려 보겠다"고 말했다.
문의 영주순흥초군농악대 054-638-5831~2

영주=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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