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정치개혁 없이 재벌개혁 없다

지역내일 2011-07-27

이명박정권의 재벌 대기업 두들겨패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상징인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를 거론하며 "이런 걸(대기업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하라고 출총제를 푼 게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제대 앞둔 고참이 예뻐했던 후배들의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몽둥이 타작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집권 후반기 지지도 관리와 내년 선거를 위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하자는 데 재벌의 협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재벌을 편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이 사회정의와 거리가 먼 재벌총수일가를 별로 존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정권 말기엔 여·야 가리지 않고 재벌 손보기가 유행이었다. 김대중정권 말기에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로 도피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구속됐다. 노무현정권 말기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감옥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재벌개혁은커녕 재벌 길들이기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고환율정책으로 재벌덩치 훨씬 커져

이명박정부의 출총제 폐지와 고환율정책 등으로 재벌의 덩치는 훨씬 커졌다. 30대 재벌그룹 계열사는 2006년 500개에서 올 4월까지 1087개로 늘어났다. 1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5%에서 지난해엔 75.6%로, 시가총액은 주식시장의 50%를 차지했다.

얼마 전 치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결혼식을 보면 이제 왕보다 높은 황제가 된 듯하다. 신세계건설이 리모델링을 하고 있던 조선호텔을 통째로 사용하는가 하면, 취재진에 완력까지 행사했다니 말이다. 서민의 상식으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에 뒤질세라 민주당이 헌법 119조 2항을 거론하며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생경제 위기의 주범인 재벌을 개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믿음이 안 간다. 국민을 상대로 또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재벌개혁 실패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할 텐데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은 '재벌개혁 등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인수위가 확정한 10대 국정과제에서 '재벌개혁' 항목을 없앴다. 게다가 재계의 요구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규제개혁 등)라는 구체적 추진과제를 삽입했다. 참여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벌써 재벌에게 밀린 것이다. 그 때 도대체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국민들은 지금도 궁금해 한다.

생명보험사 상장차익을 고객인 보험가입자의 몫을 배제하고 고스란히 주주가 가질 수 있게 한 결정은 노무현정권이 재벌에 준 '가장 큰 특혜'였다. 그 일의 중심에 있었던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명박정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재벌 문제만큼은 노무현정권과 이명박정권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윤 장관 덕분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생명 상장 과정에서 약 4조50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요직에 있으면서 재벌개혁에 무기력했던 인사들, 당시 여당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공공연히 출총제 폐지를 떠들던 인사들이 지금은 민주당 중진의원이 됐고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재벌개혁을 잘 할 수 있을까.

재벌 순환출자 고리 끊고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내년 대통령선거를 '돈 안 쓰는 선거'로 치러서 1987년 대통령직선제 이후 제2의 정치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불법 선거·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라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변화에 앞장설 수 있다.

둘째, 내년 대선에서 '강력한 출총제 부활' 등 재벌개혁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대선 전에 국민들 사이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집권 초기에 재벌개혁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재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관·재·법조계는 물론 일부 언론까지 동원해 "재벌을 개혁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국민을 협박하던지 아니면 '빨갱이 좌파정부' 운운할 수도 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재벌개혁은 재벌의 일정한 틀을 유지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재벌의 발전적 해체로 가야 한다.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몇가지 주력산업에 집중하게 한다면 문어발 재벌이 아닌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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