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없는 한국정당, 생활-정치 ‘괴리’

지역내일 2011-08-01
현행 '당원협의회'로는 정당-유권자 소통 역부족 … '지구당 부활' 논의 주목
내일신문·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
후 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대한민국 국회·한나라당
·민주당·자유선진당·미래희망연대·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중심연합·국민참여당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 3월 지구당 제도가 없어지면서 한국정당의 '풀뿌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구당을 대체하기 위해 지역위원회와 당원협의회가 존재하고 있지만 정당과 당원, 정치와 유권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구당 부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배경이다.

더구나 당원을 '동원대상' 정도로만 여기는 한국정당의 태도와 적극적인 정치활동의 발목을 잡는 공직선거법의 촘촘한 통제도 생활과 정치의 괴리를 키우는 걸림돌이다.

◆지구당 폐지로 '편법·위법 정치' 일상화 = 지난해 11월 10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역위원회, 즉 과거에 지구당의 경우 당원명부도 없고 조직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정치가 어려워진다"며 "현행법상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사실상 선거법 위반을 거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럴까. 한나라당 모 영남권 국회의원은 "정당법에서 당원협의회는 사무실을 둘 수 없다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후원회 사무실을 편법 사용하고 있다"며 "후원회를 둘 수 없는 원외위원장은 사무실도 없이 움직여야 한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지구당 폐지로 인해 '편법·위법 정치'가 일상화됐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지구당 폐지로 정당과 당원, 정치와 유권자의 소통통로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원협의회와 지역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지구당을 대체하는 '풀뿌리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홈페이지조차 갖춘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실제 활동이 미미한 게 현실이다.

그나마 운영되는 당원협의회도 정당의 풀뿌리조직이라기 보다는 국회의원 개인 활동을 위한 사조직으로 전락한 상태다. 사무실과 유급사무직원을 둘 수 없고, 당원명부를 관리할 법적 권한조차 없는 당원협의회의 한계다.

유진숙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정당은 아직 전반적인 정치적 소통을 주도하고 발전시킬 만한 제도적, 인적, 물적 자원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존재하였던 한국정당의 기초조직인 지구당은 2004년 정치관계법 개정을 통해 폐지됐다"고 지적했다.

◆정개특위에서 '지구당 부활' 논의 = 지구당 부활 논의는 2008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18대 국회에서 시작됐다. 지구당 부활을 내용으로 한 정당법 개정안 2건은 2008년 11월(강기정 의원 대표발의), 2009년 9월(권택기 의원 대표발의) 제출됐다.

강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구당 제도는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불법과 고비용' 정치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고 2004년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폐지되었으나 그 폐단이 많이 해소됐다"며 "정당이 국민과 멀어지게 된 배경에는 지구당이 폐쇄됨으로서 국민과 정당이 소통할 기회를 상실했고 그 결과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정당정치가 후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도 "당원의 참여와 민주적 운영이 담보되는 범위 안에서 현행 당원협의회를 활성화하여 정당의 정치적 의사형성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본격 논의는 지난 3월에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정개특위는 현재 소액후원금제 등 정치자금제도 개선과 석패율제도 도입, 지역구 재조정 등과 함께 지구당 부활도 다루고 있다. 지구당 부활은 지난해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이 박희태 국회의장,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나 제안한 것이 기폭제가 돼 의제에 포함됐다.

◆'생활정치센터' 역할 필요 = 지구당 부활 논의는 단순히 과거 형태의 지구당을 다시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앙당과 인물중심의 정당을 당원과 유권자에게 돌려주자는 의미다. 생활과 정치의 일상적인 소통을 통해 유권자의 정치접근성을 높이고,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 생활에 더 민감해 지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정상호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폐지된 지구당제도를 생활정치센터로 전환해 정당이 지역에 착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활정치센터의 역할에 대해 △당원과 유권자에 대한 정치 및 시민교육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 및 역사강좌 △직능·사회단체와의 현안협의 △입법 및 조례에 대한 청구와 시민감사 △지방정부와 민관협력 등 일상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매개하는 '전달벨트'라고 설명했다.

물론 지구당이 부활한다고 곧바로 정치와 생활의 결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당의 일상활동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의 한계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정치활동을 색깔론으로 매도하거나, 선입견을 갖고 보는 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7·22 총기테러의 희생양이 되긴 했지만 노르웨이 우퇴이야섬 노동당 청년회 여름캠프가 청소년 민주주의 교육장과 인재발굴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점은 한국정당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례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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