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두달

지역내일 2011-08-25
분할상환ㆍ고정금리대출 제자리 … 빚 총액만 늘어
건전화 이끌 유인책 없어 … '은행 이기주의'도 눈살

가계부채 건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정금리대출이나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확대 등 가계부채 건전화를 위한 핵심대책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는 것. 오히려 부채 총액만 불어나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전환을 위한 유인책이 없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출억제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사상 초유의 대출 중단사태가 벌어지는 등 혼선만 빚어지는 모습이다.

대출전환 제자리, 총액 증가세 여전 = 금융당국이 지난 6월29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은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두 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 가량. 이를 2016년까지 30%로 늘린다는 게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23일 현재 4.2%로 6월말보다 0.1%p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3.2%에서 4%로 0.8%p 높아졌지만 농협은 대책 시행후 한달새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

우리은행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0.4% 가량으로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도 제자리걸음이기는 마찬가지다.

5대 은행 중 증가폭이 가장 큰 하나은행이 6.6%에서 7.2%로 0.6%p 높아졌을 뿐이다. 국민은행은 0.5%, 신한은행은 0.4%, 우리은행은 0.2%, 농협은 고작 0.1%p 높아졌다.

반면 가계빚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분기 가계빚은 전분기보다 18조9000억원 늘어나 6월말 현재 876조원에 달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말 가계빚은 9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은커녕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상환수수료 인하 요구에 버티는 은행권 =은행들은 고객들이 고정금리대출보다 대출금리 수준이 낮은 변동금리형 대출을 선호하고 있어 이를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고정금리대출이 인기를 모으려면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야 하지만 최근 시중금리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객들로서는 향후 금리가 오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금리가 낮은변동금리형 대출에 손이 갈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최근 당국에 고정금리대출을 2015~2016년에 집중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미국이 제로금리를 2년 이상 유지하기로 해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2~3년 내 고정금리대출이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금을 장기로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출금리가 10~30년 동안 고정되는 고정금리대출을 팔려면 조달금리도 장기간 고정돼야 하지만, 국내 채권시장에서 장기 은행채가 거의 거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수수료 할인 등을 통해 장기 채권인 커버드본드를 활성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수수료와 기타 비용을 합산해 5%대 중반 수준인 조달금리를 낮춰야 고객에게 제시하는 고정금리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책 시행 전부터 당국에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고정금리형대출과 비거치식 대출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일방적으로 두 대출을 늘리라는 지시만 내려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은행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건전화 대책에 따르는 것처럼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리스크관리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은행들은 신규 대출 중단보다는 자금 여유가 있는 기존 대출자의 상환을 유도하라는 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줄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행 갈등, 서민 불만 고조 = 두 달 전 내놓은 대책의 약발은 없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은행 사이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

최근 사상 초유의 가계대출 중단 사태가 빚어진 것도 금융당국의 의도가 은행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배달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 증가율 7%대(월별로는 전월 대비 0.6%)에 맞추라고 '지도'했을 뿐인데, 이 수준을 뛰어넘은 일부 은행이 지레짐작으로 월별로 맞춰야 하는 강제조항으로 해석해 대출을 막아버린 것. 더구나 당국이 증가율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대출금에 대해 준비금을 쌓도록 하는 방안, 100%인 예대율의 하향조정 등 더욱 강경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금융권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0.6%가 만고강산의 진리인가"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탁상공론식으로 접근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유연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가을철로 접어들면 은행과 당국을 탓하는 서민들의 불만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가을은 추석, 2학기 개학, 이사철 등이 맞물려 있어 다른 계절에 비해 자금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그렇지 않아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이는 고객들이 많은데, 대출 수요가 커지는 가을로 들어서면 이런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며 "보다 치밀하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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