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도시를 생태도시로 바꾸다
1인당 공원면적 전국 최고 … 기업·시민 참여도 활발
휴식공간 제공, 열섬현상 완화, 각종 공해 저감 등 도시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다른 어떤 자연 요소들보다 크고 다양하다. 아름다운 경관은 도시의 가치도 높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산림청과 공동으로 도시숲의 기능을 조명하고, 주요 도시들의 도시숲 조성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본다.
울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도시다. 특히 굴뚝산업으로 대표되는 석유화학이나 자동차 등 공해유발 업종들이 많다. 그렇다고 울산을 환경 불모지로 보는 건 오판이다.
전국 어느 도시보다 도시녹화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덕에 지금 울산은 생태도시라 불러도 좋을 만큼 크게 변화했다.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전국 평균(7.76㎡)에 비해 1.25배나 많은 9.74㎡에 이른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9.00㎡)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1인당 공원조성면적도 13.60㎡로 전국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넓다. 이런 울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숲이 울산대공원과 태화강공원이다.
◆도심 한 가운데 백로 서식지가 = 울산대공원은 국내 최대의 도심 공원이다. 면적이 365만여㎡(110만평)로 뉴욕의 센트럴파크(103만평)보다도 크다. 1986년부터 도시공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예산 탓에 사업추진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1995년 SK가 공원조성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총 사업비 1602억원 가운데 1020억원을 SK가 투자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느티나무 산책로와 다양한 테마공원, 습지 등이 조성된 잘 가꿔진 거대한 숲이 됐다. 울산대공원 정문 서쪽 '공업탑'이 공장도시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울산대공원이 대체했다. 변변한 공원이나 놀이시설이 없던 '회색빛 공장도시' 울산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 내놓을 자랑거리 하나를 얻은 것이다.
2006년 4월 처음 문을 연 뒤 해마다 500만명 이상이 이 공원을 찾고 있다. 울산시 인구를 110만명으로 본다면 시민 1명이 거의 5번을 다녀간 셈이다.
울산대공원은 2009년 세계조경가협회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장지역 조경계획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대공원이 위치한 울산 남구 옥동은 공단 인접지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울산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6월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장미축제에 37만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전국적 명소가 됐다.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인 장미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울산대공원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곳이 지난해 조성된 태화강공원이다. 하천변에 위치한 53만㎡의 대규모 공원으로 여의도 면적보다 넓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촌이던 이곳을 숲과 산책로, 문화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태화강변에 조성된 53만㎡의 태화강공원. 잘 조성된 생태숲 덕분에 도심의 철새도래지로 자리잡았다. 사진 울산시 제공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기 위해 보상비로 막대한 예산도 들였다. 하천변이라 나무를 심는데 제약이 많았지만 울산시는 이곳에 심을 수 있는 최대량의 나무를 심었다. 그 덕분에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도 철새가 날아들고 고라니와 너구리도 서식하고 있는 생태숲이 만들어졌다. 특히 대나무생태원은 백로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대나무 63종 15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고영명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과거 오염의 상징이던 태화강이 이제는 생태하천의 모델로 탈바꿈했다"며 "울산은 이제 어디에 내놔도 좋을 명품 공원을 두 개씩이나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굴뚝을 나무로 가리다 = 울산의 도시녹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 완충녹지와 그린웨이다.

울산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온산국가산업단지 도로변에 대규모 녹지축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온산공단 내 도로에 조성된 그린웨이 녹지축. 사진 울산시 제공
울산 남구 상개동에서 북구 연암동까지 이어진 동해남부선 철도변에 조성 중인 완충녹지는 공장지대와 주거지역을 가르는 녹색 띠다. 총연장 11.8㎞에 20m 이상의 폭을 가진 대규모 생태숲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행로를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해송과 느티나무 같은 키큰 나무에서부터 산딸나무와 남천 같은 키작은 나무까지 다층 구조의 수림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숲이다. 2003년 시작해 2020년 마무리되는 완충녹지 조성은 투입 예산만 4200여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과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린웨이도 같은 목적으로 조성된 녹지축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온산국가산업단지 도로변 인도를 활용해 23㎞, 18만3000㎡에 달하는 공간에 산책로와 녹지대, 생태주차장 등을 조성했다. 이 때문에 온산산업단지는 '숲 속의 공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모든 벽을 녹색으로 바꿔라 = 울산시 도시녹화의 또 다른 특징은 벽면녹화다. 공동주택이나 공장 담장, 도로변 옹벽 등 도시에 있는 벽이란 벽은 모두 덩굴식물을 심었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150만 그루나 심었다. 도시녹화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공간확보를 위한 대안이다. 이 가운데 50만 그루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심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대대적으로 덩굴장미를 심고 있다. 올해만 50여만 그루를 심었다. 2013년까지 115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울산대공원의 장미축제와 상승효과를 내면서 장미가 울산의 또 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은 또한 일자리창출의 성격도 지녔다.
부족한 녹지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녹화사업이 옥상녹화다. 지금까지는 공공건물과 학교를 중심으로 옥상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긴 울산시는 사유 건물의 옥상녹화를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미 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옥상녹화 대상 건물에 대한 현황파악을 마쳤다. 조례가 개정되면 대대적인 옥상녹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녹지공원과 박용환 주무관은 "더 이상 심을 곳이 없을 정도로 도심 곳곳에 나무를 심고 있다"며 "공해 도시 울산의 기억은 이제 잊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차염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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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공원면적 전국 최고 … 기업·시민 참여도 활발
휴식공간 제공, 열섬현상 완화, 각종 공해 저감 등 도시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다른 어떤 자연 요소들보다 크고 다양하다. 아름다운 경관은 도시의 가치도 높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산림청과 공동으로 도시숲의 기능을 조명하고, 주요 도시들의 도시숲 조성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본다.
울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도시다. 특히 굴뚝산업으로 대표되는 석유화학이나 자동차 등 공해유발 업종들이 많다. 그렇다고 울산을 환경 불모지로 보는 건 오판이다.
전국 어느 도시보다 도시녹화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덕에 지금 울산은 생태도시라 불러도 좋을 만큼 크게 변화했다.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전국 평균(7.76㎡)에 비해 1.25배나 많은 9.74㎡에 이른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9.00㎡)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1인당 공원조성면적도 13.60㎡로 전국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넓다. 이런 울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숲이 울산대공원과 태화강공원이다.
◆도심 한 가운데 백로 서식지가 = 울산대공원은 국내 최대의 도심 공원이다. 면적이 365만여㎡(110만평)로 뉴욕의 센트럴파크(103만평)보다도 크다. 1986년부터 도시공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예산 탓에 사업추진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1995년 SK가 공원조성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총 사업비 1602억원 가운데 1020억원을 SK가 투자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느티나무 산책로와 다양한 테마공원, 습지 등이 조성된 잘 가꿔진 거대한 숲이 됐다. 울산대공원 정문 서쪽 '공업탑'이 공장도시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울산대공원이 대체했다. 변변한 공원이나 놀이시설이 없던 '회색빛 공장도시' 울산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 내놓을 자랑거리 하나를 얻은 것이다.
2006년 4월 처음 문을 연 뒤 해마다 500만명 이상이 이 공원을 찾고 있다. 울산시 인구를 110만명으로 본다면 시민 1명이 거의 5번을 다녀간 셈이다.
울산대공원은 2009년 세계조경가협회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장지역 조경계획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대공원이 위치한 울산 남구 옥동은 공단 인접지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울산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6월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장미축제에 37만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전국적 명소가 됐다.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인 장미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울산대공원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곳이 지난해 조성된 태화강공원이다. 하천변에 위치한 53만㎡의 대규모 공원으로 여의도 면적보다 넓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촌이던 이곳을 숲과 산책로, 문화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태화강변에 조성된 53만㎡의 태화강공원. 잘 조성된 생태숲 덕분에 도심의 철새도래지로 자리잡았다. 사진 울산시 제공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기 위해 보상비로 막대한 예산도 들였다. 하천변이라 나무를 심는데 제약이 많았지만 울산시는 이곳에 심을 수 있는 최대량의 나무를 심었다. 그 덕분에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도 철새가 날아들고 고라니와 너구리도 서식하고 있는 생태숲이 만들어졌다. 특히 대나무생태원은 백로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대나무 63종 15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고영명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과거 오염의 상징이던 태화강이 이제는 생태하천의 모델로 탈바꿈했다"며 "울산은 이제 어디에 내놔도 좋을 명품 공원을 두 개씩이나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굴뚝을 나무로 가리다 = 울산의 도시녹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 완충녹지와 그린웨이다.

울산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온산국가산업단지 도로변에 대규모 녹지축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온산공단 내 도로에 조성된 그린웨이 녹지축. 사진 울산시 제공
울산 남구 상개동에서 북구 연암동까지 이어진 동해남부선 철도변에 조성 중인 완충녹지는 공장지대와 주거지역을 가르는 녹색 띠다. 총연장 11.8㎞에 20m 이상의 폭을 가진 대규모 생태숲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행로를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해송과 느티나무 같은 키큰 나무에서부터 산딸나무와 남천 같은 키작은 나무까지 다층 구조의 수림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숲이다. 2003년 시작해 2020년 마무리되는 완충녹지 조성은 투입 예산만 4200여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과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린웨이도 같은 목적으로 조성된 녹지축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온산국가산업단지 도로변 인도를 활용해 23㎞, 18만3000㎡에 달하는 공간에 산책로와 녹지대, 생태주차장 등을 조성했다. 이 때문에 온산산업단지는 '숲 속의 공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모든 벽을 녹색으로 바꿔라 = 울산시 도시녹화의 또 다른 특징은 벽면녹화다. 공동주택이나 공장 담장, 도로변 옹벽 등 도시에 있는 벽이란 벽은 모두 덩굴식물을 심었다.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150만 그루나 심었다. 도시녹화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공간확보를 위한 대안이다. 이 가운데 50만 그루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심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대대적으로 덩굴장미를 심고 있다. 올해만 50여만 그루를 심었다. 2013년까지 115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울산대공원의 장미축제와 상승효과를 내면서 장미가 울산의 또 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은 또한 일자리창출의 성격도 지녔다.
부족한 녹지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녹화사업이 옥상녹화다. 지금까지는 공공건물과 학교를 중심으로 옥상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긴 울산시는 사유 건물의 옥상녹화를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미 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옥상녹화 대상 건물에 대한 현황파악을 마쳤다. 조례가 개정되면 대대적인 옥상녹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녹지공원과 박용환 주무관은 "더 이상 심을 곳이 없을 정도로 도심 곳곳에 나무를 심고 있다"며 "공해 도시 울산의 기억은 이제 잊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차염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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