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환 광주 YMCA 사무국장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나는 바람을 느꼈고 알았다"는 한 참가자의 말이었다. 모두가 공감한 듯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매년 찾아오는 여름방학, 40일간의 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청소년들의 2학기가 달라지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가 결정되기도 한다. 여름방학은 학기와 학기 사이의 중간점검 시간이자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다. 아이들은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시 복습할 수도 있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보다 구체적으로 배워볼 수도 있다.
여름방학은 겨울방학과 달리 1년의 중간에 위치해 약간의 노력으로도 많은 것들을 만회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아이에게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고,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를 주며, 게으른 아이에게는 아침에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면 효과적이다. 그리고 산만한 아이에게는 공부 분량을 정해주고 잘 따지는 아이에게는 친구를 사귈 기회를 주며, 성실하지만 성적이 나쁜 아이에게는 반복 학습을 시키는 게 좋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경쟁적인 아이에게는 계속 도전하게 하며, 성취의욕이 강한 아이에게는 학습개념과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 모두가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다.
도전의식 심어주는 것이 최고
청소년기는 인생에 있어 특별한 시기이다. 그런 만큼 한번쯤은 뭔가 특별한 체험을 해보는 것이 인생에서 더 의미있는 것 같다.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는 올해 7번째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8일 간 168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남 강진군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까지 자전거로 국토순례를 했다.
국토순례에 그치지 않고 강진군 하멜기념관, 민주인권평화의 현장인 5·18민주묘지, 재생에너지 현장인 부안시민발전소, 비응도 풍력발전소단지,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 국립공주박물관, 아산만방조제, 시화호 조력발전소 등과 같은 역사적, 환경적으로 의미있는 장소를 함께 둘러보았다.
필자는 하루밖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쉽지 않는 순례길이었다. 참가자들은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초등 5학년부터 중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첫날 저녁에 참가동기를 물어보았다. 참가자들 중 90% 이상이 부모님의 권유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의해 참여했다고 한다.
그들은 8일 간의 자전거 순례길에서 무더위, 장렬한 태양빛, 목마름, 다리아픔 등의 고통과 싸웠다. 가장 큰 고통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7박 8일의 힘든 여정이었지만 보람과 배움 그리고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단비가 내려 무더위를 식혀주었고 바람이 온몸을 시원하게 했으며 넓은 평야지대를 달리면서 대자연을 가슴에 품었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참가자 자신이 소중한 인격체라는 자신감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대자연 속에서 자아를 발견했고, 집단생활을 통해 책임감을 기르고 민주적 지도력을 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의 훈련을 통하여 가족과 지역사회 속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성 훈련에도 도움이 되었다.
대자연 속에서 스스로 깨달은 교훈
참가자 168명은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임진각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곳에서 해단식을 갖고 소감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성취감에 넘친 열정적인 멘트를 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적인 발표를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나는 바람을 느꼈고 알았다"는 한 참가자의 말이었다. 모두가 공감한 듯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학기 중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는 학습도 중요하지만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은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인간이 대자연의 일원이라는 겸손함을 망각하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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