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용불량자 자살 막으려면

지역내일 2011-08-04 (수정 2011-08-04 오후 1:48:45)

김관기 변호사

모 보험회사가 신용불량자의 보험가입에 대해 보험금 한도를 3000만원으로 제한했다가 공식적으로 철회한 적이 있다. 그들은 보험금액이 크면 내는 보험료가 많고 신용이 좋지 못한 사람은 자력으로 감당하기 힘들기에 가입을 제한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함으로써 손해를 피할 수 있으니 적절한 설명이라고 할 수 없다. 진심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보험사고를 낼 가능성이 큰 자가 먼저 보험에 들어 혜택을 받으려고 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보험회사는 위험 분산으로 지속가능한 영리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특정인이 거액의 보험에 들고 갑자기 사망해 보험회사의 손실을 증대시킬 우려가 많다고 판단할 때를 제외하고는 보험의 가입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많은 사람의 가입은 안정적인 재원의 확보를 뜻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신용'을 보험 가입의 거절 기준으로 삼았던 것은 피보험자의 신용도와 보험사고 즉 사망률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재해는 사람의 신용도를 가리지 않고 죽음은 모든 자에게 평등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보다 높은 사망율은 그 한도 내에서 자살율이다. 이론상 보험회사는 보상가능한 보험사고의 범위에서 자살을 제외함으로써 손해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계획된 자살이라면 이를 증명할 물적 증거도 확보할 수 없다. 바다에 추락해 사망 의혹이 일고 있는 자동차 운전자나 항공기 조종사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자살을 결의했다고 어떤 방법으로 입증할 수 있겠는가.

자살로 잃을 것은 신체 뿐인 사람들

보험회사가 소액의 위험만을 인수해 실속을 챙기고 거액의 보험금이 발생할 상황은 가입거절로 피하려고 하는 행동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보험이 아니라 자살이다. 해결책을 찾으려면 신용불량자들이 남보다 쉽게 자살하는 현상에 대해 최소한의 가설이라도 세울 필요가 있다.

자살은 실행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 정서적 좌절을 주고 아무 관계 없는 제3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비록 자살의 극히 일부만을 감소시킬 뿐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사회적 자원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항공기를 건물에 충돌시키고 지하철에 불을 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군데 빚을 지고 독촉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는 실질적으로 노예이다. 재산으로 채무정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났고 활동의 기초는 오로지 근로소득인데, 최소한의 생존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채권추심자에게 갖다 바쳐야 한다.

고대 로마나 갑오경장 이전의 조선시대와 같이 법적으로 인정된 노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헤어날 가능성이 없는 질곡이라는 면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노예상태를 사회적 죽음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자살로 잃을 것은 신체 뿐이다. 그런데 자살임이 밝혀지지 않는 자살은 주변인에게 거액의 횡재를 준다.

흔히 "연봉이 억대인데 빚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순진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경제적 실패자는 모든 계층에서 나오며 그들이 채무의 수렁에 빠지는 원인 또한 수 없이 많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처음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그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불행하다"는 주장은 경제적 파탄의 관점에서도 진리를 함축한다.

채무 재조정하고 채권추심 공정하게

아무런 대책 제시도 없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신물이 나도록 들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정체를 위장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채무노예들이 우리 주위에 수두룩하다는 생각을 해 보라.

이들이 빚 때문에 자살하지 않도록, 행여 나쁜 생각을 할 변명거리를 찾지 못하도록 온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채무를 취소, 재조정하고 채권추심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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