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가 너무 불안하다.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사람이 못 살 섬'이 된 뒤로, 군과 정부는 '도발징후가 있으면 가차 없는 즉각 대응으로 북의 도발의지를 분쇄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겪고 보니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포탄이 NLL을 넘어 우리 수역에 떨어졌는데도 대응사격에 한 시간이나 걸렸다. 현지 군부대와 행정기관도 주민을 통솔하지 않아 패닉 상태에 빠진 주민들이 우왕좌왕했다.
연평도 북동쪽 해상에서 3발의 포성이 들린 것은 10일 오후 1시.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1시간이나 늦은 오후 2시였다. 그 사이 연평도 주민들은 작년 11월의 악몽을 떠올리며 여러 군데 대피시설로 모여들었다.
대피를 지시하는 방송도, 비상사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도 없어 불안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고 한다.
대응사격에 한시간이나 걸려 … 주민은 우왕좌왕
군 당국은 "황해남도 용매도 남쪽에서 발사한 북한군 해안포 사격으로 추정되는 3발의 폭발음이 포착됐으며, 그 중 한 발이 NLL 인근해상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돼, 오후 2시 경 연평도의 K-9자주포로 NLL 인근해상을 향하여 3발을 대응 사격했다"고 밝혔다. 대응 사격에 1시간이 걸린 데 대해서는 "당시 해상의 짙은 안개로 시계가 1km에 불과해 정확히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평도에 설치된 음향표적탐지장비 판독 결과 1시 20분께 1발이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한 경고통신은 그로부터 5분 후였고, 30분이 지나 NLL을 향한 3발의 대응사격이 이루어졌다.
북측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가 오후 7시 46분 또 다시 2발의 포격을 가해 왔다. 반응이 늦은 것을 비웃는 응답 같았다. 우리 군은 16분 후에 대응사격을 가했고, 그 이후 상황이 종료됐다. 군은 "포탄이 NLL을 넘었는지 여부는 오차범위의 문제가 있어 속단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차례 대응사격을 가한 것은 NLL을 넘어온 것이 확인됐다는 의미여서, 늑장대응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상황은 3차례의 연평해전과 작년의 2차례 북한의 도발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민간인을 포함해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작년 11월 23일 사태를 상기하면,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동료가 전사한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을 하지 못 한 것은 사후책임을 의식한 포병부대 장병들이 망설인 탓이었다.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되자 국방부는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라. 우선 대응해 놓고 나중에 보고하라"는 '선 조치 후 보고' 지침을 내렸다. 해병부대 장비 보강도 이어졌다.그에 앞선 3월 23일 천안함 폭침사건을 계기로 서해도서 방위를 전담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되어 4성 장군이 사령관으로 취임했다. 6월 10일 부대 창설식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은 치사를 통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지상·해상·공중 전력으로 완벽한 협동을 구현하는 명실상부한 합동작전사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해공군의 기민하고 긴밀한 협동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언사였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 치사를 떠올리는 것은 기대를 무참히 깨트린 대응이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과연 육해공 3군의 협동이 이루어졌는가. 탄착점을 확인하는 데 20분이 걸리고, 경고통신 후 대응사격에 30분이 걸린 것을 협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는가. 선 조치 후 보고 지침은 이행되었는가.
알고도 당하는 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작년 연평도 피격은 다 알고도 당한 일이었다. 정보당국이 북한의 서해5도 공격계획 낌새를 챈 것 8월이었다. 물론 관계요로에 다 보고가 되었다. 포격 3일 전에는 북한군 방사포 대대가 개머리 해안 포진지로 이동해 사격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까지 포착되었다. 그러고도 대비를 하지 않은 이유를 당시의 책임자는 '늘 그런 위협이 있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안일과 타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된다. 연평도는 우리 방위태세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이다. 세 차례 해전이 다 그 해역에서 일어났다. 2010년 8월 9일에는 백령도 인근해역에 130발의 포격을 받고도 대응을 하지 않아, 11월의 연평도 사건을 자초한 꼴이 됐다. 이런데도 뻔히 알고 당하는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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