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즉흥 아닌 깊은 연구 필요한 중국 (지용택 2001.12.03)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12-03
<신문로 칼럼="">즉흥 아닌 깊은 연구 필요한 중국 (지용택 2001.12.03)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중국의 WTO 가입과 올림픽 유치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예선전을 한국에서 치르게 된 일 등 언론들은 최근 중국기사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의 젊은 가수들이 중국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한류(韓流)’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인데 중국편에서 한국을 관찰해보면 재벌 영수와 최고 경영자들이 줄줄이 중국행을 하고, 학계나 정계 인사들이 중국의 저명한 대학 및 인사와 연계하여 일회성 세미나 및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등 한국이야말로 광풍적인 ‘한류(漢流)’가 불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같은 류(流)이기는 하나 그 내용의 질이나 폭, 수위의 차원이 너무나 다르다.
중국은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다. 22개의 성(省), 5개의 자치구(自治區), 북경, 천진, 상해, 중경 등 4개의 직할시, 백여년 만에 회귀한 홍콩, 마카오 그리고 양안(兩岸)의 정치문제는 남아 있지만 경제적 통일은 이미 시작된 대만까지 포함하면 34개의 나라가 고유한 환경과 전통을 지키며 발전해간다. 또 많은 이민족들이 중국화되어 전체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漢)족과 55개의 소수 민족이 각기 자신의 문화를 지키면서 공존하고 있다. 민족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중국이란 거대한 테두리를 적극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는 않는다. 물론 티벳, 신강 등 독립운동이 일고 있는 지역도 있지만 이주 정책에 의해 원주민보다 이주민인 한족의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중국이 분열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현장을 좀더 지켜보며 연구할 일이다. 그래도 우리의 기업과 연구자들이 중국을 대하는 차원은 마치 단일국가를 대하는 듯한데, 이런 추측은 단지 나의 우둔함에서 비롯된 것이길 바랄 뿐이다.

치욕의 역사적 현실, 지도자들 의식하는가
중국대륙 방방곡곡. 역사와 문화를 찾아다니며 환희를 느낄 때가 있다. 풍부한 철학유산과 전통문화의 비옥한 토양 속에 뿌리내린 중국의 흡인력을 벗어나 우리 민족이 주체적 독립민족으로 남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천하를 통일한 청나라 만주족, 세계를 놀라게 한 원나라의 몽골족, 동북 지역의 선비, 거란, 여진, 예맥, 발해 등은 다 소멸되었거나 지금은 55개 소수 민족으로 명목상의 이름만 잔존해 있는 형편인데, 우리만이 독립된 국가, 주체 민족으로 남아 고유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조국의 분단이라는 멍에를 지고 지역갈등과 경제위기에 불구하고 그나마 21세기를 맞이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경이로운 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옛 고승들의 비갈명문(碑碣銘文)을 보면 ‘유당신라국(有唐新羅國)’에 이어 ‘대송고려국(大宋高麗國)’이 되고, 또 학창시절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외워야 할 이름들인 정철, 송시열, 임경업 같은 사대부의 무덤에 서있는 비문들 역시 첫 글자가 ‘유명조선국(有明朝鮮國)’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유(有)란 중국의 제후국을 말하며 그 중에서도 ‘대송고려국’은 너무 직선적인 표현이다. 조상의 묘비명까지도 중국을 섬기는 기록으로 남긴 것은 어떤 이론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에는 당나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정당성과 칭송을 담은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이 음각되어 있는데, 한때 이를 역사의식 없는 이들에 의해 ‘평제탑(平濟塔)’이라고 교과서에 수록되어 배우기도 했다. 병자호란 때 인조는 청 태종에 항복하여 수항단(受降壇)을 쌓고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리고, 그 자리에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를 세워 생명을 부지하고 자치권은 유지했으나 수십만의 백성들이 노예로 끌려갔다.
일제에 의해 나라를 찬탈당하고 광복은 했으나 나라가 허리를 잘린 지 반세기, 치욕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지도자들은 제대로 의식하고 있는지 오늘의 정치 현실을 볼 때 매우 불만스럽다.
얼마전 임칙서(林則徐)의 고향인 복건성 복주(福州)와 그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광동성을 답사하며 그의 행적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는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아 곳곳에 동상과 기념관, 생가, 사당 그리고 호문(虎門) 기념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기념하고 있다. 쇄국정책으로 일관한 청조는 청영전쟁(아편전쟁)의 결과로 상해, 복주, 광주, 영파, 하문을 강제로 열게 되는데, 중국인들은 이것을 개항(開港)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21세기 과업, 강대국 틈에서 자존 지키는 것
우리는 1876년 불평등조약인 강화도 조약을 맺고, 부산 외 두 곳을 강제로 여는데 이것을 지금까지 ‘개항’이라 부른다. 벌써 천년 전에 있었던 개항은 어떻게 하고 일본의 침략을 개항이라고 하는지 지금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대륙 세력으로, 일본, 미국은 해양 세력으로 한반도를 서로의 세력권으로 넣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일 수도 있다. 9·11 테러 발생 이후 우리 사회는 이슬람 전문가를 키우지 못했음을 절감했다. 지금 중국 땅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를 지속시키고, 우리 민족의 자존을 지키며 계속 번영해나길 바란다면 중국에 대한 즉흥적인 자세를 버리고 그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동서독 통일에서 배워야 할 것은 흡수통일 기법이 아니라 그들의 참을성과 민족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거족적 공존(共存)의 자세이다. 21세기 우리의 과업은 이들 양대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의 통일을 이루고 자존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침략을 개항으로, 전쟁을 평화로 가르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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