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 녹색옷을 입다│③ 대구 도시숲

지역내일 2011-08-16 (수정 2011-08-16 오후 1:49:44)
도심 곳곳에 초록빛 가로수길
여름 도심기온 1.2℃ 낮아져

휴식공간 제공, 열섬현상 완화, 각종 공해 저감 등 도시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다른 어떤 자연 요소들보다 크고 다양하다. 아름다운 경관은 도시의 가치도 높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산림청과 공동으로 도시숲의 기능을 조명하고, 주요 도시들의 도시숲 조성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본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코스인 대구 수성로. 정육면체 기둥 형태로 10여m씩 곧게 뻗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반야월로 가로수는 더 이색적이다. 아름드리 가로수 사이에 줄을 매달아 가로등을 설치했다. 잎이 우거져 도로변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대구시 반야월로 가로수 잎이 울창해 인도에 가로등을 설치할 수 없어 도로 중앙에 줄로 매달아 설치했다. 대구시가 가로수의 수형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면서 생긴 특이한 광경이다. 사진 김신일 기자

대구 도심의 가로수는 특이하다. 도심 한 가운데 상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곳에서도 20m는 족히 되는 가로수들이 자리해 있다. 상당수 지역에서 가로수를 두 줄로 심어 인도가 녹색 터널이 됐다. 다른 도시들의 외곽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구시는 도심 가로수를 원래 수형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만만치 않다. 창과 간판을 가리기 때문에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런 민원에 굴하지 않고 이 정책을 유지해왔다. 한 예로 반월당네거리 교통섬에 심은 소나무가 대형전광판을 가린다며 철거를 요구한 건물주와 소송까지 가서 승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16년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원칙 덕분에 대구시 도심 가로수는 녹색도시 대구의 상징이 됐다. 본격적으로 도심에 나무를 심기 전인 지난 1995년 8만5000그루이던 가로수가 지난해 말 현재 18만2000그루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강점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시의 고집스런 정책 덕분에 이제는 시민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결과적으로는 도시 전체를 푸르게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도시 최초 1000만 그루 나무심기 달성 =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대구시가 그 오명을 벗었다. 1996년 시작된 푸른대구가꾸기 사업의 성과다. 실제 대구시가 도심에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여름철 도심 최고기온이 30년 전보다 평균 1.2℃ 정도 낮아졌다. 다른 도시들은 1~2℃ 정도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실제 대구시는 민선지방자치시대 출범과 동시에 시작한 푸른대구가꾸기 사업을 통해 1996~2000년 437만 그루, 2001~2006년 656만 그루 등 11년간 1093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1000만 그루 나무심기'라는 큰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대구시는 푸른대구가꾸기 사업을 지금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20여 곳에 쌈지공원을 만들기로 하는 등 도심 자투리땅만 보이면 나무를 심는다. 현재 지상고가 형태로 건설 중인 도시철도 3호선 교각 아래에도 모두 나무를 심기로 했다.

대구시가 나무를 심기 위해 시작한 담장허물기 사업도 눈길을 끈다. 대구시는 1996년 3월 서구청 담장허물기 사업 준공을 시작으로 1998년 10월 경상감영공원, 경북대병원의 담장을 차례로 허물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이후 개인주택은 물론 종교시설과 교육시설, 지역방송국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나무 심기 위해 담장허물기 사업 시작 = 현재 179곳 15.95㎞의 관공서 담장이 사라지고 이곳에 나무가 식재됐다. 개인주택 등 민간시설 담장도 625곳 25.6㎞나 사라졌다.

담장허물기 사업은 2002년 범문사에서 펴낸 고교 교과서 '인간사회와 환경' 과목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상희 대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이 사업이 성공한 것은 마음의 벽을 허문 사회문화운동으로 정착될 수 있는데다 비싼 토지매입비 없이 넓은 녹지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들어선 수목원 = 대구 도시숲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대구수목원이다.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생활쓰레기 410만톤을 매립한 쓰레기 매립지다. 기피시설이라는 이유로 10여 년간 방치됐던 이곳에 수목원을 조성키로 한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지하철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이용해 흙을 덮는 등 복토 높이만 18m에 달한다.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총 21개로 구성된 수목원 가운데 분재원(400여점)과 선인장 온실(200여 그루)은 시민 기증으로 꾸몄다. 흙길과 산책로 주변도 시민들이 직접 심은 나무로 울창하다.




  ▶ 410만톤의 쓰레기를 묻은 매립지 위에 조성한 대구수목원. 한 해 270만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대구시 제공

이렇게 조성된 수목원은 현재 17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고, 연간 이용객이 270만명에 이를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심 금싸라기 땅 시민 품으로 = 대구시는 나무를 심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인 관공서 이전 부지, 폐교 부지 등을 대부분 숲으로 조성했다. 과거 중구청과 경찰청이 있던 곳에 4만여㎡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조성했고 초등학교 이전 부지와 주변 상가 9동을 매입해 2·28 기념 중앙공원을 조성했다. 당시 토지보상비에만 각각 170억원과 263억원이 들었다.

도심을 관통하던 대구선 철도의 이설로 생긴 폐선부지도 초록빛으로 단장했다. 동대구역에서 시작해 반야월역을 거쳐 청천역에 이르는 이 구간은 도심 주요 거점들을 지나는 관계로 부지매각 등이 검토됐지만 시민들의 공원조성 요구가 높아 결국 숲으로 가꾸게 됐다. 현재 3개의 거점공원과 이를 연결하는 녹지축이 조성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민선자치시대에 들어서면서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도 꾸준히 도심 녹지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대구를 숲의 도시로 가꿔 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