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여권 대선후보 4명의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이 숙지해야할 필수과목인 복지와 재정, 외교·안보 분야 정책행보로 분주하다. 정몽준 전 대표는 사재를 털어 복지재단을 만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일수교협상을 반대했다가 제적 당했던 이재오 장관은 독도문제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박근혜, 복지토론회 참석 = 박 전 대표는 대중행보보단 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달 8일엔 친박의원이 주축인 국회 연구단체 '선진사회연구포럼'(대표 유정복 의원)이 박 전 대표의 핵심 집권구상인 복지국가론을 토론한다. '대한민국, 복지국가로의 소프트랜딩'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에선 복지와 재정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안과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논의한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15일엔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자신이 내건 '생애맞춤형 복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조만간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글을 기고한다. 안보분야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6년 10월 북 핵실험 때는 여성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지지율이 역전됐던 쓰라린 기억은 안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면한 유일한 대선주자다.
박 전 대표의 정책행보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민생파탄으로 고통받는 서민과의 접촉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친박인사는 "좋은 정책으로 머리를 채우는 만큼 민생의 고통을 함께하려는 마음가짐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정몽준, 사재 2천억 기부 =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대표는 16일 사재 2000억원을 털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정 전 대표는 "대선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결과적으로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정 전 대표 측근들은 수년전부터 "국민은 한 사람이 권력과 금력을 동시에 갖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며 정 전 대표에게 재산정리를 조언해왔다. 따라서 이번 기부를 통해 정 전 대표가 '재벌 2세' 이미지를 넘어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만으로 2002년 전성기 시절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시 민심을 끌어들였던 중도·엘리트 이미지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공분야인 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재오 "독도 사수해야" =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달부터 독도에 '다걸기'하고 있다. 권력분산형 개헌론과 당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은 뒤 사실상 비주류로 전락한 이 장관은 독도를 통해 다시한번 뉴스의 한복판에 섰다.
한일수교회담을 반대했다가 중앙대에서 제적 당한 인생역정과 독도를 오버랩 시키는 것을 통해 '대중정치인 이재오'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지만 "쇼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권력실세라는 이미지는 여전한 부담이다. 독도를 통해 뉴스의 중심에 섰음에도 차기대선 지지도에서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리얼미터 정례조사 0.8% 기록)은 이 장관에 대한 대중의 선입관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문수 "북한인권법 처리" =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친이 또는 보수세력의 대안카드가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이에 호응하듯 김 지사는 16일 당 홈페이지에 '북한인권법과 황우여 대표에게 거는 기대'라는 글을 통해 북한인권법 처리를 거듭 요구했다. 자신의 보수색채를 강조하는 것으로 박 전 대표에게 돌아서지 않은 친이 또는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민심의 호응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도지사 5년 동안 사실상 대선주자로 분류됐지만 낮은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김 지사가 강조하는 짙은 보수색채가 중도층을 껴안는데는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과 대선주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데 2%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