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MB 첫 방미 전 미 쇠고기 수입재개" 요구 관철
외교장관, 미 대사 만나 촛불시위 "수치스러운 일"
#1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해달라. 조속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라."(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종석 당시 통일부장관에게 압박)
#2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 (2008년 5월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설명)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 대사관의 외교전문에는 왜곡된 한미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미국은 정부 관료나 주한미대사를 통해 거리낌 없이 한국의 내정에 간섭했고, 한국의 관료나 정치인들은 치부까지 보여주며 국내정보를 넘겨주고 아양을 떨었다. 도대체 한국정부가 주권을 가진 나라인지 의심할 정도의 정황도 많았다.
◆버시바우 "미 쇠고기 수입 뒤 (MB가) 방미하면 좋을 것" = 지난 2008년 미국은 한미정상회담과 연계해 미쇠고기수입재개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으로선 한미동맹 복원을 원했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의 약한 고리를 친 셈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직전 타결된 미 쇠고기 수입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은 무관하다"고 설명해왔다.
2008년 1월18일 미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전날 버시바우 대사는 당시 인수위원이던 현인택 통일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버시바우는 "한국이 미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후 (이명박 당선인이) 방미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현 장관은 "이 당선자의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약속한 뒤 "(정치적으로 민감하니) 총선 이후엔 4월에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런 사전논의는 그대로 현실이 됐고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다.
2006년 11월 선정된 1조5000억원 규모 조기경보통제기(EX)사업에 미 보잉사 수주를 위해 미 대사관이 한국 정부를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 대사관은 "버시바우 대사가 적절한 기회에 국방, 외교장관 등 한국 정부 관련 고위당국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이 사업은 보잉사에 최종낙찰됐고 지난 1일 첫 조기경보통제기가 방위사업청에 인도됐다.
같은 해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자 한국에 금강산 관광중단과 남북장관급회의 연기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버시바우 대사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에게 "남북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 경우 북한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회담을 연기하라고 압박했다.
◆미국 환심 사기 위해 안달난 한국 지도자 = 반면 한국의 당국자나 정치지도자들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이라도 난 태도였다.
2009년 3월 스티븐스 미 대사를 만난 김숙 국정원 1차장(현 유엔대사)은 북한 관련 정보를 미국 측에 보고하듯 진술했다. 김 차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직원을 구금하고 미국인 기자 등을 체포한 것은 미사일 발사 후 여론전에 쓰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 것' "이라고 말했다.
2006년 7월25일 전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앞둔 2008년 3월25일 문건에선, 한국의 통상당국이 미국 쪽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비공식적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연기되자 주한 미 대사에게 "수치스럽다"(shame)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도 미 외교관 정보원 노릇 = 위키리크스 문건을 통해 드러난 것과 별개로 대한민국 일부 국회의원도 미국 외교관의 '정보원' 노릇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사정기관 관계자는 "상당수 의원이 정기적으로 미 대사관 정무팀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며 "당 대표나 원내대표, 중진의원들까지 미국쪽 사람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응해 우리쪽 정보를 말해주는 게 일종의 불문율처럼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외교통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초선의원도 "미국쪽 사람들과 한국 의원이 수시로 접촉하는 건 맞다"며 "우방국이다보니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차원으로 해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 대사관 정무팀 직원들은 매일 국회 인근에서 기자들처럼 의원들을 만나 '취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미국측은 한국정치에 관심이 많고, 직접 취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한다"며 "직원 한 명당 매일 (한국쪽) 취재원 3명을 만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 컨설턴트는 "최근엔 문재인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18대 국회 초반엔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미 대사관 직원에게 줄을 대려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미 대사관에 위치한 정무팀 사무실에서 한밤 중에 한국 국회의원이 나오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의원들은 미국의 영향력에 의존하고, 때론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 정관계 거물급을 연결시켜주는 '대가'를 바라고 '취재'에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미국측에 털어놓는 정보의 내용. 사정기관 관계자는 "단순히 현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것 뿐 아니라, 언론에도 얘기하지 않는 국가기밀에 가까운 내용을 여과없이 털어놓곤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사정기관에선 의원들의 무분별한 미 대사관 접촉 실태를 파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홍식 엄경용 기자 hss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외교장관, 미 대사 만나 촛불시위 "수치스러운 일"
#1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해달라. 조속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라."(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종석 당시 통일부장관에게 압박)
#2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 (2008년 5월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설명)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 대사관의 외교전문에는 왜곡된 한미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미국은 정부 관료나 주한미대사를 통해 거리낌 없이 한국의 내정에 간섭했고, 한국의 관료나 정치인들은 치부까지 보여주며 국내정보를 넘겨주고 아양을 떨었다. 도대체 한국정부가 주권을 가진 나라인지 의심할 정도의 정황도 많았다.
◆버시바우 "미 쇠고기 수입 뒤 (MB가) 방미하면 좋을 것" = 지난 2008년 미국은 한미정상회담과 연계해 미쇠고기수입재개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으로선 한미동맹 복원을 원했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의 약한 고리를 친 셈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직전 타결된 미 쇠고기 수입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은 무관하다"고 설명해왔다.
2008년 1월18일 미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전날 버시바우 대사는 당시 인수위원이던 현인택 통일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버시바우는 "한국이 미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후 (이명박 당선인이) 방미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현 장관은 "이 당선자의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약속한 뒤 "(정치적으로 민감하니) 총선 이후엔 4월에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런 사전논의는 그대로 현실이 됐고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다.
2006년 11월 선정된 1조5000억원 규모 조기경보통제기(EX)사업에 미 보잉사 수주를 위해 미 대사관이 한국 정부를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 대사관은 "버시바우 대사가 적절한 기회에 국방, 외교장관 등 한국 정부 관련 고위당국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이 사업은 보잉사에 최종낙찰됐고 지난 1일 첫 조기경보통제기가 방위사업청에 인도됐다.
같은 해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자 한국에 금강산 관광중단과 남북장관급회의 연기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버시바우 대사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에게 "남북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 경우 북한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회담을 연기하라고 압박했다.
◆미국 환심 사기 위해 안달난 한국 지도자 = 반면 한국의 당국자나 정치지도자들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이라도 난 태도였다.
2009년 3월 스티븐스 미 대사를 만난 김숙 국정원 1차장(현 유엔대사)은 북한 관련 정보를 미국 측에 보고하듯 진술했다. 김 차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직원을 구금하고 미국인 기자 등을 체포한 것은 미사일 발사 후 여론전에 쓰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 것' "이라고 말했다.
2006년 7월25일 전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앞둔 2008년 3월25일 문건에선, 한국의 통상당국이 미국 쪽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비공식적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연기되자 주한 미 대사에게 "수치스럽다"(shame)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도 미 외교관 정보원 노릇 = 위키리크스 문건을 통해 드러난 것과 별개로 대한민국 일부 국회의원도 미국 외교관의 '정보원' 노릇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사정기관 관계자는 "상당수 의원이 정기적으로 미 대사관 정무팀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며 "당 대표나 원내대표, 중진의원들까지 미국쪽 사람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응해 우리쪽 정보를 말해주는 게 일종의 불문율처럼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외교통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초선의원도 "미국쪽 사람들과 한국 의원이 수시로 접촉하는 건 맞다"며 "우방국이다보니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차원으로 해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 대사관 정무팀 직원들은 매일 국회 인근에서 기자들처럼 의원들을 만나 '취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미국측은 한국정치에 관심이 많고, 직접 취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한다"며 "직원 한 명당 매일 (한국쪽) 취재원 3명을 만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 컨설턴트는 "최근엔 문재인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18대 국회 초반엔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미 대사관 직원에게 줄을 대려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미 대사관에 위치한 정무팀 사무실에서 한밤 중에 한국 국회의원이 나오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의원들은 미국의 영향력에 의존하고, 때론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 정관계 거물급을 연결시켜주는 '대가'를 바라고 '취재'에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미국측에 털어놓는 정보의 내용. 사정기관 관계자는 "단순히 현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것 뿐 아니라, 언론에도 얘기하지 않는 국가기밀에 가까운 내용을 여과없이 털어놓곤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사정기관에선 의원들의 무분별한 미 대사관 접촉 실태를 파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홍식 엄경용 기자 hss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