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지킨 1위, 6일만에 빼앗긴 박근혜]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지역내일 2011-09-08
대세론이 오히려 발목잡아

박근혜 위기론은 사실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박근혜 대세론이 득세했던 만큼 이면엔 위기론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세론에 취한 여권은 불경스런 얘기로 치부하곤 했다. 그 불경스런 얘기가 현실이 됐다. 차기대선 경쟁에서 4년간 지켜왔던 1위 자리를 단 6일만에 내줬다.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일리가 있지만, "민심의 도도한 흐름이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장면임이 분명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위로 밀렸다. 근소한 차이였지만 안 원장이 1위를 차지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실시된 모든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부동의 1위였다. 대세론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너무 이르고 확실한 대세론이 거꾸로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준비된 대통령'을 의식했음인지, 교수와 전문가를 만나 정책공부를 하는 데만 집중했다. '두 개의 태양' 불가론을 펴면서 전면에 나서길 주저했다. 신비주의가 극에 달했다. 지지층에서조차 "어떤 컨텐츠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가운데 민생은 갈수록 고달파졌다. 국민은 취업과 보육, 부동산, 노후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기성정당은 물론 지지율 1위인 박 전 대표도 구름 위 존재로만 머물렀다. 나와 동떨어진, 일상과는 상관없는 '존재'로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측근과 '수평적 소통' 대신 자신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 관계를 선호했다. 박 전 대표 주변엔 권력을 좇고, 줄서는 데 익숙한 보수인사들이 넘쳐났다. 박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사람, 박 전 대표의 2%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바닥민심이 전달될 창구는 점점 좁아져갔다.

박근혜 대세론에 동의하지 않는 다수 민심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키워갔다. '안철수 현상'이 그 반증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민심은 이미 새로움과 낡음의 틀로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다"며 "박 전 대표가 낡음의 틀에 갇히는 순간 안철수 현상에 떠밀려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지대 신 율 교수는 "대세론이 장기화되면서 박 전 대표도 기득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됐고, 흥행요소마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한 친박인사는 "더 늦기 전에 (박 전 대표가 국민의)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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