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밥상 만드는 얼굴있는 농업인들
농민마음 아는 소비자와 네트워크 … 여성농업인 15명이 소비자 120명에게 제철 농산물 공급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업체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이 적발됐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송훈석 의원이 8일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건강한 밥상을 원하는데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는 게 드러났다.
'언니네 텃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농업인들이 만든 대안이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과 함께 모였다.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정열(45) 언니네 텃밭 사업단장은 "평균 10명의 농업인이 100명의 소비자 회원에게 제철 농산물을 배달하는 게 기본 체계"라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15명의 여성농업인들이 봉강공동체를 만들어 언니네 텃밭 사업을 하고 있다. 소비자 회원은 120여명이다.
소비자 회원은 월 10만원을 내고 농업인은 매주 한 차례, 월 4번 텃밭에서 손수 기른 제철 농작물을 '꾸러미'에 담아 보낸다. 9개 정도 품목의 농산물이 담기는 꾸러미에는 어떻게 조리해먹으면 좋다는 요리법(레시피)이 적힌 편지도 담겨 있다.
회비는 농산물 가격을 따져 보내는 게 아니다. 여성농업인을 후원하는 마음도 포함했다. 김 단장은 "농민은 꾸러미를 받을 소비자를 생각하며 열심히 농사짓고 소비자는 꾸러미를 보냈을 농업인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모든 봉강공동체 회원들이 모이는 화요일은 소비자 회원들에게 보낼 '제철 꾸러미'를 포장하는 날"이라며 "이 일을 시작한 후 조용하던 마을에 시끌벅적해지고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회원은 아니지만 지나가던 할머니도 괜히 끼어들어와 막걸리를 마시고 이 일 저 일 참견하며 함께 일한다고 한다.
마을의 엄덕견(64)씨는 "텃밭 사업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일 하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의 큰 수술을 했고 소까지 잃어 힘든 상황이었지만 '큰 농사는 없어도 조그만 텃밭이라도 있으니 같이 해보자'는 김 단장의 제안을 받고 언니네텃밭 생산자로 가입했다. 봉강공동체의 생산자 회원은 15명이다.
이 곳 생산자들은 유기농 농사를 지향한다. 김행국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계장은 "이곳은 일찍부터 친환경농업이 도입돼 유기농 농사가 많다"며 "폐교를 이용해 친환경농업학교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상주에 와서 이듬해 결혼과 함께 농사를 시작한 김 단장도 유기농으로 벼농사 1만2000평과 밭 600평 농사를 짓고 있다.
언니네 텃밭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참여했던 일종의 '로컬푸드' 운동이다. 될 수 있는 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먹고, 다른 지역에서 기른 농산물을 먹을 때도 유통단계를 최소한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생하자는 이 운동은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슬로우푸드,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체지원농업(CSA),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김 단장은 "농업인과 소비자 사이가 '가깝다'는 것은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도 포함돼 있다"며 "생산과 소비가 이분법으로 구분돼 있는 게 아니라 꾸러미 사업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된다"고 강조했다.
언니네 텃밭을 운영하는 전국여성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월 강원도 횡성공동체가 처음 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전국 12개 생산자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다섯 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보낸 꾸러미에는 입맛에 맞지 않는 품목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꾸러미사업이 늘어나는 것은 애정을 갖고 농업을 인정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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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마음 아는 소비자와 네트워크 … 여성농업인 15명이 소비자 120명에게 제철 농산물 공급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업체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이 적발됐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송훈석 의원이 8일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건강한 밥상을 원하는데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는 게 드러났다.
'언니네 텃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농업인들이 만든 대안이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과 함께 모였다.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정열(45) 언니네 텃밭 사업단장은 "평균 10명의 농업인이 100명의 소비자 회원에게 제철 농산물을 배달하는 게 기본 체계"라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15명의 여성농업인들이 봉강공동체를 만들어 언니네 텃밭 사업을 하고 있다. 소비자 회원은 120여명이다.
소비자 회원은 월 10만원을 내고 농업인은 매주 한 차례, 월 4번 텃밭에서 손수 기른 제철 농작물을 '꾸러미'에 담아 보낸다. 9개 정도 품목의 농산물이 담기는 꾸러미에는 어떻게 조리해먹으면 좋다는 요리법(레시피)이 적힌 편지도 담겨 있다.
회비는 농산물 가격을 따져 보내는 게 아니다. 여성농업인을 후원하는 마음도 포함했다. 김 단장은 "농민은 꾸러미를 받을 소비자를 생각하며 열심히 농사짓고 소비자는 꾸러미를 보냈을 농업인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모든 봉강공동체 회원들이 모이는 화요일은 소비자 회원들에게 보낼 '제철 꾸러미'를 포장하는 날"이라며 "이 일을 시작한 후 조용하던 마을에 시끌벅적해지고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회원은 아니지만 지나가던 할머니도 괜히 끼어들어와 막걸리를 마시고 이 일 저 일 참견하며 함께 일한다고 한다.
마을의 엄덕견(64)씨는 "텃밭 사업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일 하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의 큰 수술을 했고 소까지 잃어 힘든 상황이었지만 '큰 농사는 없어도 조그만 텃밭이라도 있으니 같이 해보자'는 김 단장의 제안을 받고 언니네텃밭 생산자로 가입했다. 봉강공동체의 생산자 회원은 15명이다.
이 곳 생산자들은 유기농 농사를 지향한다. 김행국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계장은 "이곳은 일찍부터 친환경농업이 도입돼 유기농 농사가 많다"며 "폐교를 이용해 친환경농업학교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상주에 와서 이듬해 결혼과 함께 농사를 시작한 김 단장도 유기농으로 벼농사 1만2000평과 밭 600평 농사를 짓고 있다.
언니네 텃밭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참여했던 일종의 '로컬푸드' 운동이다. 될 수 있는 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먹고, 다른 지역에서 기른 농산물을 먹을 때도 유통단계를 최소한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생하자는 이 운동은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슬로우푸드,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체지원농업(CSA),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김 단장은 "농업인과 소비자 사이가 '가깝다'는 것은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도 포함돼 있다"며 "생산과 소비가 이분법으로 구분돼 있는 게 아니라 꾸러미 사업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된다"고 강조했다.
언니네 텃밭을 운영하는 전국여성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월 강원도 횡성공동체가 처음 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전국 12개 생산자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다섯 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보낸 꾸러미에는 입맛에 맞지 않는 품목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꾸러미사업이 늘어나는 것은 애정을 갖고 농업을 인정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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