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행이 농업강국 뒷받침
라보뱅크·CA, 농업인지배구조 유지
농업이 노동집약산업에서 자본집약산업으로 바뀌면서 농업의 지속적 발전에 농업금융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라보뱅크와 프랑스의 끄레디 아그리꼴(CA)은 모두 농업인들을 위한 협동조합은행으로 시작해 자국에서 3위권의 종합금융기관으로 성장했지만 농업인을 위한, 농업인에 의한 금융기관으로서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시설원예에 기반한 수출농업이 강한 네덜란드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농업국가인 프랑스의 농업은 각각 라보뱅크나 끄레디 아그리꼴같은 자국 협동조합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끄레디 아그리꼴 "농민위한 금융상품 개발" =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지역에서 낙농을 하고 있는 베랄레 제라드(58)씨는 "끄레디 아그리꼴은 젊은 영농인들에게 이자율을 1.5% 내려준다"고 말했다. 베랄레씨의 아들 벤자만(28)씨는 끄레디 아그리꼴 로고가 선명한 티셔츠를 입고 기자단을 맞았다. 베랄레씨 형제와 아들 등 3명이 운영하는 목장은 4대째 이어오고 있다.

▶ 4대째 낙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베랄레씨 부자. 아들 벤자만(왼쪽)씨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끄레디 아그리꼴의 로고가 선명하다. 끄레디 아그리꼴은 영농후계자들에게 1.5% 싼 이자율로 대출해줘 대를 이어가는 프랑스농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진 노르망디 = 정연근 기자
이들은 190ha(곡믈 85ha, 옥수수 38ha, 나머지는 초지)의 농지에서 100두의 젖소를 키우며 50만유로(약 7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대를 이은 프랑스 농업의 뒤에 끄레디 아그리꼴의 우대금리가 있는 것이다.
끄레디 아그리꼴의 농업행정부장 카트린 미고씨는 "프랑스 농업인금융의 90%와 농정자금 80%가 끄레디 아그리꼴을 통해 이뤄진다"며 "사회변화에 따라 인구에서 농업인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농업인의 비중은 줄지 않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기구를 살 때 농기구 가맹점과 은행이 계약을 맺어 업무가 빨리 이뤄지게 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등 농민들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며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농업인에게 특권이 있다"고 말했다.
◆라보뱅크 "영농후계자 훈련프로그램 운영" = 유럽 최대 청과도매기업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는 라보뱅크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리너리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애드 클라쎈 네덜란드 농업생산자협회(DPA) 사무국장은 지난 8월 29일 '유럽협동조합취재 공동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그리너리는 라보뱅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며 "라보뱅크는 상업은행화 됐지만 농업관련 산업에 대해 긴밀한 관계와 특화된 지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상장을 하지 않았는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월버트 반덴보쉬 라보뱅크 지배구조담당이사는 "우리는 농업 및 식품에 관한 금융에서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보뱅크는 네덜란드 저축의 41%, 주택담보대출의 30%, 중소기업분야 금융의 38%를차지하고 인터넷뱅킹에서 유럽 내 1위(각 200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네덜란드 농업금융의 84%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식품과 농산업 분야의 핵심역량으로 특화해 해외진출을 하고 있는데 해외부문이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나 된다.
버트 반 웜뤼지 라보뱅크 1차산업마케팅담당부장은 "사운드보드에서 농업비즈니스에 대한 전략을 함께 컨설팅해준다"며 "영농후계자를 위한 4년제 훈련프로그램도 있다"고 밝혔다. 벌트 부장은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영농인들과 라보뱅크는 서로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담보대출 벗어나지 못한 한국농업금융 = 라보뱅크와 끄레디 아그리꼴은 담보대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농업금융에 자극을 준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한국의 농업금융에서는 농협의 대출과 농민조합원의 영농이 서로 연계되는 게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경남 진주에서 시설하우스 재배를 하는 남성민(41)씨는 "농협이 원리금을 회수하려면 돈을 빌려간 농민이 사업계획서대로 영농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농업인의 소득창출을 통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게 농민들에 대한 지도금융 역할을 담당하는 상호금융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한국농업에서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농업인이 자본투자를 할 때 누가,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농림사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이 제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브린느 그레베레 끄레디 아그리꼴 국제협력부장은 "끄레디 아그리꼴의 은행장은 농업출신들"이라며 "농업부문만으로 큰 은행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은행장은 농업조합장 출신들이 하고 있어 협동조합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부 10명 중 9명이 우리 고객인데, 우리는 그 많은 고객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보뱅크도 지역 및 중앙대표자회의라는 협의체계를 구축해 정책결정을 하고 있다. 161개 지역 라보뱅크는 20개의 지역대표자회의를 구성해 중앙 라보뱅크와 정보교류 및 의견교환을 한다. 중앙대표자회의는 각 지역대표자회의의 이사들(각 6명씩) 120명으로 구성해 의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리(프랑스)·위트레흐트(네덜란드)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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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뱅크·CA, 농업인지배구조 유지
농업이 노동집약산업에서 자본집약산업으로 바뀌면서 농업의 지속적 발전에 농업금융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라보뱅크와 프랑스의 끄레디 아그리꼴(CA)은 모두 농업인들을 위한 협동조합은행으로 시작해 자국에서 3위권의 종합금융기관으로 성장했지만 농업인을 위한, 농업인에 의한 금융기관으로서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시설원예에 기반한 수출농업이 강한 네덜란드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농업국가인 프랑스의 농업은 각각 라보뱅크나 끄레디 아그리꼴같은 자국 협동조합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끄레디 아그리꼴 "농민위한 금융상품 개발" =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지역에서 낙농을 하고 있는 베랄레 제라드(58)씨는 "끄레디 아그리꼴은 젊은 영농인들에게 이자율을 1.5% 내려준다"고 말했다. 베랄레씨의 아들 벤자만(28)씨는 끄레디 아그리꼴 로고가 선명한 티셔츠를 입고 기자단을 맞았다. 베랄레씨 형제와 아들 등 3명이 운영하는 목장은 4대째 이어오고 있다.

▶ 4대째 낙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베랄레씨 부자. 아들 벤자만(왼쪽)씨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끄레디 아그리꼴의 로고가 선명하다. 끄레디 아그리꼴은 영농후계자들에게 1.5% 싼 이자율로 대출해줘 대를 이어가는 프랑스농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진 노르망디 = 정연근 기자
이들은 190ha(곡믈 85ha, 옥수수 38ha, 나머지는 초지)의 농지에서 100두의 젖소를 키우며 50만유로(약 7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대를 이은 프랑스 농업의 뒤에 끄레디 아그리꼴의 우대금리가 있는 것이다.
끄레디 아그리꼴의 농업행정부장 카트린 미고씨는 "프랑스 농업인금융의 90%와 농정자금 80%가 끄레디 아그리꼴을 통해 이뤄진다"며 "사회변화에 따라 인구에서 농업인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농업인의 비중은 줄지 않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기구를 살 때 농기구 가맹점과 은행이 계약을 맺어 업무가 빨리 이뤄지게 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등 농민들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며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농업인에게 특권이 있다"고 말했다.
◆라보뱅크 "영농후계자 훈련프로그램 운영" = 유럽 최대 청과도매기업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는 라보뱅크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리너리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애드 클라쎈 네덜란드 농업생산자협회(DPA) 사무국장은 지난 8월 29일 '유럽협동조합취재 공동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그리너리는 라보뱅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며 "라보뱅크는 상업은행화 됐지만 농업관련 산업에 대해 긴밀한 관계와 특화된 지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상장을 하지 않았는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월버트 반덴보쉬 라보뱅크 지배구조담당이사는 "우리는 농업 및 식품에 관한 금융에서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보뱅크는 네덜란드 저축의 41%, 주택담보대출의 30%, 중소기업분야 금융의 38%를차지하고 인터넷뱅킹에서 유럽 내 1위(각 200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네덜란드 농업금융의 84%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식품과 농산업 분야의 핵심역량으로 특화해 해외진출을 하고 있는데 해외부문이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나 된다.
버트 반 웜뤼지 라보뱅크 1차산업마케팅담당부장은 "사운드보드에서 농업비즈니스에 대한 전략을 함께 컨설팅해준다"며 "영농후계자를 위한 4년제 훈련프로그램도 있다"고 밝혔다. 벌트 부장은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영농인들과 라보뱅크는 서로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담보대출 벗어나지 못한 한국농업금융 = 라보뱅크와 끄레디 아그리꼴은 담보대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농업금융에 자극을 준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한국의 농업금융에서는 농협의 대출과 농민조합원의 영농이 서로 연계되는 게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경남 진주에서 시설하우스 재배를 하는 남성민(41)씨는 "농협이 원리금을 회수하려면 돈을 빌려간 농민이 사업계획서대로 영농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농업인의 소득창출을 통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게 농민들에 대한 지도금융 역할을 담당하는 상호금융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한국농업에서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농업인이 자본투자를 할 때 누가,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농림사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이 제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브린느 그레베레 끄레디 아그리꼴 국제협력부장은 "끄레디 아그리꼴의 은행장은 농업출신들"이라며 "농업부문만으로 큰 은행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은행장은 농업조합장 출신들이 하고 있어 협동조합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부 10명 중 9명이 우리 고객인데, 우리는 그 많은 고객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보뱅크도 지역 및 중앙대표자회의라는 협의체계를 구축해 정책결정을 하고 있다. 161개 지역 라보뱅크는 20개의 지역대표자회의를 구성해 중앙 라보뱅크와 정보교류 및 의견교환을 한다. 중앙대표자회의는 각 지역대표자회의의 이사들(각 6명씩) 120명으로 구성해 의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리(프랑스)·위트레흐트(네덜란드)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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